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쫄면.
쫄면은 대체 어떻게 인천에서 시작된 걸까요?
쫄면
대한민국에는 각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들이 존재합니다. 춘천의 닭갈비, 안동의 찜닭, 포천의 이동갈비 등등... 이런 음식들의 특징은 원조 논란이 많죠.
쫄면에 대해서도 많은 설들이 있지만,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는 1970년대 인천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천 중구 경동에 위치한 ‘광신제면’은 냉면을 만드는 공장이었는데, 작업상의 실수로 면 사출기의 노즐을 잘못 끼워 냉면으로 쓸 수 없는 두꺼운 면이 나와 버린 것이죠.
많은 새로운 것들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그렇듯, 쫄면 역시 이런 실수에서 시작됐습니다.
냉면보다 더 굵고 질기고 쫄깃한 이 면을 버리기는 아깝고 어떻게 할까 생각하다가 냉면의 양념보다 더 강한 양념을 배합하고 콩나물 양배추 오이 등 다양한 고명들을 추가하는 레시피가 개발되었다고 하죠.
현재 우리가 먹는 쫄면의 레시피는 신포동 분식집을 중심으로 만들어지고 퍼졌다고 알려져 있있습니다.
신포국제시장
쫄면으로 유명한 분식 프랜차이즈 점포도 인천 중구 신포동에 있죠.
이렇듯 쫄면은 인천 중구에서 시작된 전국구 대표 음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2002년 일본 신주쿠의 한 백화점에서 열린 한국 10대 도시 향토음식 전시회에서 인천을 대표하는 향토 음식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최근 한국의 매운맛을 좋아하게 된 외국인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또 하나의 한류 음식으로도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합니다.
이처럼 쫄면이 탄생한 인천 중구의 신포동 일대는 역사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장소입니다.
신포동에는 유명한 신포국제시장이 있죠.
이곳이 ‘국제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인천은 대표적인 개항장으로 여러 나라의 사람과 물자가 모여 시끌벅적한 곳이었는데요, 당연히 시장의 풍경도 말그대로 ‘국제적’이었습니다.
당시 신포시장 내 야채시장은 ‘푸성귀전’이라고 불렸는데요, 이곳에서 당시 우리나라 사람들에겐 매우 생소한 양파, 양배추, 당근, 토마토, 시금치, 우엉, 완두콩, 부추 등의 야채가 거래됐었죠.
신포국제시장의 푸성귀전 동상
이 채소들은 중국인들이 종자를 들여와 재배해 팔았고, 주로 일본인들이 소비자였다고 합니다. 당시 한국인들에겐 이 광경이 큰 구경거리였다고 하죠.
그리고 이 모습이 현재의 신포시장에 동상으로 남았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신포국제시장에선 이런 야채와 쫄면 외에도 전국적인 명성을 떨친 많은 음식들이 탄생했는데요, 바로 닭강정과 만두, 그리고 찐빵입니다.
신포국제시장의 명물 닭강정
지금도 ‘신포만두’하면 많은 분들이 기억할 정도로 지금 우리가 만들어먹는 만두의 유명한 레시피가 바로 이곳에서 탄생하기도 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시장 중의 하나인 신포국제시장은 지금도 방문하면 100년 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허순옥 여행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