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 대상 ‘승계 작업’ 공방 예고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파기환송이 25일 시작됐다. 사진=연합뉴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이날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파기환송심 첫 공판에서 “대법 판결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달리 다투지는 않겠다”며 “주로 양형에 관해 변소하겠다”고 말했다. 형량에 관한 심리에 집중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법원종합청사에 도착한 뒤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려서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8월 29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최씨에게 제공한 34억 원 상당의 말 3마리와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낸 후원금 16억 원 등이 부정 청탁에 따른 뇌물이라고 판단, 이를 뇌물이라 인정하지 않은 2심 판단을 뒤집고 서울고법으로 파기환송했다. 이에 따라 뇌물 액수가 36억 원에서 86억 원으로 늘면서 이 부회장이 2심에서 받은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의 형량이 변경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법조계로부터 나온다.
파기환송심에서는 이 부회장이 뇌물을 건네면서 부정한 청탁을 했다는 승계 작업에 대해서도 공방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의 변호인은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과 관련해 청탁의 대상이 되는 ‘승계 작업’ 개념이 최씨 사건 공소장과 대법원 판결, 이번 사건 등에서 확연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이에 특검은 ”검찰이 현재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적법하게 중요한 자료를 확보했다“며 ”승계 작업이 존재했고, 어떻게 이 부회장을 위해 무리하게 진행됐으며 대통령의 우호적 조치 없이 불가능했는지를 증명하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사건 기록을 증거자료로 내겠다“고 했다. 이 변호인 측은 ”대법원은 승계 작업을 매우 포괄적으로 인정했고, 부정한 청탁도 포괄적으로 인정해 구체적으로 심리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며 ”양형이 핵심이고 가장 중요하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앞으로 두 차례 더 공판을 진행한다. 첫 번째 기일은 11월 22일 오후에 열어 유·무죄 판단에 대해 심리하고, 12월 6일 두 번째 기일을 열어 양형에 관한 판단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