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애 “또 엄마 역할” 김희애 “또 파격 도전” 나란히 컴백…둘 다 웃을 수 있을까
이영애와 김희애는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들이다. 영화는 물론 드라마 주연으로 활약하면서 숱한 화제작을 만들어왔고 넘볼 수 없는 명성을 쌓았다. 실제 생활에선 누군가의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에도 충실한 시간을 보내는 연기자이기도 하다. 30년 넘도록 배우로 살아왔지만 연기와 작품에 안주하지 않는 모습 역시 이들의 공통점이다.
#이영애 “가족은 나의 자양분”
이영애는 11월 27일 개봉하는 ‘나를 찾아줘’를 통해 14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다. 2005년 출연한 박찬욱 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를 끝으로 영화와는 인연을 맺지 않았다. 마음을 자극한 작품이 없기도 했지만, 2009년 결혼해 2011년 낳은 이란성 쌍둥이 남매를 돌보느라 연기 활동을 시작할 겨를이 없던 영향이 크다.
영화 ‘나를 찾아줘’ 제작보고회에 참석한 배우 이영애. 사진=박정훈 기자
11월 초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이영애는 “20대와 30대 때는 배우로 온전히 나만 생각하고 지냈다”고 돌이켰다. 하지만 “늦게 결혼해(38세) 40대엔 가족과 두 아이에 집중하는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며 “엄마가 되고 나니 작품을 보는 눈도 변화했다”고 말했다. 결혼하기 전에는 작품이나 장르, 역할에 집중하면서 욕심을 냈다면 엄마가 된 뒤로는 자신이 참여한 작품이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면 좋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세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영화를 선택해 집중하고 싶다는 뜻이다.
14년 만의 복귀란 사실에서 주목받는 이영애는 사실 공백 기간에도 간간이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아왔다. 심사숙고 끝에 ‘나를 찾아줘’를 택한 데는 이유가 있다. “스릴러이지만 따뜻했고, 착하지만은 않은, 지리멸렬한 인간 군상들에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는 답이다. 이번 영화는 6년 전 실종된 아들을 목격했다는 제보를 받은 엄마가 홀로 낯선 마을로 향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영애는 유재명, 박해준 등 연기파 배우들과 호흡을 맞춘다.
아이를 잃은 엄마, 처절하게 무너진 채 진실을 찾아가는 엄마라는 설정은 이영애의 마지막 출연 영화인 ‘친절한 금자씨’와 일면 겹쳐 보이기도 한다. 이런 비교의 시선은 이영애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 그럼에도 “큰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두 작품 사이에 실제로 엄마가 된 자신의 상황이 있기 때문이다.
“가족과 보낸 시간이 큰 자양분이 됐고 이번 영화를 만나는 뿌리가 됐다”는 이영애는 “엄마의 마음을 알기에 역할을 더 입체적으로 느끼며 공감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엄마로 살면서 쌓은 감정이 이번 영화에 어떻게 담길지 스스로도 많이 궁금하다”며 “저에게 큰 전환점이 될 영화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도 했다.
영화 ‘윤희에게’로 컴백한 김희애. 사진=리틀빅픽처스
김희애는 11월 14일 영화 ‘윤희에게’로 관객과 만난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먼저 공개돼 호평 받았고 개봉 전 시사회 등을 통해서도 긍정적인 반응도 얻고 있다. 영화는 주인공 윤희가 한 통의 편지를 받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첫사랑의 비밀스러운 기억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다. 누구나 겪은 첫사랑의 기억을 되짚는 멜로영화처럼 비치지만 사실 ‘윤희에게’는 좀 더 내밀하다. 남녀의 사랑이 아닌, 여성들이 쌓아가는 섬세한 서사를 통해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는 다채로운 ‘사랑의 모양’을 관객에 선사한다.
동성애 코드가 담긴 영화인 만큼 망설이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는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왔는데 도전이 망설여진다면 그건 대중에 대한 배신이 아닌가”라며 “내 인생에 배우를 빼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고등학생 때인 1983년 영화 ‘스무해 첫째 날’로 데뷔해 인생의 3분의 2의 시간을 연기자로 살아왔으니, 그의 이런 말도 수긍이 간다.
사실 김희애처럼 배우라는 직업에 충실한 이를 찾기도 어렵다. 1980년대 청춘스타로 인기를 얻었지만 이내 연기력을 인정받으면서 묵직한 서사가 있는 작품들에 주력했고 1996년 IT사업가 이찬진 씨와 결혼해 두 아들을 출산, 육아에 전념한 뒤 다시 연기를 시작하고 나서도 파격과 도전을 넘나들었다. 2007년 친구의 남편과 사랑에 빠진 주인공의 이야기인 드라마 ‘내 남자의 여자’, 2014년 스무 살 어린 제자와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밀회’가 대표적이다. 이번 ‘윤희에게’까지 사랑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표현해왔지만 정작 그는 “영원한 사랑은 없는 것 같다”고 생각한다.
“영화를 내놓는 입장에서 이런 말이 부정적으로 들리겠지만, 사랑은 변한다”며 “백년해로는 하늘이 내린 운명일 뿐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니 사람들이 영화나 책으로 사랑을 향한 로망을 채우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열정적으로 연기에 임하지만 “어릴 땐 정말 아무 생각이 없었다”고도 털어놨다. “당연히 결혼하면 남들처럼 연기를 그만하는 줄로 알았고, 실제로 아이들 낳고 7년 동안 쉬기도 했다”는 김희애는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가급적 이전에 했던 역할과 비슷한 배역은 하지 않으려 했다. 피하다보니 본의 아닌 강제 휴식도 가졌지만 그래도 견뎠다”고 말했다.
어떤 작품에 참여하든 김희애는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요즘은 그 마음이 더욱 굳어졌다. 연기가 풀리지 않을 때, 자신감이 떨어질 때면 “에잇! 그동안 실컷 했잖아? 이젠 그만해도 되잖아?”라고 내심 ‘쿨’하게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애가 오랫동안 정상의 자리에서 연기하는 비결이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