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선부터 차인하까지 올해만 5번째…‘극단적 선택’ 보통 10월~3월 집중, 대중의 따뜻한 시선 절실
2005년 2월 배우 이은주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며 연예계는 큰 충격에 휩싸였다. 당시만 해도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흔치 않은 뉴스였다. 연예계는 큰 슬픔에 빠졌지만 지나가는 바람 정도로 여긴 이들이 더 많았다. 그런 일이 또 생길 것이라곤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배우 이은주의 일산 청아공원 납골당. 사진=임준선 기자
2007년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유명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뉴스가 끊이지 않고 이어지기 시작한 것. 2007년 1월 가수 유니가 세상을 떠나고 2월에는 배우 정다빈이 사망했다. 2008년에는 9월 배우 안재환이 사망했고 한 달 뒤인 10월에는 당대 최고 스타 최진실이 세상을 떠났다. 2009년 3월 배우 장자연이 세상을 떠났고 거센 후폭풍이 이어졌다. 2010년 3월에는 배우 겸 가수 최진영, 그해 6월에는 배우 박용하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당시를 기억하는 한 연예계 원로 관계자의 회상이다.
“2007년부터 2010년 사이에 유독 많은 연예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부분 우울증 때문이었고, 극단적인 상황에 내몰리는 사연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이즈음 신인이나 무명 연예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례도 많았다. 연예계가 전반적으로 침울한 분위기였다. 누군가의 죽음, 그것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 그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연예기획사들에도 큰 변화가 있었다. 그 전에는 괜한 루머라도 돌까봐 터부시하던 정신과 진료를 회사에서 소속 연예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유하기 시작했다.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도 컸다. 우울증이나 공황장애 등 정신적인 질환을 갖고 있는 연예인들을 응원하고 격려해주는 인식이 확대됐다. 그러면서 2011년부터는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 소식이 줄어들기 시작해 몇 년 동안은 아예 그런 비보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다시 그때의 분위기가 반복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실제로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2011년 이후 급감한다. 2011년 5월 SG워너비 출신 채동하가 세상을 떠났고 2013년에는 조성민과 듀크 김지훈이 사망했다. 그리고 몇 년 동안 유명 연예인의 비보가 끊겼지만 2017년 12월 샤이니 종현이 세상을 떠났다. 2018년에는 하지원 동생인 배우 전태수와 중견배우 조민기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그리고 올해에는 무려 5명이 그렇게 또 세상을 떠났다. 연예관계자들은 유독 연예계에서 ‘베르테르 효과’(유명인 또는 평소 선망하던 인물이 자살할 경우, 그 인물과 자신을 동일시해 자살을 시도하는 현상)가 심하다고 보고 있다. 한 중견 연예기획사 대표의 말이다.
가수 구하라 빈소.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평소 우울증이나 조울증을 앓고 있는 연예인이 많은 데다 일반인은 모르는 고통을 공유하고 있다는 생각에 동료 연예인의 비보를 더욱 슬프게 받아들이곤 한다. 그래서 그런 슬픈 일이 몰려서 벌어지곤 한다. 올해도 설리가 세상을 떠나고 채 두 달이 되지 않았는데 벌써 세 번째 비보가 들려왔다. 게다가 10월에서 3월 사이에 그런 일이 많았다. 아무래도 겨울이 우울증에는 위험한 계절이니까.
올겨울이 상당히 걱정된다. 연예기획사들도 2007년 2008년 즈음처럼 소속 연예인 관리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이미 들려온 비보들로 뒤숭숭하고 마음이 아프지만 더 중요한 건 바로 지금부터다. 말 그대로 지금 연예계에는 ‘자살 주의보’가 내려져 있다. 더 이상은 그런 비보가 들려오지 않도록 우리도 노력하겠지만 대중의 따뜻한 시선이 절실하다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그만큼 연예인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는 몰려서 발생한다. 유니와 정다빈의 죽음이 20여 일 사이에 연이어 벌어졌고 안재환과 최진실의 비보 역시 채 한 달도 안 되는 사이에 연거푸 들려왔다. 종현과 전태수도 한 달여의 간격을 두고 연이은 비보였다. 그리고 올해 역시 마찬가지다. 게다가 유명 연예인의 극단적인 선택은 일반인들에게 미치는 베르테르 효과도 크다. 실제 유명 연예인의 비보가 들려오면 사회 전반의 자살률이 급증하곤 한다.
이런 까닭에 연예관계자들은 올겨울 더욱 충격적인 비보가 전해질 위험성이 크다는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는 대중의 도움도 절실하다. 악플을 달지 않는 등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더 이상 연예계에서 이런 비보가 들려오지 않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재진 프리랜서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으로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