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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그룹이 하나로통신 인수를 포함한 수조원대의통신사 업 투자계획을 밝혀, 그 재원 마련을 놓고 세간에 궁금 증이 일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LG그룹 전자부문 사업 전략회의에 참석한 구본무 회장. | ||
한동안 주춤거리던 LG의 통신사업에 대한 투자 계획이 다시 수면위로 나온 것은 하나로통신에 대한 인수 문제 때문이다. 지난 7월3일 열린 하나로통신 이사회에서 LG그룹은 하나로통신에 5천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겠다고 제안했다. 증권가에선 LG가 하나로 경영권 인수를 위해 5천억원을 만들 수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LG가 5천억원으로 하나로 경영권을 인수할 수는 있지만 하나로의 경영이 정상화되기 위해선 그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
동부증권의 김성훈 애널리스트는 ‘LG의 통신사업 강화에도 대세에는 변함이 없다’란 제목의 보고서를 냈다.
그는 이 보고서를 통해 향후 2~3년간 LG가 그리는 통신사업을 완성하기 위해선 하나로 증자 자금 5천억원, 데이콤의 파워콤 인수 자금 8천억원 중 내년 말까지 잔금 4천98억원을 내야 하는 점, 하나로와 데이콤의 합병 준비금 2천6백억원이 드는 등 관련사 경영권 확보와 업체 통합비용으로 1조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산했다.
게다가 통신 사업 강화를 위해 추가로 1조원 이상의 투자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것. 문제는 “LG의 통신 계열사들이 이런 투자자금을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지 못하는 구조라는 점”(김성훈 애널리스트)이다. 어쩔 수 없이 돈을 꿔와야 하는 상황이란 얘기다. LG가 올해 안에 하나로 인수자금 5천억원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5천억원은 경영권 인수 자금일 뿐 유동성 위기에 빠진 하나로를 구할 수 있는 자금은 아니다. 하나로의 부채는 2조2천억원 정도. 지난 상반기에 4천억원의 부채를 상환했고, 오는 연말까지 4천억원 정도를 다시 상환해야 한다.
LG가 제안한 5천억원 유상증자로 하나로에 새돈이 들어가도 하나로의 부채에 대한 이자비용이 연간 1천4백억원이 넘는 수준임을 고려할 때 연말까지 4천억원의 부채를 상환하고나면 다시 돈이 궁해지는 구조인 것. 업계에선 하나로통신이 영업이익으로 수익이 나는 구조를 갖추려면 현 부채규모를 1조원대로 떨어뜨려야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결국 최소한 LG가 하나로의 경영권을 가져갈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해선 1조원대의 신규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는 얘기다. 게다가 LG의 정 사장은 통신 3강체제의 확립과 LG의 통신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두루넷을 인수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그런데 두루넷은 빚만 1조원대다.
증권가에선 LG가 두루넷의 빚을 떠안고 인수할 경우 1천억원대의 현금으로 두루넷을 인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그럴 경우 LG는 통신사업부문 계열사에서만 새로이 3조원대 가량의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계열사들의 과도한 부채 증가가 그룹 전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LG그룹의 통신 사업 구조조정안에 대한 우려를 내놓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LG는 올해 계열사인 LG카드에 1조원대의 신규자금을 넣는다는 계획을 집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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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로통신 | ||
LG그룹 전체적으로 보면 올해 카드와 통신사업 분야에 큰돈이 들어가고 있는 셈이다. 때문에 LG의 ‘거대한 통신 투자 계획’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특히 LG의 하나로통신 경영권 인수에 대해 강한 반감을 보여온 하나로통신 노조에선 LG의 통신사업 구조조정 방안에 대해 극히 냉소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나로통신 노조는 “과거 LG가 데이콤 인수시 데이콤에 7천억원을 투자해 3년 후 통신일류업체로 키우겠다고 주장했지만 현재 데이콤은 추가 투자는커녕 그때보다 더 경쟁력을 상실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LG가 “고작해야 8백억원의 자금만 준비해놓고 하나로 경영권을 노리고 있다”며 LG의 투자자금 여력에 대해 강한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LG쪽에선 “현재는 하나로통신의 유상증자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로가 단독으로 추진하던 외자유치 계획에 버금가는 5천억원의 유상증자를 통해 신규자금을 유입하고 데이콤이나 파워콤 등 LG 계열 통신회사와 전략적 제휴를 통해 사업구조조정을 단행하면 LG의 통신사업도 수익이 나는 구조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즉, LG의 입장은 최소한 1조원이 넘게 들어가는 통신 분야의 추가 투자 계획은 내년 이후에나 검토할 사안이라는 것. 때문에 지금 추가 투자자금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정홍식 사장도 LG의 재원 마련안에 대해 5천억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만 분명히 했을 뿐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해선 “주머니 속 사정까지 다 보여줄 수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일각에선 LG가 통신사업에 들어가는 2조원대 이상의 돈을 마련하기 위해선 결국 통신 계열사들의 구조조정을 통한 외자 유치가 대안이 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LG쪽에서 하나로의 유상증자 뒤 확실한 지배주주로 자리를 잡은 뒤 하나로와 데이콤, 파워콤 등 LG 계열 통신회사들과 전략적 제휴라는 이름으로 본격적인 사업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얘기다. 이런 방안에 대해선 LG쪽에서도 인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 흘러나오는 또 하나의 대안은 LG 비핵심 계열사의 매각을 통한 자금마련이다. 이 부분에 대해 LG쪽에선 “지금 체제에서 지주회사인 (주)LG에 들어간 회사 중 비핵심계열사는 없다”며 간접 부인했다. 적어도 지주회사 체제에 들어간 회사를 매각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얘기다.
현재 LG의 지주회사 체제에 빠져있는 LG 계열사는 LG상사, LG건설, LG생명과학, LG투자증권 등이다. 이와 관련, LG는 LG건설이나 LG투자증권의 경우 대주주가 직접 지분을 보유할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또 LG생명과학의 경우 지주회사 편입 작업을 벌이고 있는 중이다.
이미 수조원대의 자금을 투입한 통신사업에 통신업계의 대부소리를 듣는 정홍식 사장을 영입해 수익성 위주의 구조로 사업구조조정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LG가 구조조정을 위해서 또 다시 들어가게 되는 최소 1조원대의 자금을 어떻게 동원할지, 그래서 LG의 염원이던 통신사업에서 경쟁력 확보라는 성과를 거둘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