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 무죄·특수준강간 유죄 1심서 각각 징역 6년·5년…2심선 되레 형량 늘어날 수도
FT아일랜드의 전 리더 최종훈이 지난 11월 1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결심공판 최후진술에서 울먹이며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무거운 죄다. 지금껏 연예계에서 벌어진 성범죄 가운데 가장 충격적이었고 법원의 판결도 마찬가지였다. 최종훈은 결국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정준영은 징역 6년. 불과 1년 전만 해도 절정의 인기를 누리던 톱스타 둘이 징역 5년과 6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 출석 당시의 정준영. 사진=고성준 기자
정준영과 최종훈은 크게 두 가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우선 유명한 ‘정준영 단체 카톡방’이다. 2015년 말부터 8개월 이상 정준영은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 최종훈 등 지인들과의 단체 대화방에서 여러 차례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 결과 단체 카톡방을 통해 영상이 유포된 피해자만 10명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다.
또 하나는 2016년 1월 강원 홍천군, 3월 대구 등에서 여성을 만취시킨 뒤 집단 성폭행한 사건이다. 이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특수준강간) 혐의다.
지난 11월 13일에 열린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정준영에게 징역 7년, 최종훈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신상정보 고지, 아동청소년·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제한 등을 재판부에 요청했으며 재범의 여지가 있다며 5년의 보호관찰명령도 청구했다. 실형은 물론이고 자칫 전자발찌까지 착용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 11월 29일 오전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강성수 부장판사)는 정준영에게 징역 6년, 최종훈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또한 각 80시간의 성폭력 치료 이수와 5년간 아동·청소년 관련 시설 등에 취업 제한도 명령했지만 보호관찰 청구는 기각했다.
화제가 됐던 ‘정준영 단체 카톡방’을 둘러싼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정준영이 불법 촬영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는 점이다. 다만 그의 변호인단은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대화 내용이 위법하게 수집돼 증거 능력이 없다고 주장했다.
기본적으로 재판부는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이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는 아니라고 봤다. 그럼에도 무죄 판결이 나온 까닭은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의 진정성립(어떤 문서나 사실이 맞는다고 확인하는 것)이 되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핵심 증거가 진정성립이 되지 않아 증거 능력을 상실한 터라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는 무죄가 나왔다. 다만 정준영은 이미 법정에서 불법 촬영 자체는 인정한 만큼 이 부분이 형량에 반영됐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 당시의 최종훈. 사진=고성준 기자
그럼에도 재판부는 특수준강간 혐의를 유죄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정준영이 최종훈과 같이 성관계를 했다고 진술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객관적인 자료인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술에 취해 항거불능 상태인 피해 여성을 정준영과 최종훈이 합동해 간음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이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에서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했지만 특수준강간 혐의에서는 ‘객관적인 자료’로 인정됐다. 단체 카톡방을 통해 불법 촬영물을 공유한 혐의를 입증할 만큼 진정성립이 되진 않았지만 여기서 오간 대화 내용들은 객관적인 자료로 일정 부분 증거 능력을 갖고 있다고 본 것이다.
이처럼 1심 선고에서는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의 증거 능력이 가장 첨예한 부분이 됐다. 재판부는 “사건 특성상 카톡 대화 내용은 진실의 발견을 위해 필수적인 자료”라며 “성범죄뿐만 아니라 사업가, 경찰 등과의 유착 의혹도 포함돼 있는데, 관련 진실을 밝히기 위한 공익의 필요성도 상당하다. 카톡의 증거 능력에서 비롯된 공공의 이익이 사생활 침해 방지에 따른 이익보다 우위에 있다”고 밝혔다. 만약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된다면 또 다시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의 증거 능력을 두고 치열한 법정 공방이 예상된다.
이제 항소 여부를 두고 복잡한 셈법이 시작됐다. 정준영과 최종훈은 모두 특수준강간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만큼 항소할 가능성이 높지만 자칫 무죄를 받은 카메라등이용촬영 혐의까지 2심에서 유죄로 인정될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가장 결정적인 부분 가운데 하나였던 보호관찰 청구도 1심에선 기각됐지만 2심에서 받아들여질 수 있다. 2심에서 단체 카톡방 대화 내용의 증거 능력이 인정될 경우 형량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이고 보호관찰 청구도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