윤 총장 발언에 여권 “노무현 죽음으로 몰아” 반발…당시 잘나갔던 검사들 근황도 재조명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10월 17일 국회 법사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렇게 말했다. 이를 놓고 여야가 다시 맞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수사가 전직 대통령을 죽음으로 이끌었다”며 발끈했다. 반면 자유한국당은 “대통령 친형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될 정도로 이명박 정부 시절 검찰 수사엔 성역이 없었다”고 응수했다.
지난 10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 국정감사에 출석한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임준선 기자
논란이 벌어지자 10월 18일 대검찰청은 윤 총장 발언과 관련한 해명을 내놨다. 대검찰청은 “(윤 총장 발언의) 취지가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했다”면서 “이명박 정부가 가장 중립적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현 정부에선 과거와 달리 청와대에서 검찰의 사건 처리에 관해 일절 지시하거나 개입하지 않는다는 점을 설명하려 했는데, 발언이 중단됐다”고 밝혔다.
여권은 거세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례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선 “이명박 정부 당시였던 2009년 강도 높은 검찰 수사로 전직 대통령이 숨을 거두는 비극이 일어났다. 그런데도 그 정권이 쿨하다고 할 수 있느냐”며 윤 총장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MB(이명박) 정부 당시 검찰의 무리한 수사 사례가 한두 개가 아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를 비롯해 미네르바 사건, PD수첩, 정연주 전 KBS 사장에 대한 표적수사를 들 수 있다. 현재 (여당이)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동일하다. 언론의 자유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검찰이 수사권을 남용해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그때(이명박 정부)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이 굉장히 승승장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윤 총장의 ‘쿨함’ 발언의 주요 근거는 MB 정권 실세라 불리던 이상득 전 의원 구속 수사였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 역시 검찰이 주도적으로 했다기보다는, 정치권과 여론에 떠밀리다시피 이뤄졌던 수사라는 지적도 많다”고 했다.
윤 총장은 2008년 BBK 특검에 파견 검사 자격으로 참여했다. 특검을 마친 뒤 대전지검 논산지청장으로 부임한 윤 총장은 2009년 대구지검 특수부장-대검찰청 범죄정보2담당관, 2010년 대검찰청 중수2과장, 2011년 대검찰청 중수1과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그로부터 7년 뒤인 2018년 3월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저축은행 등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2012년 7월 10일 구속영장을 발부받았던 이상득 전 새누리당 의원. 이 전 의원은 동생인 이명박 전 대통령 재임 중에 구속됐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선 2012년 12월 3일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발표한 ‘이명박 정부 정치검찰 46인 명단’이 다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명단에 포함된 검사 중 상당수는 MB 정부 시절 요직에 발탁되며 잘나갔던 이른바 ‘엘리트 검사’들이었다.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 관련 수사를 맡았던 최교일 전 서울중앙지검장, 정점식 전 대검 공안1과장 등 현직 국회의원들도 포함됐다. 최교일 의원은 정연주 전 KBS 사장 배임죄 적용 수사, 이명박 대통령 사저 부지 불법매입 의혹 수사, PD수첩 명예훼손죄 적용 수사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정점식 의원은 광우병 집회 참가 시민들에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는 이유로 지목됐다.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 최재경 전 민정수석 등도 눈길을 끈다. 노환균 전 법무연수원장은 2013년 4월 공직을 내려놓은 뒤 법무법인 태평양에서 고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은 대검찰청 차장을 마지막으로 2017년 5월 검찰을 떠났다. 2016년 11월부터 12월까지 박근혜 정부 민정수석을 지낸 최재경 전 민정수석은 현재 동아일보 객원 논설위원으로 칼럼을 쓰고 있다.
우병우 전 민정수석 이름도 있다. 참여연대는 우 전 수석을 정치검찰로 지목한 사유로 박연차 게이트 관련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언급했다. 우 전 수석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해 2018년 12월 15일 구속됐고 지난 1월 3일 구속 기간 만료로 석방됐다. 김수남 전 검찰총장, 정병두 전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신경식 전 수원지검장은 현직 변호사로 활동 중이다.
명단엔 이름이 없지만 노무현 대통령 관련 수사를 진행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수부장 역시 정치검찰 논란 중심에 서 있던 검사였다. 이 전 중수부장은 9월 2일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 방송분에 등장해 관심을 모았다. 이 전 부장은 미국 워싱턴 DC 주택가 골프장에서 인터뷰에 응했으며, 논두렁 시계 사건과 관련한 결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전 중수부장은 인터뷰를 통해 “10년 전 KBS 기사는 국정원 작품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도 했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정치검찰 명단과 관련해 한 자유한국당 당직자는 “참여연대가 발표한 정치검찰 46인 명단을 보면 진보 진영 관계자를 수사한 검사들이 주를 이뤘다. 편향된 시각”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의원실 관계자는 “본인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정치검찰’ 타이틀을 붙이는 것 같다. 그렇게 따지면 MB 정부 때 검찰들은 모두 정치검찰이다. 당시 검찰은 집권 세력에도 칼날을 들이밀었다. 이상득 의원이 동생 집권 때 구속당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이동섭 기자 hardout@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