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 3세 4명 경영수업 중, 계열분리설도 솔솔…LS “미래 일이라 예측 어려워”
구본웅 대표는 고 구태회 LS그룹 창업주의 장손이자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의 장남으로 LS가의 적장자다. 하지만 구 대표는 LS그룹과 무관한 벤처투자회사 포메이션그룹을 이끌면서 LS와 거리를 둬왔고, 이번에 보유 지분까지 전량 매각했다. LS그룹 관계자는 “지분 매각은 구 대표의 개인적인 일이고 그가 LS그룹 소속도 아니기에 이와 관련해 대변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재계 17위 LS가 후계구도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지난 20일, (주)LS는 구본웅 포메이션그룹 대표가 보유 중인 (주)LS 주식 3만 5240주를 지난 16일과 19일, 20일, 3일에 걸쳐 전량 매각한다고 공시했다. 서울 용산구에 있는 LS타워. 사진=고성준 기자
구자열 현 LS그룹 회장은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구자홍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구자홍 회장은 LS그룹이 LG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2004년부터 2013년까지 10년간 그룹 회장을 맡았고, 구자열 회장에게 차기 회장 자리를 넘겼다. 차기 LS그룹 회장으로는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의 장남이자 구자열 회장의 사촌동생인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이 거론된다. LS그룹 관계자는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형제가 LG에서 LS로 분리할 때 집안의 장자들이 돌아가면서 경영을 하는 걸 원칙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구자은 LS엠트론 회장은 2018년 3월 (주)LS 사내이사에 취임했고, 2019년 임원인사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뿐만 아니라 (주)LS의 디지털혁신추진단장을 겸하면서 그룹 계열사 간 시너지 창출을 총괄하고 있으며 지난 6월에는 경제사절단 자격으로 LS그룹을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의 북유럽 순방에 동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구자홍 회장이 10년간 그룹 회장을 맡았으니 이로 미루어 보아 구자열 회장도 10년간 그룹 회장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2세 경영은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지만 3세 경영 구도는 예상하기 어렵다. 적장자로 꼽히는 구본웅 대표는 독자노선을 걷고 있고 보유 지분까지 매각해 당분간 LS그룹 경영권을 가지기는 어려워 보인다.
현재 LS그룹 내에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LS가 3세는 총 4명이다. 구태회 창업주의 손자들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대표(고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장남), 구본규 LS엠트론 부사장(구자엽 LS전선 회장 장남), 구본권 LS니꼬동제련 상무(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 장남) 그리고 구평회 명예회장의 손자이자 구자열 회장의 장남 구동휘 (주)LS 전무다. 이 4명은 모두 2020년 임원인사에서 승진했다. 특히 구본혁 대표는 LS가 3세 중 처음으로 계열사 대표이사에 취임했다.
현재 (주)LS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3.98%의 구자은 회장이고, LS가 3세 중에서는 구동휘 전무가 지분율 2.21%로 가장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하지만 (주)LS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자가 40명에 달하고 각자의 지분율이 큰 차이가 나지 않아 얼마든지 지분율이 역전될 수 있다. 구본혁 대표의 (주)LS 지분율은 2018년 말 1.28%에서 현재 1.42%로 늘었고, 같은 기간 구동휘 전무는 2.05%에서 2.21%로 상승했다. 지난 6월 구태회 창업주의 아들 구자홍 회장과 구자엽 회장이 조카인 구본혁 대표와 구 대표 동생인 구윤희 씨 측에 지분 0.47%를 매각한 것도 눈에 띈다.
향후 LS그룹이 (주)LS, E1, 예스코홀딩스 등으로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2017년 6월 서울 63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2회 발명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구자열 LS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향후 LS그룹이 계열분리를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다. LS그룹 내에는 (주)LS와 예스코홀딩스 2개의 지주회사가 있고, 순환출자 구조도 아니다. 다른 계열사 E1도 공식적으로는 지주회사가 아니지만 12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고, E1 주주 중에 LS그룹 계열사도 없어서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김연수 NICE신용평가 선임연구원은 “최대주주 일가의 (주)LS, E1, 예스코홀딩스에 대한 보유지분이 모두 30% 이상이며 이 회사들은 상장사로서 잔여 지분의 분산 정도가 높아 경영권은 안정적인 수준으로 판단된다”며 “또 이들 회사는 동일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것 이외에는 사업적 시너지 효과나 내부거래 등 상호의존도가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LIG그룹이나 아워홈을 보면 범 LG가도 장자 승계 원칙을 지키는 것으로 보이며 LS그룹도 적장자들이 가진 정통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LS그룹은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3형제가 공동으로 일군 기업이라서 그런지 그룹 내에서 분리의 움직임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주)LS는 전선·전력 사업, 예스코홀딩스는 도시가스 사업, E1은 에너지 사업을 각각 담당한다. 예스코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지분율 13.16%의 구자은 회장이고, 2대주주는 5.29%의 구자은 회장 누나 구은정 태은물류 대표다. 다른 21명의 친인척들이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4% 미만씩 갖고 있다.
E1은 구자열 회장이 지분율 15.70%의 최대주주고, 구자열 회장 동생 구자용 LS네트웍스 회장이 지분율 11.81%의 2대주주다. 다른 E1 주주들은 모두 구평회 명예회장의 자손들이다. 계열분리가 진행될 경우 지분대로라면 구자은 회장 측이 예스코홀딩스를, 구자열 회장 측이 E1을 가져갈 수 있는 구조다.
하지만 기업 규모의 차이가 심해 계열분리가 진행될 경우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주)LS의 연결 기준 매출은 7조 4822억 원, E1은 3조 2925억 원이지만 예스코홀딩스는 7829억 원이다. 지난 9월 말 기준 자본금도 (주)LS와 E1은 수조 원대지만 예스코홀딩스는 6636억 원이었다. LS그룹 관계자는 “아직 3세 경영은 먼 일이라서 예측하기 어렵다”며 “LS그룹이 LG에서 분리되는 과정에서 창업주들이 회사 지분을 매입했고, 계열분리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며 관련 논의도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