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김보경 영입’ 전북, 다크호스 강원 외엔 주전 지키기 몰두
2019시즌 울산에서 맹활약을 펼친 김보경(오른쪽)은 2020시즌에는 경쟁자 전북(왼쪽)의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다시 한 번 아시아 정상으로 눈 돌리는 전북 현대
지난 수년간 그래왔듯 이적시장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는 구단은 전북 현대다. 전북에게 2019년은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해였다. 10여 년간 팀을 K리그 정상으로 이끌어온 최강희 감독과 작별하고 구단 역사상 최초로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했다. 치열한 순위 경쟁이 있었지만 전북은 결국 리그 최종전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새 감독 체제에서도 왕좌를 차지한 전북의 시선은 이제 아시아로 향하는 듯하다. K리그 3연패에도 만족할 수 없다는 듯 수준급 선수들 영입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2016년 이후 또 한 번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관심을 모은 영입은 미드필더 김보경이다. 그는 2019시즌 울산 현대 소속으로 맹활약을 펼쳐 연말 시상식에서 MVP를 수상하며 리그 최고 선수 반열에 올랐다. 35경기에서 13골 9도움으로 리그를 지배했다. 단숨에 전력 강화를 도모하는 동시에 시즌 내내 우승 경쟁을 펼친 라이벌 울산의 전력을 약화할 수 있는 묘수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K리그 최고 아시아쿼터로 평가받는 쿠니모토, 영플레이어상 경쟁을 펼친 2000년생 신예 이수빈을 데려오며 허리를 강화했다.
전북의 전력 강화는 미드필드에만 집중된 것은 아니다. 권경원이라는 국가대표 수비수를 입대시킨 전북은 또 다른 대표급 자원 오반석(2018 러시아 월드컵 멤버)과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구자룡을 데려오며 수비를 보강했다. 임대로 활용하던 또 다른 대표급 수비수 홍정호를 완전 영입해 리그 최고의 수비진을 완성시켰다.
#이적시장 다크호스, 도민구단 강원 FC
10년 가까이 ‘큰손’으로 군림해온 전북에 이어 굵직한 뉴스를 만들어내고 있는 팀은 강원 FC다. 예산이 넉넉하지 않은 시도민구단이 이적시장 뉴스의 중심에 서기는 어려운 일이다. 부자 기업 구단의 ‘물량 공세’에 좋은 선수들을 지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자유계약 자격을 얻은 임채민은 대학시절 은사 김병수 감독의 품에 안겼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다만 강원은 2017년 당시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둔 강원도의 적극적 투자와 대표이사의 공격적 마케팅으로 이적시장의 중심에 선 바 있다. 하지만 이들의 광폭 행보는 일회성에 그쳤고 다시는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강원은 이번 겨울에도 지킬 선수는 지키면서 필요한 선수가 있으면 적극적으로 영입에 나서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 선수 판매로 20억 원가량의 현금을 손에 쥐었다. 이와 함께 ‘병수볼’로 불리는 김병수 감독의 매력적인 축구가 선수들을 사로잡는 또 하나의 매력 요소가 됐다. 임채민 고무열 김승대 등 주요 영입 선수들은 저마다 김 감독과 만남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들은 과거 대학 시절 김 감독의 가르침을 받은 제자기도 하다.
#핵심 선수는 지켰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따라 이적시장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뉴미디어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로 선수 이적에 대한 정보가 많이 흘러나왔고 팬들도 이에 적극적으로 반응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축구의 본고장 유럽에선 오래전부터 일상이었던 현상들이 이제 국내에도 자리를 잡는 듯한 모양새다.
시민구단 대구 FC는 세징야 등 팀 전력 핵심 선수들을 다수 지켜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위기는 뜨겁지만 정작 대어급 선수들의 이적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내린다. 김훈기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 사무총장은 “K리그 이적시장에서 돌고 있는 자본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았다고 본다. 많은 이동이 있었지만 전북 정도를 제외하면 ‘지난 시즌에 비해 전력이 상승한 팀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자신 있게 ‘그렇다’라고 대답할 수 있는 구단을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엄밀히 따져보면 팀마다 생긴 공백을 메우는 영입이 대부분이다. 오히려 지난해에 비해 전력이 떨어진 팀도 있다.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팀은 전북 외에 드물다”고 지적했다.
실제 매년 이어져오던 살림이 넉넉하지 못한 구단들의 전력 유출이 이번 겨울에는 최소화되는 모양새다. 2019시즌 K리그 히트상품 대구 FC는 골키퍼 조현우 정도를 제외하면 외국인 선수 세징야와 에드가를 비롯해 김대원 정승원 등 돌풍의 주역들을 대거 지켜냈다.
수원 김민우 타가트, 인천 무고사, 부산 김진규 이동준, 광주 펠리페 등 리그 내 상위권 팀이나 해외 구단들이 노릴 만한 주요 선수들도 기존 소속팀에 남으며 의리를 지켰다.
필사적인 전력 지키기가 이어지자 전력 보강의 필요성을 느끼는 구단들은 다른 전략을 펴고 있다. 해외로 나갔던 수준급 선수들에게 손을 뻗은 것이다. 고명진(울산), 오반석(전북), 양동현(성남), 정승현(울산) 등 그간 뚜렷한 족적을 남겼던 선수들이 해외 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적극적 전력 보강으로 주목을 받은 전북과 강원의 새얼굴 면면을 살펴봐도 상당수가 자유계약 대상자이거나 트레이드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선수들이다.
리그 경기 일정이 없는 기간이지만 각 구단들은 시즌 준비에 여념이 없다. 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는 오는 1월 28일, 본선은 2월 10일이다. K리그는 2월 29일 공식 일정을 시작한다. 이후로도 이적 작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리그 이적시장 1차 마감은 2월 27일, 추가 최종 마감일은 3월 26일이다. 각 팀의 이적 소식으로 팬들을 설레게 할 시간이 2개월 이상 남았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