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다선’ 조정식 ‘정책통’ 김태년 ‘인지도’ 박지원 3파전…조정식 정무특보 이력 등 중립성 논란

우원식 제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임기 만료일은 2026년 5월 29일이다. 후반기 의장 후보 선출을 위한 민주당 권리당원 온라인 투표는 5월 11~12일 진행된다. 13일에는 국회의원들이 투표한다. 비중은 국회의원 투표 80%, 권리당원 투표 20%다.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2위 간 결선이 진행된다. 의장은 원내 1당 출신이 맡는 것이 관례다.
현재 조정식(6선) 김태년(5선) 박지원(5선)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세 후보 중 최다선인 조정식 의원은 이재명 당 대표 1기 지도부에서 사무총장을 맡으며 ‘원조 친명’으로 분류됐고, 22대 총선 대승을 이끌었다. 총선 공천 작업에 관여했기에 초선의원에 대한 영향력이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 의원 160명 중 67명이 초선이다.
조 의원은 지난해 12월 28일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으로 위촉됐다. 특별보좌관은 대통령 국정수행을 보좌하는 무보수 명예직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통령이 조 의원을 차기 의장으로 점찍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다만 2015년 원내대표 경선 탈락, 2016년 원내대표 불출마, 2024년 의장 후보 사퇴 등 원내 선거 때마다 고배를 마신 점은 약점으로 평가된다.
김태년 의원은 추미애 대표 체제·이해찬 대표 체제 때 정책위의장을 연임한 대표적인 ‘정책통’이다. 2020년 원내대표 선거 때 과반인 82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당시 상대는 ‘친문 직계’로 분류되는 전해철 전 의원(72표 득표)이었다. 김 의원은 재선 이상 의원들 지지세가 강하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생경제 대도약 추진단 단장을 맡았고, ‘착!붙 공약 프로젝트’를 주관하며 정책통 면모를 부각하고 있다. 추진단은 이재명 정부 민생경제 정책 뒷받침을 위해 출범했다. 민주당 공부모임인 ‘경제는 민주당’ 대표도 맡고 있다. 이 모임에는 80명 이상의 현역 의원들이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지원 의원은 인지도 면에서 가장 앞서 있다.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 문화관광부 장관, 국가정보원장, 5선 중진 등의 경력을 바탕으로 각종 방송과 언론 인터뷰를 통해 이름을 알렸다.
4월 23일 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에 따르면 22대 후반기 의장 선호도에서 박 의원이 25.6%, 조 의원이 7.2%, 김 의원이 3.8%로 집계됐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박 의원이 43.7%로 조 의원(7.4%)과 김 의원(4.6%)을 압도했다. 권리당원 투표 20%가 반영되는 만큼, 이러한 지지율은 박 의원에게 이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명심’이 승리 보장하지 않아
세 후보 모두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강조하며 ‘명심’ 잡기에 나섰다. 22대 총선을 기점으로 ‘비명계’가 힘을 잃었고, ‘친명계’가 당 주도권을 장악했다. 최근 들어 지지자들 간 파열음이 나오고 있긴 하지만 ‘당심’ 역시 이 대통령과 단일대오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명심’을 얻어야 ‘의심(의원들의 마음)’과 ‘당심’을 쟁취할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조 의원은 정무특보 이력을 강조했다. 소셜미디어(SNS)에 대통령정무특보 해시태그를 달았고, 6선과 대통령정무특보를 강조하는 홍보물을 올렸다. 4월 28일엔 SNS를 통해 ‘찐동지의 첫 만남!’이라는 게시글을 올리며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조 의원은 “2008년 원내대변인 조정식과 인권변호사 출신 부대변인 이재명이 만났다. 이명박(이명박) 정부의 실정에 맞서 함께 버티고, 함께 싸웠다. 그렇게 찐동지의 전우애가 시작됐다”고 했다.
김 의원은 이 대통령과의 30년 호흡을 부각시켰다. 이 대통령은 1995년 김 의원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을 때 변호를 맡았다. 김 의원은 2014년 ‘국정원 이재명 성남시장 불법 정치사찰 의혹’에 대해 국정원을 항의방문 하는 등 이 대통령을 지원했다. 원내대표 시절에는 이재명 경기도의 역점 사업인 지역화폐에 힘을 실어줬다. 이로 인해 당시 ‘친문계(친문재인계)’ 강성 당원들로부터 비판에 시달리기도 했다.

하지만 ‘명심’이 반드시 당선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22대 국회 전반기 의장 선거 때 ‘친명계(친이재명계)’ 지지를 받으며 대세론을 형성했던 추미애 후보는 우원식 후보에게 패한 전례가 있다. 그 여파로 강성 지지층이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강성 당원을 달래기 위해 원내대표와 의장 선거 때 당심 20%를 반영하기로 했다.
국회의장 선거를 앞두고 있던 2024년 4월 우 의장은 “지금은 윤석열 정권 2년을 지나 국회가 총선 민심이 부여한 막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지만, 국민은 범야권 192석으로 윤석열 정권에 매섭게 회초리를 들되 개헌선까지 의석을 주지는 않았다”고 했다. 우 의장은 “그런데 일부에서 민심의 물꼬를 어떻게 터나갈지보다, ‘명심은 나에게 있다. 당심은 나를 원한다’는 식의 제 논에 물 대기를 하고 있다. 이는 명심도, 당심도 민심도 아닌 사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와 협력 관계 불가피 반론도
국회의장은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국회)의 수장이다. 국정감사, 인사청문회, 탄핵소추, 행정입법통제 등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입법부를 이끌어야 할 임무를 가진다. 행정부 수장인 대통령과의 ‘거리두기’가 중요한 요소로 평가되는 이유다. 여기에 차기 국회의장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체하는 내용의 개헌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세 후보의 ‘명심 마케팅’은 ‘대통령과의 거리가 얼마나 가까운가’를 경쟁하는 구도로 비춰진다. 특히 대통령 정무특보가 의장 선거에 나오는 것은 삼권분립 위반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재원 윤상현 주호영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을 정무특보에 위촉했을 때 여야 모두 삼권분립 위반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냈다. 문재인 당시 새정치민주연합(현 민주당) 대표는 “여당을 장악·관리해야 할 하부 기관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할 수 없는 인사”라고 지적했다.
정의화 당시 국회의장은 정무특보 겸직을 허용했다. 정 의장은 “겸직을 법률적으로는 허용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회의원이 국무위원이 아닌 대통령 특보로 행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헌법 기관으로서 독립적 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삼권분립의 기본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조정식 의원은 노무현 정부 때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후보 등록 전에는 정무특보 역할을 내려놓겠다는 입장이다. 조 의원이 언급한 사례는 김원기 전 국회의장으로 추정된다. 김 전 의장은 2004년 2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 정치특보로 위촉됐고, 4개월 뒤인 6월 의장이 됐다.

윤 교수는 “한국은 의원 내각제와 대통령제가 혼합돼 있다. 의원이 장관을 겸직할 수 있다. 이런 내각제 요소가 많이 있어서 (정무특보 임명) 같은 사례가 양해되고 있다”며 “정세균 국회의장의 경우 의장을 그만둔 지 얼마 뒤 국무총리로 갔다. 큰 충격이 있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삼권분립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흐릿해지게 됐다”고 했다.
다만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상황에서 국회의장이 정부와 일정 부분 협력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불가피하다는 반론도 있다. 주요 입법 과제 추진 과정에서 당정 간 조율이 필수적인 만큼, 대통령과의 원활한 소통 능력이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강원 기자 2000w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