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남’ ‘기녀’ 일탈 수두룩, 데이트 코스 등 조언이나 고민 나눠…“금수만도 못해” 비난 여론
간통죄 폐지 여파인지 불륜을 즐기는 남녀가 양지로 나오고 있다. 사진은 영화 포스터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미여-기남 커플입니다. 20대에 그를 처음 만났습니다. 어느덧 전 마흔을 목전에 두고 있고 그는 50대입니다. 연애하는 동안 남자친구만 바라봤습니다. 그가 또 다른 여성을 만나도 참고 기다렸습니다. 저는 소개팅, 선 자리 한번 나가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기르다보니 주말에 함께 놀 만한 사람도 거의 없습니다. 남자친구는 죽기 전엔 꼭 같이 살아보자, 애기도 갖자고 말합니다. 그는 자기 때문에 결혼도 못한 제게 미안한지 이제 다른 남자도 만나고 결혼도 하라고 말합니다.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네요.
#기여-미남 커플입니다. 여자친구는 저보다 열 살 연상입니다. 제가 결혼 적령기라 현실적으로 가정을 꾸릴 여자를 만나야 하는데, 여자친구는 암수술 전력도 있고 몸이 안 좋습니다. 그녀를 너무 사랑하고, 절대 헤어질 마음이 없어요.
#우린 전쟁 중입니다. 그는 출근도 못하고 우리 회사로 쳐들어오려는 와이프를 붙잡고, 잠잠해지면 또 제게 옵니다. 우린 미친 사랑을 하는 중입니다. 남자친구의 아내는 이혼은 절대 못해준다고 합니다. 나만 힘들면 되겠냐고, 너도 힘들라고 합니다. 그런데 전 안 힘들어요. 너무 잔인하지만 우린 둘이 손잡고 웃으며 이 전쟁을 합니다. 저는 오늘 그와 헤어져도 여한이 없습니다. 충분히 사랑했고 넘치는 사랑을 받았으니까요.
#기여-기남 커플입니다. 남자친구와 같이 살고 싶진 않아요. 지금처럼 일주일에 두세 번 만나 데이트하며 애틋한 게 좋아요. 같이 살고 남자친구가 일상이 되어버리면 지금 남편과 다를 게 없어지겠죠.
#남자친구와 불륜을 하는 사이 그의 아내가 암에 걸렸는데, 이 관계 끝내야 하는 건가요? 그는 아내가 항암치료를 받고 온 날 밤에도 저를 만나 함께 보냈습니다. 아내가 아픈데도 절 찾는 이 사람이 과연 어떤 사람일까 생각이 많아집니다.
‘금지된 OO’ 카페는 2004년 설립됐다. 현재 회원수가 2만 1300여 명, 하루 방문자수도 3만 명이 넘는다. 카페는 1950~1998년 출생자만 회원가입이 가능한데, 정회원이 되려면 남성의 경우 별도로 메일을 보내 승인을 받아야 해 인증조건이 까다롭다. 카페 소개글에는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불륜의 아픔,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휴식처입니다. 아름다운 결과가 있길 바랍니다’라고 적혀있다. 여기서는 익명으로 고민을 털어놓는 게시판,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는 게시판 등이 있다. 카페는 별도의 자문 변호사도 두고 있다.
불륜은 어디서 시작돼 어떻게 끝날까. 잠깐의 지나가는 바람이 외도의 전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온라인 카페 ‘금지된 OO’에 올라온 사례를 분석해보니, 잠깐의 불장난이 아니라 수년간 불륜을 이어 온 사례가 대다수다. 카페 회원들은 즐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서적 신체적 교감을 통해 실제 연인처럼 관계를 맺고 있다. 심지어 10년 이상 연인 관계를 이어온 케이스도 여럿 발견됐다. 이들은 스스로를 “부부나 다름없는 사이”라고 소개한다.
외도를 즐기는 연령대도 다양하다. 회원들 중에는 특히 40~50대가 많다. 이들은 불륜 상대를 주로 직장, 거래처, 동호회, 친목 모임, 채팅, 인터넷 카페, 동창회 등에서 만났다. 이 밖에도 병원에서 의사와 환자가 외도에 빠지거나,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다 만나서 시작된 이웃 간 불륜 케이스도 있다. 그야말로 어디에서든 불륜이 시작되는 셈이다.
불륜커플의 데이트는 평범한 연인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카페 회원들은 주위 시선을 피할 만한 코스, 집에다 댈 만한 핑계거리 등도 많이 공유했다. 실외 데이트로는 맛집, 영화관, 공원, 여행 등이 주를 이뤘다. 남들 눈을 피해 숙박업소를 찾거나 드라이브를 하는 데이트 코스도 많다. 직장인 연인의 경우 평일 오후 외근이나 연차를 이용해 데이트를 많이 즐겼다. 장거리 커플은 점심시간을 이용해 중간지점인 휴게소 데이트를 즐기기도 한다. 오래 연애해온 불륜 선배(?)들은 ‘아지트’를 마련하라는 조언도 했다. 아지트는 안전한 곳에 오피스텔을 얻어 데이트 장소로 삼는 것을 뜻한다.
불륜을 할 땐 달콤하지만 사실이 발각되면 법정 다툼에 휘말리기도 한다. 서울중앙지법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불륜카페 회원들은 결혼생활로 잊고 있던 연애감정을 외도에서 찾고 있다. 정신적인 외로움과 부부관계의 불만이 불륜의 주된 사유다. 하지만 외도의 끝은 아름답지 않다. 불륜 사실이 발각되면 법정다툼으로 이어지는 게 부지기수다. 카페에서 ‘소송’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되는 게시물은 1500건에 달한다. 외도 당사자가 당하는 소송은 대부분 민사상 손해배상청구소송인 상간자 소송이다. 소송에 들어가는 변호사 비용과 합의금도 수천만 원대다.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외도에 적극적인 기혼자는 많다. 또 다른 일탈카페 ‘장OO의 일탈만남’은 더 노골적이다. 1989년 이전 출생자만 가입 가능한 이 카페의 회원수는 5만 7900여 명이다. 수다 게시판, 남녀 익명 만남 게시판, 남성회원 사진 공개 게시판 등이 있다. 이 카페에서는 기혼 남성이 사진을 올리며 만남을 이어갈 여성 회원을 공개적으로 구하는 글도 여럿 발견된다.
불륜카페에 대한 비난 여론은 거세다. 맘카페는 물론 젊은 세대가 주로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불륜카페는 비난의 대상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불륜에 대해 “더러운 것들, 금수만도 못하다”, “불륜 한다고 이마에 써 붙이고 다녀라”, “그럴 거면 왜 결혼생활을 유지하나”, “당당하면 양가 부모님 허락 받고 만나라” 등과 같은 비판이 쏟아졌다.
한 회사원은 “사내 불륜 커플은 이를 숨기지만 주위 대부분이 알고 있다”며 “불륜 커플에 대해 별다른 감정은 없지만 좋게 보이지는 않는다. 같은 팀에서 일하는 건 달갑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기업 인사팀 관계자는 “사내 불륜으로 그 배우자가 회사로 연락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인사팀에서는 불륜에 연루된 직원과 면담을 하는데 사건이 잘 마무리돼도 여성이 주로 회사를 관둔다. 조직 입장과 개인 사생활 측면에서 뭐가 맞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금재은 기자 silo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