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결제 내역·CCTV·배트맨 티셔츠…허위사실 입증할 완벽한 증거라고 하기에 ‘결정타’는 없어
최근 김건모의 친동생 김현모 씨가 ‘더팩트’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입장이다. 2019년 12월 6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가세연)를 통해 관련 의혹이 불거지고 곧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고소가 이뤄졌다. 김건모 측은 즉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 이후 한 달여의 시간 동안 구체적인 대응은 하지 않았다. 결국 그 한 달 동안 김건모 측이 조용히 ‘완벽한 증거자료’를 확보하려 애를 썼다는 의미다. 동생 현모 씨의 말에 따르면 이를 ‘확보’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리고 1월 15일 이뤄진 경찰 소환조사에서 김건모는 비로소 이를 꺼내 들었다.
1월 15일 김건모가 성폭행 혐의 관련 경찰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9년 12월 9일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법적대리인인 강용석 변호사를 통해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검찰은 사건을 서울 강남경찰서로 보냈다. 12월 14일 고소인 조사를 시작으로 관련 수사를 이어온 강남경찰서는 1월 8일 김건모의 차량을 압수수색해 차량 GPS(위성항법장치) 기록 등을 확보했다. 이틀 뒤인 10일 서울지방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로 관련 자료를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1월 15일에는 김건모를 소환해 피고소인 조사를 진행했다.
경찰이 차량 압수수색을 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결정적인 부분은 고소인이 성폭행이 일어났다고 주장한 2016년 8월 즈음인 문제의 그날, 김건모가 그 술집에 방문했는지 여부다. 이는 김건모 차량에서 확보한 GPS 기록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밝혀질 터인데 이미 김건모가 그날 그 술집에 갔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김건모가 조사 과정에서 문제의 그날 그 술집에 간 것은 인정했지만 매니저와 술을 마셨을 뿐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과는 만난 적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김건모 측이 꺼내든 첫 번째 증거가 나온다. 바로 당일 술집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내역이다. 당일 카드 결제 내역이 100여 만 원으로 알려졌는데 김건모 측은 “그 술집에서 여성 도우미를 불러서 술을 마시면 가격이 훨씬 더 비싸게 나온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 부분은 당시 그 술집의 술값이 어느 정도인지를 경찰이 수사하면 카드 결제 내역이 증거 능력을 갖는지 확인할 수 있다.
두 번째 증거는 ‘그날 김건모가 어떤 의상을 입고 있었느냐’다. 이 부분은 고소인이 증언한 문제의 그날에 대한 진술과 연관돼 있다. 가세연과의 인터뷰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은 “날 강간할 때 입었던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김건모가) 자꾸 TV에 나왔다”고 말했다. 물론 경찰 진술 과정에서 더 자세한 그날의 기억을 얘기했겠지만 가로세로연구소를 통해 공개된 그날의 기억 가운데 가장 명확한 부분이 배트맨 티셔츠다. 이는 뒤늦게 고소를 하게 된 계기와도 연결된다. 이 여성이 “그런 장면을 보며 계속 괴로워했다. TV를 돌려도 재방송이 계속 나왔다”고 뒤늦게 폭로와 고소를 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을 두고는 이미 진실공방이 벌어졌다. 1월 8일 유튜브 채널 ‘이진호 기자싱카’를 통해 2016년 8월에는 문제의 배트멘 티셔츠가 아직 만들어지기도 전이라는 주장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건모의 배트맨 티셔츠를 직접 제작한 제작자는 “그 배트맨 티는 제가 김건모 씨를 위해 2016년 12월에서 2017년 1월 사이 한정판으로 만든 제품이다. 2016년 8월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SBS ‘미운우리새끼’ 방송을 보면 2016년 12월 이전에도 김건모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다만 2016년 12월에서 2017년 1월 사이 한정판으로 제작된 ‘김건모 배트맨 티셔츠’는 아니다. ‘미운우리새끼’는 2016년 7월 파일럿 방송이 나갔고 2016년 8월말부터 정식 편성됐다. 문제가 된 그 즈음에 방송이 시작된 것인데 방송 초기부터 김건모는 슈퍼히어로가 프린트 된 티셔츠를 즐겨 입었다. 슈퍼맨이 프린트된 티셔츠를 더 자주 입었지만 배트맨이 프린트된 티셔츠도 몇 차례 입었다. 따라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이 말하는 ‘배트맨 티셔츠’가 잘 알려진 ‘김건모 배트맨 티셔츠’가 아닌 ‘배트맨이 프린트된 다른 티셔츠’일 가능성은 분명 존재한다.
2016년 10월 21일에 방송된 SBS ‘미운우리새끼’ 방송에서도 김건모가 배트맨 티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이 나온다. 다만 잘 알려진 ‘김건모 배트맨 티셔츠’는 아니다. 사진=SBS ‘미운우리새끼’ 방송 화면 캡처
이에 대해 김건모 측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건모는 그날 아예 배트맨 티셔츠를 입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 근거로 문제의 그날 그 술집에 가기 전에 들른 다른 장소의 CCTV 영상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거기에는 김건모가 배트맨 티셔츠가 아닌 다른 의상을 입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물론 특별한 사정으로 의상을 갈아입었을 수는 있지만 술집 방문 전에 배트맨 티셔츠가 아닌 다른 의상을 입고 있었다면 이는 어느 정도 의미를 갖는 증거가 될 수 있다.
또한 김건모 측은 상대방의 가장 강력한 ‘증거’의 신빙성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곰탕집 성추행’ 사건 등을 통해 입증됐듯이 성범죄에서 가장 강력한 증거 가운데 하나는 피해자 진술이다. 애초 가세연 방송에선 ‘김건모가 사건 당시 소주를 시켰고, 8번째로 입장한 A 씨(피해 주장 여성)를 보자마자 다른 사람들을 나가라고 했다’고 밝혔지만 이후 강용석 변호사가 배포한 보도 자료에는 ‘김건모는 소주를, 피해자는 양주를 마셨으며 A 씨가 김건모 옆에 앉아 함께 술을 마시던 중 김건모가 A 씨가 마음에 든다며 다른 여성 7명을 모두 방에서 나가게 했다’로 내용이 달라졌다. 김건모 측은 경찰 소환 조사 과정에서 피해 여성 진술에 일관성이 없으며 고소장을 가명으로 제출하는 등 신빙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김건모 측이 경찰 소환 조사를 대비해 다양한 증거와 고소인 주장에 대한 대응 논리를 만들었지만 결정타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해 보인다. 우선 100여 만 원의 신용카드 결제 내역이 과연 여성 도우미를 부르지 않은 비용인지 명확해 보이지 않는다. 그런 자리에서도 주로 소주를 마시는 것으로 알려진 김건모가 매니저와 단 둘이 마신 비용치고는 다소 고가라는 것. 이 부분은 해당 술집의 당시 술값과 여성 도우미 비용 등에 대한 경찰 수사를 통해 증거 능력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배트맨 티셔츠를 둘러싼 의상 논란 역시 문제의 술집 CCTV는 아니기 때문에 증거 능력이 한정적일 수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