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급증한 편의점 올해 하반기부터 재계약…편의점 본사들 ‘수성’과 ‘공세’ 놓고 저울질
국내 편의점은 지난 2014년부터 급증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집계를 보면, 2013년 300개에 불과했던 편의점 순증 규모는 2014년 1241개로 4배 늘었다. 이듬해엔 3348개로 다시 3배 가까이 늘었고, 2016년에는 4614개, 2017년 5307개 매장이 새로 문을 열었다. 편의점 가맹계약은 통상 5년 단위로 갱신된다. 2019년 현재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총 4만 1600개다. 이 가운데 1만 개가 넘는 점포들이 올해 하반기부터 2022년까지 재계약을 해야 한다.
2014년부터 급증한 편의점 점포들의 계약 종료 시점이 다가오면서 편의점 본사들의 눈치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재계약 점포 모시기 ‘사활’
재계약 점포의 중요성은 올해부터 부각됐다. 그동안 편의점 본사들의 경쟁은 ‘출점’에 방점이 찍혀있었다. 편의점은 점포수가 수익과 직결되는 전형적인 ‘규모의 경제’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존 점주를 유치하는 것보다는 잘 되는 편의점 근처에 새로 편의점을 하나 더 여는 것이 이익을 끌어올리는 손쉬운 방법이었다. 하지만 ‘편의점 옆 편의점’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출점 경쟁이 심해지자, 편의점 본사들은 올해 스스로 근접 출점을 자제하는 ‘자율 규제안’을 발표했다. 담배 소매점 간 제한 거리(100m) 안에서는 브랜드에 관계없이 편의점을 새롭게 열지 않는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에서 2018년 들어서면서부터는 인건비 및 임대료 상승 등으로 폐점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추세라 기존 편의점의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향후 3년 동안 자유계약(FA) 시장에 나오는 재계약 점포들이 업계 판도를 좌우하게 된 셈이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앞서 매물로 나왔었던 미니스톱 가격이 시장 예상치보다 높았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편의점 본사는 올해 초 점포개발 담당 조직을 확대했다. 관련 부서를 늘렸고, 임원급 자리를 새로 만들어 전략과 지원 업무를 맡겼다. 올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재계약을 하는 편의점 점주들을 공략하기 위한 조직 개편이었다. 이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재계약 점포가 시장에 쏟아지게 되는 만큼 일찌감치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약 점포를 유치하기 위한 편의점 본사들의 눈치싸움은 최근 극에 달하고 있다. 도심 주요 지역에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포가 영입 1순위다. 편의점 업계에선 하루 평균 매출 200만 원, 마진율 25% 이상을 ‘알짜 점포’로 판단한다. 또 다른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마진이 적은 담배 판매보다는 도시락, 물, 커피 등 마진율이 높은 상품을 많이 판매하는 점포에 ‘프리미엄’이 붙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 하반기에 들어서기 전부터 편의점 본사들은 알짜 점포에 접촉해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해왔다. 대규모 일시금이 대표적이다. 재계약을 하거나 간판을 바꿔달면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달하는 일시금을 준다. 일종의 권리금 형태다. 매달 영업 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현금 지급을 약속하기도 한다. 수십만 원부터 수백만 원까지 규모는 다양하다. 편의점 가맹점주들이 가장 선호하는 ‘수익배분율 조정’ 부문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기본 수익배분율은 가맹점주 6.5, 본사 3.5인데, 8 대 2부터 많게는 9 대 1까지 올랐다.
현금과 수익배분 조정에 더해 ‘상생’ ‘협력’이라는 취지로 추가 복지혜택을 경쟁적으로 제시한다. 한 편의점 본사는 가족이 결혼할 때 웨딩 플랜 서비스를 해주면서 예물, 예복, 신혼여행 등에서 일반 고객 대비 최대 200만 원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청첩장, 식전 영상 등도 무료고, 향후 산후조리, 가사 지원, 아이돌봄, 요양보호사 서비스에도 할인이 붙는다. 다른 편의점 본사는 무료 법률 자문서비스나 경조사가 있을 경우 본부 직원을 파견해 매장 관리를 해주는 혜택을 제공한다. 운영 기간에 따라 점주 자녀의 학자금을 지원해주는 곳도 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부 편의점 점주들은 역으로 본사에 거래를 제안하기도 한다. 먼저 일시금을 제시하거나, 추가로 더 해줄 게 있는지를 묻는다. 편의점주가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는 본사와의 ‘협상 팁(Tip)’이 공유되고 있다. ‘갑과 을’의 경계가 모호해진 셈이다. 앞서의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점주가 없는 건 아니지만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판 전쟁’ 속 업계 ‘빅2’ 경쟁 주목
현재까지는 편의점 업계 ‘빅2’인 CU와 GS25가 유리한 고지에 올라있다. 두 회사와 업계 3위인 세븐일레븐과 격차는 상당하다. 일찌감치 가맹점주 지원책을 마련해 뒀고, 재계약 점포들을 유치할 실탄도 넉넉하다. 다만 왕좌를 두고 두 회사가 벌이는 기싸움은 ‘재계약 시즌’이 마무리될 때까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CU와 GS25는 업계 1위를 두고 끝없는 논쟁을 벌이고 있다. 일단 ‘몸집’의 기준인 점포수는 CU가 GS25보다 많다. CU는 1990년 1호점을 개설한 이후부터 2019년 현재까지 왕좌를 지키고 있다.
다만 경영 실적·점포당 매출과 같은 ‘내실’은 GS25가 앞선다. 지난 3분기 기준 GS리테일 편의점사업부 매출은 1조 8178억 원, 영업이익은 89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CU는 매출 1조 5828억 원, 영업이익 648억 원을 기록했다. 앞선 1, 2분기는 물론 지난해 연간 실적에서도 GS25가 CU보다 높은 실적을 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점포당 매출 역시 GS25는 면적(3.3㎡, 약 1평)당 평균 매출액 3129만 원으로 CU 2694만 원보다 높았다.
GS25는 최근 점포수에서도 CU를 근소한 차이까지 따라잡았다. 편의점 본사들이 공개한 지난 10월 기준 점포수를 보면, CU는 1만 3746개로 국내 편의점 브랜드 가운데 여전히 가장 많았지만, GS25가 1만 3696개로 따라잡았다. 차이는 불과 50개. 두 회사가 경쟁한 이래로 가장 적은 수치다.
CU와 GS25 관계자는 모두 “무리한 점포 확장은 시도하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예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미 규모의 경제는 실현돼 있고, 점포를 늘리는 것보다는 수익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다른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신규 출점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재계약 점포 모시기를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업계 1, 2위 입장에선 숫자 늘리기보다는 전략적으로 알짜 점포를 가져오는 게 더 유리하다”라고 말했다.
업계 3위 세븐일레븐과 4위 이마트24도 맹추격을 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최근 바이더웨이를 인수 9년 만에 흡수·합병했다. 올해 안에 점포수가 1만 개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4위 이마트24는 지난 10월 기준 매장이 74개 늘면서 4364개를 기록했다. 전체 점포수는 적지만 순증 수준은 ‘빅2’와 비슷하다.
문상현 기자 m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