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수급 이어 ‘자기거래’ 따른 배임 혐의 입건, 실거래 여부 등 의심…대표 “사실과 다른 부분 많다”
문제의 요양원은 충남 당진시에 있는 '실버프리'다. 서재희 방림 회장(90) 가족이 대표를 맡아 직접 경영하고 있다. 공적 역할이 중요한 요양원이 방림 오너일가의 사적 이익 창구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1962년 설립된 방림은 섬유가 국내 전체 수출의 무려 3분의 1을 차지했던 그 시절, 경동방직과 함께 섬유 업계 양대 '산업역군'으로 불렸던 곳이다. 옛 서울 시민들한테는 유독 친숙한 기업이다. 영등포에서 최대 규모의 공장을 가동했다. 아직도 '방림방적'으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
현재 방림은 시가총액 2100억 원대 코스피 상장사다. 재계에서는 '땅 부자'로 유명하다. 일례로 2030년 들어설 서울 영등포 예술의전당 부지와 맞닿은 문래역 일대 4700평 상권도 전부가 방림 소유다. 부동산 가치만 시가총액을 웃도는 3300억 원에 달한다는 분석이다.
방림은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요양사업은 그중 하나다. 인구 고령화에 따른 수요확대가 사실상 담보됐고, 공공성 덕분에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와 세금 등을 주요 재원으로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방림은 요양사업 시장성을 일찌감치 알아봤다. 2017년 충남 당진시 최대 규모 요양원 '실버프리'를 인수했다. 지분율은 74.04%다. 서재희 회장 부인의 동생, 즉 처남인 조교제 씨(62)를 대표로 세웠다. 방림 오너일가가 직접 운영하는 만큼 운영의 질과 내부통제 수준도 높을 것이라는 기대가 따랐다.
현실은 다르다. 공공성과는 특히 거리가 멀다. 실버프리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지급받은 요양급여 약 12억 3800만 원을 환수당할 처지에 놓였다. 실버프리 2025년 매출 60억 원의 약 20% 규모다. 시설장의 근무시간과 직원 현황 등을 속여 급여를 부정수급한 사실이 최근 발각된 결과다.
조 대표가 직접 관여한 정황까지 드러났다. 경찰은 수사에 돌입한 상태다(관련기사 [단독] 유령 직원까지…방림 운영 요양원 12억대 부정수급 적발 파문).

일요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조 대표는 무분별한 자기거래에 따른 배임 등 혐의로도 충남 당진경찰서에 입건됐다.
'자기거래'는 회사 대표나 이사 등이 자신 또는 제3자를 위해 회사와 거래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사회 3분의 2 이상 동의를 얻어야만 가능한 거래다. 이번 수사는 실버프리가 이사회 동의 없이 조 대표 주변에 이익을 제공했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일요신문은 실버프리 회계장부 일부를 입수했다. 석연찮은 지점이 여럿 발견됐다. 이사회를 거쳤더라도 정상적 거래로 보기 힘든 대목이 많았다.
실버프리는 2020년 8월 중고차를 매입했다. 2016년 출고 모델로 '50만km'를 주행한 차량이었다. 실버프리는 이를 1980만 원에 샀다. 당시 중고차 시세를 보면, 같은 연식·모델 기준 10만km 내외 주행차량이 1800만~2000만 원이었다. 50만km는 시장가치가 거의 없어 폐차나 부품수출이 일반적이었다. 취재 결과, 50만km를 달린 이 차량의 원래 주인은 조 대표 아들이었다.
같은 해인 2020년 4월 실버프리는 2018년식 1인용 경형 해치백 중고차도 사들였다. 시장가격은 300만 원 안팎이었는데 1000만 원에 샀다. 해당 차량 원래 주인은 조 대표 본인이었다.

문제는 조 대표 아들 회사의 실체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사업자번호만 존재할 뿐 법인등기는 되지 않은 곳이다. 자연히 설립일과 사업목적 등이 전부 확인 불가능하다. 회사 주소지는 일반 가정집, 다름 아닌 조 대표 자택이었다.
실버프리는 그 무렵 대형 세탁기와 건조기도 한 업체에서 빌려 썼다. 월 임대료는 275만 원. 2년 동안 5000만 원 넘게 지급했다. 이를 대여해준 곳도 등기는 안 된 개인사업자였다. 주소지 역시 가정집이었다. 회사 대표자는 실버프리 시설장의 딸이었다. 이 시설장은 근무시간을 속인 채 국민건강보험공단 급여를 타다 적발된 인사다.
같은 기간 실버프리에 식자재를 공급한 업체는 조 대표 조카의 장모 회사였다. 마찬가지로 법인등기는 안 된 개인사업자로 주소지는 평범한 가정집이었다. 실버프리는 여기에 연간 약 6억 원을 지급했다.
실버프리의 냉난방기 설치 등 각종 공사는 조 대표 친형의 아내가 대표로 기재된 업체가 맡았다. 2021~2023년 무렵 약 7800만 원어치를 거래하다 2024년 돌연 폐업했다. 등기부는 존재하지 않고 일반 가정집이 주소였다.
이 같은 거래구조는 조 대표의 가족·지인 회사에 물량을 몰아준 전형적인 '특수관계자 거래'로 해석된다. 갖은 의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경쟁·검증 절차가 작동했는지 등이다.
특히 실체마저 불분명한 업체와의 거래는 실거래 여부 및 가격 공정성에 관한 의심으로도 이어진다. 자금이 내부 관계망으로 우회 유출됐을 가능성, 즉 사익편취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일련의 의혹들에 중견기업 오너일가가 연루됐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실버프리는 지속가능성도 위협받고 있다. 최근 잇따라 나온 부정수급 환수처분이 문제다. 노인장기요양보험법상 부정한 방법으로 요양급여 등을 수령하면 지정취소나 업무정지 또는 추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추가 과징금은 부당청구액의 최대 5배다. 실버프리 부당청구액이 약 12억 원이므로, 5배 과징금이 적용되면 60억 원이다. 실버프리의 지난해 총 매출이다.
우선 부당청구액 약 12억 원 가운데 11억 4700만 원은 실버프리 측의 가처분 신청이 인용되면서 집행이 일시 정지된 상태다. 이는 근무하지 않은 직원을 재직 중인 듯 꾸며내 국민연금공단에 신고해 받은 요양급여다. 실버프리 측은 해당 급여분에 대한 환수처분 취소 행정소송에서 1심 패소 후 항소심을 진행 중이다. 가처분 담당 법원은 "당장 집행하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취지로 다음 재판까지 집행을 미뤘다. 실버프리 상황이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일요신문은 조 대표에 아들·가족·지인 회사와 차량 등 각종 거래 경위 등을 물었다. 그는 4월 29일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아 답변하기 곤란하다"며 "회사나 대리인을 통해 향후 대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30일까지 답변은 없었고 연락도 되지 않았다.
최근 기업들의 요양사업 진출은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 삼성 '노블카운티'와 롯데건설 'VL르웨스트'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권에서도 KB골든라이프케어, 신한라이프케어, 하나더넥스트라이프케어 등이 잇따라 시장에 뛰어들었다. 단연 일반 서비스업과 달리 '국가 시스템의 지원'을 토대로 수익 안정성이 높기 때문이다.
방림은 올해 분기보고서에서 "인구 고령화로 건강·의료복지 등 노인 요양사업 시장규모 확대가 예상된다"며 "실버프리에 대한 지속적인 경영관리로 요양 복지사업의 기반을 잘 다지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주현웅 기자 chescol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