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싸고 더 세다” 불법 일본 AV 국내 성인 콘텐츠 시장 장악…왜곡된 성의식 확산 단속 시급
그런데 유독 이런 흐름에서 배제돼 있는 영역이 있다. 바로 일본 AV(Adult Video)다. 그렇다고 이를 통해 일본이 큰 수익을 올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불법적으로 국내로 들어온 터라 일본 AV 업계도 피해자다. 그렇지만 범람하는 일본 AV로 인해 왜곡된 성의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는 부분은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검찰에 송치되기 위해 수원남부지방경찰청을 나서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 이를 계기로 웹하드 카르텔이 무너졌다. 사진=이종현 기자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구속 수감되며 웹하드 카르텔이 붕괴되기 시작한 지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 결과 몰카, 리벤지 포르노 등이 웹하드 업계에서 사라졌다. 불과 1년여 전에만 해도 웹하드 사이트에서 손쉽게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를 접할 수 있었음을 감안하면 놀라운 변화다. 여전히 다크웹(특정 브라우저에서만 접속 가능한 비밀 웹사이트) 등을 통해 그런 불법 성인 콘텐츠가 유통되고 있지만 가장 큰 유통망이던 웹하드 사이트에서는 대부분 사라졌다. 웹하드 카르텔의 붕괴로 자신의 알몸이나 성관계 장면이 고스란히 불특정 대중에게 유출돼 피해를 겪는 여성들도 크게 줄었다.
그렇다고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성인 콘텐츠가 유통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엄청난 성인 콘텐츠가 웹하드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고 있으며 불법 콘텐츠도 많다. 저작권자의 동의를 받지 않고 유통되거나 영상물등급위원회(영진위) 등급을 받지 않은 영상물 등이 대표적인 불법 콘텐츠다. 흔한 예가 해외 포르노다. 이를 제작한 해외 업체의 저작권을 무시한 채 불법 유통되는 데다 노출 수위의 제한도 없다.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처럼 일반인 피해자를 양산하는 불법 성인 콘텐츠는 아닌 터라 아직 당국의 적극적인 단속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다.
요즘 유명 웹하드 사이트 성인 코너마다 한·일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IPTV VOD 시장과 웹하드 사이트 등을 통해 성인 콘텐츠 유통망이 개선되면서 한국 에로비디오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다. 90년대 전성기를 누리다 비디오 대여시장의 몰락과 함께 오랜 침체기를 겪은 한국 에로업계가 VOD 시장과 웹하드를 통해 서서히 부활하고 있는 것.
한국 에로업계가 제작한 국내 합법 성인 콘텐츠의 최대 적은 불법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일본 AV다. 아직까지는 일본 AV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데 기본적으로 합법과 불법의 싸움이라 불법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물론 최근에는 아예 일본 AV를 정식으로 수입해서 유통하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한국을 찾아 팬미팅을 하는 일본 AV 스타들도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웹하드 시장에선 정식으로 수입되지 않은 불법 일본 AV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일본 AV배우 아키호요시자와의 한국 팬미팅 현장. 사진=고성준 기자
우선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기본적으로 국내 에로업계에서 제작한 성인 콘텐츠는 합법적으로 유통되고 있어 웹하드 사이트에서 제휴 콘텐츠로 구분된다. 500원부터 1000원, 2000원 등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제공되고 있지만, 제휴 콘텐츠가 아니라 용량에 따른 웹하드 이용료 100~400원 정도만 지불하면 되는 불법 일본 AV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린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일부 웹하드 사이트에선 국내 합법 성인 콘텐츠를 건당 100원에 파격 할인하는 등의 자구책을 내놓고 있다. 이런 파격 할인 이벤트로 인해 어느 정도 국내 성인 콘텐츠의 유통량이 증가했지만 아직 일본 AV에 미치지는 못한다.
불법이라 노출 수위도 차원이 다르다. 국내 성인 콘텐츠는 영진위의 심의 기준에 맞춰 노출 수위를 조절하고 있지만 일본 AV는 다르다. 아예 모자이크 처리도 안 된 포르노 수위의 AV가 넘쳐나는 데다 모자이크로 어느 정도 노출 수위는 맞췄을지라도 카메라 구도와 선정적인 내용 등이 국내 성인 콘텐츠와는 크게 다르다.
특히 내용이 충격적이다. 근친상간, 남학생들의 여교사 윤간, 회사 내에서의 부적절한 관계 등 자극적인 소재의 일본 AV들이 많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로 엄하게 단속되는 교복 차림의 여고생이 등장하는 AV도 많다. 이런 자극적인 내용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게 된 계기는 자막 서비스다. 한 국내 에로업계 관계자는 “일본 AV는 노출 수위도 충격적이지만 인물 구도와 스토리 등이 매우 자극적인 게 많다”며 “일부 업로더들이 엉성한 수준이지만 자막을 붙여 유통하기 시작하면서 자극적인 내용에 중독된 국내 이용자들이 즐겨 다운로드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의 부재도 치명적인 한계다. 아직 한국 에로업계는 과거의 전성기를 주도한 이규영, 은빛, 유리, 하소연 등의 계보를 이을 스타를 발굴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에로 스타들이 등장하면 이들의 팬들을 중심으로 한국 성인 콘텐츠 수요도 전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반면 일본 AV 업계의 유명 스타들은 이미 국내에서도 탄탄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다. 웹하드 사이트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AV 스타들의 신작만 찾아서 다운로드 받는 이용자들도 많다.
한국 에로업계를 다룬 영화 ‘레드카펫’의 한 장면. 사진=‘레드카펫’ 홍보 스틸 컷
이처럼 불법과의 정면 승부에서 합법은 이기기가 쉽지 않다. 성인콘텐츠 산업뿐 아니라 대부분의 영역에서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지만 불법이 승리하는 세상에선 필연적으로 다양한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성인 콘텐츠를 두고 찬반양론이 맞서온 것은 이미 오래됐다. 분명한 필요성이 있다는 의견도 많지만 왜곡된 성의식을 심어주고 범죄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비난도 많다. 그렇지만 국내 에로업계에서는 일본 AV의 위험성이 훨씬 크다고 지적한다. 너무 자극적인 내용이 많기 때문이다. 일본 AV 업계가 한국보다 규제가 적어 훨씬 자유롭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문화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 성인콘텐츠 전문가는 “일본 AV는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모자이크 처리도 없을 만큼 노출 수위가 매우 높거나 모자이크 처리가 돼 노출 수위는 다소 낮지만 내용이 매우 충격적인 것이다”라며 “새엄마와 의붓아들, 처제와 형부 등은 흔하고 아예 친엄마와 아들의 근친상간, 친엄마와 딸의 동성애까지 등장한다. 여교사를 학생들이 윤간하는 것은 기본이고 졸업 선물로 담임 여교사가 남학생과 성관계를 갖는 내용도 있다. 이런 일본 AV가 왜곡된 성의식을 국내에 확산시키고 있는 듯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일본 AV는 웹하드 사이트를 기반으로 거침없이 유통되고 있다. 일반인 피해자를 양산하는 몰카와 리벤지 포르노 등이 사라지면서 웹하드 사이트에 대한 단속의 손길이 크게 줄어들면서 최소한의 브레이크도 사라졌다. 일본 불매 운동이 한국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아무도 일본 AV까지는 신경 쓰지 않고 있다. 그러는 사이 국내 에로업계의 성인 콘텐츠 역시 하나둘 일본 AV처럼 자극적인 소재와 내용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