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21일 검찰에 소환되고 있는 최태원 (주) SK 회장. 최근 그가 수감돼 있는 서울구치소 앞 에 수행비서가 사무실을 얻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
SK그룹의 박정호 부장은 요즘 어느 때보다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다.
박 부장이 유독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이유는 SK그룹 본사가 있는 서린동이 아닌 경기도 의왕시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기 때문.
그의 그룹 내 공식 직함은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이다.
SK글로벌의 분식 회계 파문이 오너인 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이어지면서 나날이 파장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의 수행비서가 서울구치소 앞에 사무실을 낸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SK그룹에 따르면 수행비서인 박정호 부장은 최 회장이 구속된 직후인 지난 2월 말 서울구치소 바로 앞에 10평 남짓한 사무실을 얻어 최 회장을 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박 부장은 서린동 본사에는 일절 출근을 하지 않은 채 의왕 사무실로 매일 출퇴근을 하고 있는 것.
박 부장은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에어콘 시설도 설치되지 않은 조그만 사무실 한 칸을 얻은 것뿐”이라며 “최 회장의 면회 스케줄 등과 관련된 사항을 처리하기 위해서 구치소 앞에 얻게 됐다”고 말했다.
물론 최 회장의 수행비서이다보니 ‘님과 가까이 있는 것’이 어색해 보이지는 않는다.
그러나 수행비서가 구치소 앞에 사무실을 낸 것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단순히 이 사무실이 스케줄 관리만을 위한 곳일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이 구속된 직후 SK그룹의 각 계열사의 사장급들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소식들을 전하기 위해 앞다퉈 구치소를 방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SK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특별면회를 제외하고는 최 회장을 면회할 수 있는 시간이 오전에 7분 정도뿐이어서 사안의 중요도에 따라 사장단들이 번갈아 최 회장을 방문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 회장의 구속된 이후 각 계열사의 사장단 거의 대부분이 그룹에 관련된 사항을 보고하고 지시를 전달받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의왕 사무실이 위치한 인근의 E음식점 사장은 “일주일에 한 번 이상꼴로 (SK그룹의) 높은 직책으로 보이는 나이 지긋한 분들이 아침 일찍 식사를 하러 오신다”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고위 관계자로 보이는 사람들은 오전에 음식점에 손님이 없는 탓인지, 식사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 앉아서 SK그룹과 최태원 회장에 대한 얘기를 하고서는 돌아간다는 것.
이들 중 한 명은 음식값을 치르고 나가며 “앞으로 자주 보게 될 것”이라는 말도 했다는 것이다.
이로 미뤄보자면 각 계열사의 사장단들이 서린동 본사 외에도 구치소 앞의 사무실에서도 긴밀한 얘기를 나눌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모 재벌그룹의 한 관계자는 “구치소 앞에 사무실까지 얻어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을 보면 최 회장과 관련된 또다른 프로젝트가 진행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는 최 회장 구속 뒤 공중분해 위기로까지 내몰렸던 SK그룹의 다급했던 사정을 감안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또한 최근 SK그룹에서 최 회장의 경영 복귀에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 최 회장의 옥중 결제가 이와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을 낳고 있는 것.
그러나 박 부장은 “사무실은 스케줄 관리용일 뿐”이라며 일부의 이 같은 시선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최 회장의 건강상태가 몹시 안좋아졌다고 한다.
박 부장은 “최 회장을 잘 모르는 사람이 얼핏 봐도 살이 무척 많이 빠졌다 싶을 정도”라며 “예전보다 체중이 7∼8Kg 정도 빠졌다”고 전했다. 이는 식사보다는 마음고생이 심해서인 것 같다는 것.
그는 또 “최 회장이 처음보다 마음을 많이 가다듬고 책을 열심히 읽는 등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부인 노소영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면회 약속을 잡고 있다”고 현재 근황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