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동안 6억 835만 원 기부…30대 용의자 2명 충남·대전에서 체포
지난 2016년 일명 ‘얼굴없는 천사’가 전주 노송동주민센터에 놓고 간 기부금. 사진=전주시 제공
2000년부터 매년 연말이면 전북 전주시 노송동에 성금을 놓고 가는 ‘얼굴 없는 천사’가 있다. 성탄절을 전후로 익명의 기부자가 노송동주민센터 주변에 놓고 가는 식이다.
2019년에도 어김없이 ‘얼굴 없는 천사’의 기부가 이어졌다. 30일 전주시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3분께 “주민센터 인근 천사공원 내 ‘희망을 주는 나무’ 밑에 기부금을 놨으니 확인해보라”는 전화가 걸려왔다.
그러나 40분 뒤 주민센터 직원은 “성금이 사라진 것 같다”며 수사를 의뢰하기에 이르렀다. 전화를 받고 기부자가 특정한 위치로 갔지만 상자와 성금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이에 익명의 기부자인 ‘얼굴 없는 천사’가 두 차례 더 전화를 걸어왔다. “성금을 찾았느냐, 못 찾을 리가 없다”는 말에도 주민센터 직원은 끝까지 찾지 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하는 등 곧바로 용의자 추적에 착수했다. 범행 현장을 비추는 CCTV가 없어 인상착의를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전주완산경찰서는 사건 발생 4시간 만에 검거에 성공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쯤 충남 논산과 대전 인근에서 각각 용의자 2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전북경찰청과 충남경찰청이 공조해 CCTV를 추적한 결과다. 금액은 6천만 원 상당으로 용의자 2명이 성금 전액을 보유하고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 베일에 가려진 기부자인 ‘얼굴 없는 천사‘는 19년간 6억 834만 660원을 기부했다.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달라’며 매년 수천만 원~1억 원 상당을 기부해왔다. 이에 전주 노송동주민센터 인근은 ‘천사마을’로 불리고 있다.
황채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