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양당 위성정당 만들면 총선 암울…기탁금 3500만원 두고 ‘공천장사’ 논란도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1월 14일 국회에서 ‘민주노총-정의당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딱 거기까지였다. 정의당만 이익을 보는 게임의 룰은 존재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은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 위성정당 출범 데드라인을 2월로 잡고 창당 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명분이 없다”고 선을 그었지만, 문재인 대통령 지지자들은 ‘깨어있는시민연대당’ 구축 작업에 나섰다.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이 민주당 소속인 유재호 경기도 성남시의회 의원이라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선 여당도 비례 위성정당 구축에 나섰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거대 양당이 동시에 비례 위성정당을 만들 경우 정의당 비례대표 의석수는 직전 의석수(6석)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정의당 내부다. 핵심은 ‘돈줄’이다. 직전 총선보다 7배(500만 원→3500만 원) 인상한 당내 기탁금 논란은 정의당 비례대표 갈등에 기름을 부었다. 당장 ‘비례대표 공천 장사’ 비판이 일었다. 심상정 대표는 “대단한 오해”라며 “중앙당 후원 계좌를 통해 적극 모금하라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3500만 원을 꾸릴 수 있는 ‘조직화 진보 후보자’를 1차적으로 선별하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조차 “정치 신인은 사실상 경선에 출마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당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심 대표는 2년 전 국가에 내는 선거 기탁금을 하향 조정(1500만 원→500만 원)하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근은 대중적 진보정당 구축 명분으로 도입한 ‘경선형 비례대표제’였다. 필연적으로 들어가는 온라인 투표 비용과 홍보 비용 등을 공동 부담하자는 취지였지만, 일부 당원들은 “진성당원제를 버리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당 총선 전략도 도마 위에 올랐다. 앞서 정의당은 지난해 9월 재정적자 타개책으로 ‘후원금 100억 원’ 모금 캠페인을 시작했다. 연간 42억 원가량의 당비와 26억 원의 국고보조금, 5억 원의 후원금 등으로 총선을 치를 여력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 직후다. ‘후원금 100억 원 모금’은 심 대표가 주도하기로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정의당 한 관계자는 “100억 원을 모을 동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심상정 호의 선거 전략 실패가 ‘7배 늘어난 당내 기탁금 논란→당내 갈등’으로 이어진 셈이다. 독자노선을 택한 심 대표는 4·15 총선 목표로 ‘20% 득표·지역구 10석’을 내세웠다. 그러나 민주당과 연대 없이 심 대표조차 4선 고지를 밟을지는 미지수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