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검에 수사촉구서 제출·성명 발표…대한변호사협회장 등 법조계도 우려 표명
[포항=일요신문] 임병섭 기자 = “지진재난을 발생시킨 책임자조차 제대로 처벌하지 못하게 하는 나라가 무슨 나라냐?”
최근 법무부가 발표현 검찰청 직제 개편안을 두고 시민단체가 규탄 성명을 발표했다.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20일 오전 11시께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방문해 포항지진 수사촉구서를 제출하고 법무부의 검찰청 직제 개편안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최근 법무부가 발표한 검찰청 직제 개편안이 “포항지진에 대한 현 정부의 책임소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라면서 “인권·민생 중심은 고사하고 오히려 국민에게 고통만 주는 조치”라고 규탄했다.
이들은 또 “민생수사를 방해하는 검찰청 직제 개편안을 수정·철회하지 않을 경우 법무부장관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나 범인은닉죄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범대본은 지난해 3월29일 지열발전프로젝트의 책임자인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과 포항지열발전소, 넥스지오 대표 등을 처벌해 달라는 고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난 13일 법무부가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 폐지를 전격 발표했다. 이를 두고 범대본 관계자는 “조 전 법무부장관 사건과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같이 문재인 정부 제1기 산자부장관이 포항지진 사건에 연루된 것이 아니냐”고 추측했다.
특히 “과학기술범죄수사부 등의 폐지는 과학화·전문화 되는 범죄 유형에 대응할 수 없도록 하는 검찰 수사능력의 하향 평준화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이것은 분명 검찰개혁의 패착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범대본의 고소에 의해 그동안 관련기관들을 압수수색하고 피의자를 불러 조사를 마친 상태다. 수사가 거의 진행된 상태라 늦어도 1~2개월 후면 기소가 이뤄질 것으로 시민들은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법무부는 전국 검찰청의 직접수사 담당부서 13곳을 폐지하는 검찰청 직제 개편안을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폐지대상 부서로는 그동안 포항지진 수사를 담당하면서 부장검사와 검사들이 포항에까지 와서 일반 시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경청한 과학기술범죄수사부도 포함됐다.
모성은 범대본 공동대표는 “법무부의 검찰청 직제 개편안이 인권, 민생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민생을 어렵게 만드는 검찰개혁이며 정권유지를 위해 법치주의를 말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범대본의 또다른 공동대표 이진석 목사는 “그동안 구축된 전문분야 수사능력에 큰 타격을 줄 뿐 아니라 법치국가를 지탱하는 검찰의 기능을 흔들어 놓음으로써 법치의 근간을 송두리째 뽑아내는 개악 중의 개악”이라고 비판했다.
범대본 외에 최근 대한변호사협회장, 전 한국여성변호사회장, 전 검찰고검장·검사장 등 법조인 130여 명도 ‘권력은 법치유린행위를 중단하라’는 제목으로 성명을 냈다.
이들은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 대해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 간부들이 대부분 교체된 것은 수사방해 의도로 볼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법무부 측은 “전문분야의 효율적 대응을 위해 전담부서 유지가 필요하다는 대검 의견을 일부 반영했다”면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3부를 공직범죄형사부로, 서울서부지검 식품의약부를 식품의약형사부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과학기술범죄수사부는 여전히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편 포항지진 범시민대책본부는 2017년 11월15일 포항지진 직후 결성된 순수 시민단체로 포항지진 원인규명 및 피해시민의 적절한 배·보상을 위해 시민회원 1만3000명이 활동하고 있다. 현재 소송접수를 기다리는 사람이 7000명에 달해 이들을 합산할 경우 총 2만 명에 달하는 소송인단이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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