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관련 윤규근 총경 등 ‘조국 교집합’ 줄줄이 수사…검찰 일부 “조국 자택 압수수색이 패착”
검찰의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수사가 전방위로 이뤄지며 표적수사와 별건수사 꼬리표가 붙었다. 사진=이종현 기자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이 권력형 비리인 버닝썬 게이트로 확대되는 데는 ‘경찰총장’의 등장이 한몫을 했다. 경찰총장은 유인석 전 유리홀딩스 대표와 승리(본명 이승현)의 단체 대화방에서 민원해결사로 언급됐다.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은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민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당시 조국 장관이 민정수석을, 친문재인계 실세인 백원우 전 의원이 민정비서관을 맡았다. 민정비서관실에서는 대통령 친인척과 측근 비리를 주로 다룬다. 이 때문에 친문과 국가권력의 핵심부에서 일했던 윤 총경에 대한 검찰의 칼은 결국 더 윗선을 향할 지렛대라는 추측이 나온다.
검찰은 윤 총경에 대한 수사가 별건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버닝썬 게이트의 수사 과정과 공소장, 구속영장 신청 시기 등이 검찰의 의중은 명백해 보여준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버닝썬 게이트의 본류가 아닌 인물들을 줄줄이 구속한데다 적용한 혐의도 사건과 무관하기 때문이다.
버닝썬 게이트는 지난 6월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송치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검사 박승대)는 송치한 버닝썬 관련 사건들을 수사해왔다. 9월 18일 중앙지검 형사3부는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 전 대표인 정상훈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당시는 조국 펀드 논란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였다. 버닝썬을 수사하던 형사3부가 사건의 본류가 아닌 정 씨를 구속하자 조 장관을 겨냥한 수사라는 관측이 나왔다.
검찰은 버닝썬을 수사하다가 범죄혐의를 발견해 정 씨를 수사했다고 설명하며 조 장관과의 연관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하지만 공소장에는 정작 버닝썬과 전혀 접점이 없는 혐의가 담겼다. 녹원씨엔아이가 10월 10일 공시한 공소장 내용에 따르면 정 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횡령)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큐브스 법인자금 39억 7588만 원을 특정 업체를 경유해 빼내 쓰고, 또 있지도 않은 호재성 이슈를 허위로 공시한 게 주된 범죄 혐의다.
이후 검찰이 경찰청을 압수수색한 뒤 검찰발로 정 씨와 윤 총경 사이의 부적절한 주식거래 보도가 쏟아졌다. 윤 총경이 정 씨가 고발당한 사건의 경찰수사에 개입해 사건을 무마했고 그 대가로 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는 내용이다. 실제 윤 총경은 상장주인 큐브스 주식을 매입했고, 그 뒤 정 씨로부터 비상장주식을 무상으로 받았다고 알려졌다. 정 씨는 윤 총경이 매입한 주식의 손실보전 명목으로 비상장주를 지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정 씨의 횡령 혐의를 수사하다가 윤 총경 혐의점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닝썬 수사에서 정 씨로, 다시 윤 총경으로 타고 올라가는 식으로 수사가 이뤄졌다. 검찰은 10월 7일 윤 총경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자본시장법위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증거인멸 교사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10월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윤 총경에 대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구속 사유로 ‘범죄혐의 상당부분이 소명되고, 증거인멸 염려가 있다’고 밝혔다.
윤 총경 측은 영장 심사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검찰의 수사가 조국 장관을 겨냥한 것이란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또 검찰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방해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을 수사한다고 주장했다.
버닝썬과 조국 펀드뿐만 아니라 청와대 민정수석실과 관련한 수사도 진행 중이다. 김태우 전 특별감찰반원이 고발한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이다. 서울동부지검은 2019년 4월 조 장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등 전 특별감찰반과 관련된 고발사건을 대부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유 전 국장 사건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지난 9월 이인걸 전 특감반장과 유 전 국장의 감찰보고서를 작성한 전 특감반원을 소환 조사했다.
검찰의 저인망식 광폭 수사에 대한 비판은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이 패착이었다는 지적이다. 자택 압수수색으로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정부와도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됐다는 것. 관련자나 다른 자료를 통해 충분히 증거를 확보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급하게 압수수색에 나선 게 오히려 화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과 거리두기를 자처하며 이전의 정권과는 달리 검찰 수사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정부와 검찰은 거리를 두되 등을 지지는 않아왔다. 그러나 조 장관 자택 압수수색 이후 검찰은 정부와 완전한 평행선을 걷게 됐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기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민정수석 업무상 국가 기밀이나 보안사항에 관한 정보를 다룰 수 있다. 전직 민정수석에 대해 수사하며 휴대전화나 자택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최후의 보루로 삼았어야 한다”며 “윤석열 총장의 독단이 아니라 간부 검사들의 조국 장관에 대한 강한 반발심이 수사에 영향을 많이 미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
‘김태우 외 전직 특감반원도 앞다퉈 증언?’ 김도읍 의원 폭로에 설왕설래 김도읍 자유한국당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김태우 전 특감반원 외에 추가 폭로자가 나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수’의 특감반원에게 확인했다며 2017년 청와대 특감반원으로 근무한 A 씨와의 서면 질의답변 내용을 공개했다. 김도읍 의원에 따르며 유재수 부시장에 관련한 첩보는 2017년 8월 특감반에 접수됐고, 2개월 뒤 조사가 시작됐다. 유 부시장은 기업으로부터 차량 지원 등 각종 편의 제공을 받고 자녀 유학비와 항공권, 배우자의 골프채 등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또 여권 주요 인사들과 연락하며 금융위원회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하지만 유 부시장은 조사 과정에서 요구받은 자료를 제대로 제출하지 않고 조사에 응하지 않은 채 돌연 병가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말 병가를 낸 유 부시장은 2018년 3월 사직서를 내 수리됐다. 이후 국회 정무위원회 수석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경제부시장으로 영전했다. A 씨는 감찰보고서가 이인걸 특감반장과 박형철 반부패비서관을 거쳐 민정수석에게 올라가는 정상 보고 체계가 이뤄졌지만, 감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사건이 특감반장이나 반부패비서관보다 더 윗선에서 무마됐을 것으로 봤다. A 씨는 “최소한 민정수석이 지시해야 박형철과 이인걸이 따른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A 씨는 “유재수 비위 보고가 민정수석에게 들어가고 한참 뒤인 2017년 말 이인걸 당시 특감반장이 특감반 전원이 참석한 회의에서 (유재수 건) 더 이상 조사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며 “이 전 특감반장은 당시 회의에서 ‘이 XX(유재수 지칭) 감찰해야 하는데 못하게 됐다’며 분개했다”고 증언했다. 김 의원이 공개한 특감반원의 추가 폭로를 두고 검찰의 반응은 아리송하다. 당시 특감반원은 김태우 수사관을 제외하고 모두 현업으로 복귀했다. 폐쇄적인 검찰 승진 등 인사를 앞두고 있는 전 특감반원들이 대거 추가 폭로에 나섰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더군다나 A 씨의 주장대로라면 조국 전 민정수석의 감찰 중단 외압에 분개했던 이인걸 특감반장은 현재 정경심 씨의 변호를 맡고 있다. 금재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