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 문제로 철거해주길” vs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11월 24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비상 의원총회에서 단식 중인 황교안 대표가 자리에 누워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도읍 당대표 비서실장에 따르면 김광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11월 25일 문자 메시지를 통해 “실장님 어려운 말씀 드려야 해서요. 알고 계신 것처럼 분수대광장이 천막 설치가 불가한 지역입니다”라고 말했다.
김 비서관은 “황 대표님의 힘든 상황과 특수성을 잘 이해하고 있지만, 그곳에서 오랫동안 집회를 이어오시던 분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규정상의 문제가 있어서 경찰을 비롯해 실무자들도 고충이 크니 자진 철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고 요청했다.
김 의원은 이 메시지를 기자들에게 공개하며 “제 1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하는데 거기에 대한 화답은 없고 대표가 바람막이로 사용하는 천막을 철거하라는 것이 과연 문재인 대통령의 뜻인지 묻고 싶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어 김 의원은 “(청와대가) 처음부터 천막을 치는 것을 방해했고, 그런 상황에서 저희 뜻을 관철하기 위해 비닐로 바람을 막고 영하의 추운 날씨를 견뎌왔다”며 “하지만 목숨을 걸고 투쟁하는 대표가 칼바람을 그대로 맞는 것을 도저히 두고 볼 수 없어서 오늘 천막을 다시 쳤다”고 말했다.
앞서, 황 대표는 지난 20일부터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지소미아(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 철회,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 포기, 연동형비례대표제(연비제) 선거법 철회’ 등 3가지 조건을 내걸고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당초, 청와대는 대통령 경호 등의 문제로 청와대 앞 천막 설치를 불허했고, 황 대표는 국회 본관 앞에 천막을 설치하고 두 곳을 오가며 단식 투쟁을 했다. 그러나 황 대표의 의지로 23일부터 청와대 앞 노상에서 단식 투쟁을 이어 왔다. 처음에는 원터치 텐트로 시작해 이후 비닐 천막이 설치됐으나 얼마 안 가 쓰러지자 25일 흰색 몽골 텐트를 설치했다.
한편, 황 대표는 심각한 탈수 증세를 보이며 몸 상태가 급격히 악화돼 몸져 누운 상태로 전해졌다. 혈압도 불안정해 119 구급대와 비상 연락망을 구축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