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식 기자와 공저, 주로 검찰에 대해 언급…“김기현 사건, 검찰이 불기소 처분 하면 대응 방도 없어”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황 청장은 검찰에 대한 생각을 많이 언급했다. 총 4부로 구성된 이 책은 ‘1부 검찰과의 전쟁’, ‘2부 잊지 못할 사건들’, ‘3부 가지 않은 길’, ‘4부 묻고 답하다’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과 수사구조 개혁을 위해 검찰과 치른 전쟁의 비화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2·3·4부에서도 꾸준히 검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우선 고래고기 환부사건은 1부 검찰과의 전쟁의 마지막 챕터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를 통해 구체적으로 밝혔다. ‘고래고기 환부사건’이 ‘피의사실 공표 사건’으로 이어지며 검경 갈등의 대표적인 사례가 된 사연을 자세히 언급했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은 2부 ‘잊지 못할 사건들’의 마지막 챕터 ‘정치공방으로 얼룩진 울산시장 측근 수사’를 통해 구체적으로 다뤘다. 우선 사건 자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당시 울산시장 관련 수사는 크게 세 갈래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김 시장 동생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였다. 내가 울산청장으로 부임하기 전 한 건설업자의 고발로 시작된 사건이었다. 두 번째는 김 시장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였다. 이는 경찰청 첩보에서 비롯됐다. 세 번째는 편법 후원금과 관련된 김 시장 측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였다.”
이렇게 시작해 세 사건의 경찰 수사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자세하게 언급했다. 결국 경찰은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에 대해 황 청장은 책을 통해 “똑같은 증거를 두고 어쩌면 그렇게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검찰이 불기소 처분을 한다면 경찰로서는 달리 대응할 방도가 없다”며 “이 사건의 본질은 경찰이 강력한 부패 척결 의지를 갖고 현직 시장 측근들의 토착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인 것이다. 또 하나의 쟁점은 검찰의 수사권 또는 기소권 남용이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울산시장 측근 비리 관련 경찰 수사결과에 대한 검찰의 판단은 이해하기 어려웠다”며 “검찰의 불기소 처분이 곧 경찰의 무리한 수사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권 일부에서 무분별하게 경찰 수사를 비난한 것은 유감스러웠다”고 밝혔다.
울산시청에 있는 울산시장 비서실장 사무실을 경찰이 압수수색한 날은 자유한국당이 울산시장 후보 공천을 확정한 날이었다. 당연히 자유한국당은 ‘유력 야당 후보에게 흠집을 내려는 정치적 수사’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 부분에 대해 황 청장은 책에서 “경찰은 압수수색영장이 언제 발부될지 알 도리가 없었기에 정치 일정에 맞추어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건 터무니없는 얘기였다”라고 설명했다.
황운하 청장은 내년 국회의원 출마를 위해 명예퇴직을 신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지난해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최근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황 청장은 오는 12월 9일 대전시민대학 식장산홀에서 책 ‘검찰은 왜 고래고기를 돌려줬을까’의 출판 기념회를 연다. 오로지 책 내용을 홍보하기 위한 자리로 마련된 출판 기념회인 터라 정치인을 초청하지 않고 현장에서 책을 판매하지도 않을 계획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