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과 소통·노조 관계 중시한 인선…우편사업 적자·집배원 과중한 업무 풀어야 할 과제
우정사업본부. 사진=일요신문 DB
[일요신문] 지난 7월 21일 강성주 우정사업본부장이 전격 사퇴한 가운데, 3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된 우정사업본부의 후임 본부장이 누가 될지 관심을 모은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동안 본부장 후보로 올라 있던 우정본부의 실·단장은 물론 현 지방우정청장 등을 대상으로 인선 절차를 벌였다. 최근 인선이 마무리돼 최종 대통령 재가만 남겨두고 있어 이르면 오는 15일 이전 결정이 날 것으로 보이며, 늦어도 이달을 넘기지 않고 본부장 업무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번 과기정통부의 우정본부장 인선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강성주 전 본부장 사퇴 당시 노조는 과기정통부와의 면담을 통해 후임 우정본부장으로 △우정사업에 대한 깊은 이해 △행정·기술직, 우정직, 비정규직 등의 목소리를 모두 경청할 수 있는 폭넓은 관점 △정책 결정 시 주위의 합리적 조언을 품고 갈 수 있는 포용력을 겸비한 인사를 요청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과기정통부가 이번 우정본부장 후보 인선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였다는 것이 본부 안팎의 후문이다.
우정본부 한 관계자는 “갑작스러운 본부장의 사임으로 현재 수개월간 본부장이 공석으로 돼 있다. 오랫동안 비워둘 수 없는 자리인 만큼 일단 본부 내에선 과기정통부에서 수일 안에 참신한 인물을 본부장에 내정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간부 관계자는 “과기정통부가 인선 과정에서 애를 먹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전 본부장이 노사갈등의 배경으로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한 채 사퇴를 한 만큼 조직 내부의 소통, 특히 노조와의 관계 등을 최우선적으로 하고 이를 중시해 최종 인선이 이뤄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동안 후임 우정사업본부장 후보로 거론된 사람은 현 본부장 권한대행인 정진용 경영기획실장을 비롯해 박종석 충청지방우정청장, 송정수 우편사업단장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현재 가장 유력한 주자는 송정수 우편사업단장이지만, 사실 과기정통부의 본부장 인선 초기에는 거론이 안 된 인사기도 하다. 초반에는 정진용 경영기획실장과 박종석 충청지방우정청장 등 2명을 후보 선상에 올려놓고 저울질을 해 왔다.
박종석 청장의 경우 올 7월 우정노조가 우정본부 사상 첫 파업을 계획했을 당시 노사 간의 철저한 중립적 역할을 해오며 가까스로 파업을 막은 장본인이기도 해 우정본부장으로 내정될 것이라는 소문이 심심찮게 오르내렸다. 하지만 인선 과정에서 내부적인 문제(?) 등으로 두 후보는 과기정통부의 눈 밖으로 밀려났고, 이들은 자연스럽게 인선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송정수 우편사업단장은 인선 막차를 탄 셈으로, 본부 내부에서는 과기정통부가 이미 송 단장을 본부장으로 내정 확정해 승인 절차를 마치고 다음 절차를 밟고 있다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후임 본부장의 역할이 수면 위에 떠오르고 있는 상황으로, 사실상 낙점된 송 단장이 내년도 본부의 우편사업 적자를 메우기 위한 대책을 어떻게 추진할지 주목받고 있다. 특히 집배원들의 과중한 업무와 다수 노조의 갈등은 후임 본부장이 꼭 풀어야 할 과제기도 하다.
경북 영천 출신인 송정수 단장은 1990년 행정고시 33회로 공직에 입문한 후 우정사업본부 남인천우체국장, 정보통신부 산업기술팀장, 과기정통부 정보보호정책관, 경북지방우정청장 등을 역임했다. 송 단장은 평소 소탈하고 원만한 성격으로 행정적 감각과 소통 능력이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현업에서는 우정사업본부장의 운영 정책이 지방우정청을 비롯해 총괄국, 우체국에 이르기까지 경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만큼, 새로운 본부장이 치적 쌓기 사업을 위한 조직 운영에서 벗어나고, 조직 구성원 대부분의 반감을 살 수 있는 소비 정책 추진을 지양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대구·경북=최창현 기자 ilyo0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