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 전 부시장 개인비리 수사 막바지…정작 본류인 ‘감찰 무마’ 수사는 쉽지 않을 듯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비위 감찰 무마 사건이 정권의 뇌관이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지난 10월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부산시 국정감사에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은 김태우 전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의 고발로 수사가 시작됐다. 김 전 수사관은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감반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발의 본질은 ‘감찰 무마’다. 정당한 절차에 따라 진행되던 감찰이 외압으로 좌절됐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또 비위 의혹으로 사직한 고위공직자가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발탁되는 과정에 윗선의 개입이 있었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김 전 수사관은 개인 유튜브를 통해 ‘구명로비’ 의혹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민정수석보다 더 윗선이 개입했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10월 30일 대보건설 압수수색을 시작으로 11월 4일과 19일 세 차례 강제수사를 벌였다. 대상 업체에는 벤처투자업체 A 사, 전자부품회사 B 사, 사모펀드운용사 C 사, 신용정보업체 D 사, 자산운용사 E 사, 환경관련 업체 F 사 등이 포함됐다. 금융위원회와 부산시 집무실, 자택 등도 압수수색을 받았다.
검찰이 들이닥친 유재수 관련 기업체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친인척이 관련 회사가 포함됐다. 특별감찰반에서는 유 전 부시장 관련 4개의 비위 건에 대해 감찰을 벌였는데 그 가운데 한 건에 대해서만 감찰보고서를 작성했다. 압수수색을 받은 업체 가운데 A 사만 감찰보고서에 등장하고, 나머지 업체는 보고서에 등장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감반원이 작성한 감찰보고서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사촌 조카인 정 아무개 씨 소유의 회사가 대주주로 있는 벤처투자회사가 정부의 정책자금으로 조달된 펀드 운용사 자격을 따낸 데 대한 특혜의혹이 담겼다. 감찰보고서에 등장하는 골프접대 장소도 정 씨 일가가 소유한 골프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A 사는 정부 주도의 운용사 자격 4건을 따내며 급성장했다. 그 배경에 유 전 부시장이 힘을 쓴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2014년 5~6월 두 달 동안 A 사가 운용을 따낸 펀드 규모는 870억 원에 달한다. △애그로씨드 펀드 100억 원 △디지털콘텐츠코리아펀드 150억 원 △청년창업펀드 200억 원 △스타트업 윈윈펀드 420억 원 등이다. 운용사는 약정액의 2.0~2.5%에 해당하는 관리보수에다, 성과보수 지급 기준인 내부수익률이 5~7%을 초과하면 수익의 20% 이내에서 성과보수를 받는다.
당시 박원석 정의당 의원은 박 전 대통령의 외조카 관련 업체에 대해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한 회사가 연이어 4개 펀드의 운용사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인 데다 A 사의 운용사 지원 자격 미달도 문제로 지적했다. 2014년은 박근혜 정부가 창조경제 정책의 일환으로 정책적 펀드조성을 활발히 진행할 때다. 국정감사에서도 논란이 됐지만 금융위원회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해명만 내놨다.
검찰의 압수수색을 받은 또 다른 금융사는 야권 중진 전 의원의 자녀가 운영하는 회사로 알려졌다. 다만 유 전 부시장과 어떤 비위 관계에 있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당 회사 관계자는 “수사에 대해 회사 차원에서는 입장이나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유 전 부시장 비위 논란은 그의 화려한 이력 덕분에 관심이 집중됐다. 강원도 출신인 유 전 부시장은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재정경제부에서 근무하다 청와대로 전격 파견됐다. 유 전 부시장은 재경부 출신이 주로 파견되는 경제수석실이 아닌 대통령을 보좌하는 제1부속실로 배치됐다. 2004~2006년 유 전 부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며 이호철 전 민정수석과 함께 핵심 참모 역할을 맡았다. 이후 2017년 7월 유 전 부시장은 국가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 핵심보직인 금융정책국장으로 승진했다.
승진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 전 부시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특별감찰반의 감찰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 나왔다. 유 전 부시장은 감찰을 받던 중 돌연 병가를 내고 출근을 하지 않았다. 승진 7개월 만인 2018년 3월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에서 사직했다. 이후 유 전 부시장은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을 지내다 지난해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됐다.
유 전 부시장은 기업체로부터 골프채, 기차표, 차량 편의, 아들 인턴 채용 등의 특혜를 입은 의혹을 받고 있다. 특감반은 2017년 유 전 부시장을 조사할 당시 입수한 휴대전화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 담긴 메시지를 입수했다. 메시지에는 유 전 부시장이 업체 관계자에게 향응을 받고 ‘고맙다’는 취지의 답을 한 구체적 정황이 담겼다. 또 청와대 핵심 인사, 친문 국회의원 등과 나눈 대화도 다수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의 유재수 감찰 무마 수사가 급물살을 타고 있지만 민정수석과 더 윗선까지 들여다볼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검찰은 11월 21일 유 전 부시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자료 확보와 피의자 조사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개인비리 수사는 상당히 진척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사건의 본류인 감찰 무마 과정에 대해서는 수사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법조계는 검찰이 유 전 부시장을 뇌물죄로 기소하기 위해 향응의 대가성을 입증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사팀이 최근 금융위원회를 압수수색하고 ‘금융의 날’ 포상 과정을 들여다보는 것도 뇌물죄 적용을 위한 수순이다. 2016년 유 전 부시장이 금융의 날 표창 심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비위 관련 업체 E 사가 수상을 했다. 직접적인 표창 심사 위치에 있던 유 전 부시장과 상을 받은 금융사 사이에 대가관계가 성립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금융업계에서는 금융위원장 상을 받아도 금전적 이득이 없어 이를 대가성 있는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게다가 E 사는 금융위원장 표창을 홍보에 활용하지도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유재수 개인비리 수사에 집중하면 수사 방향이 어디로 튈지 모른다”며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넘어 정권 핵심부까지 공격하려는 야당이 자칫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