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코파아메리카 개막 변수…살라 이집트 차출 가능성 높아
그간 숱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는 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욕심도 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슈퍼스타 만나기 힘들었던 올림픽
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중 하나인 하계올림픽에서 축구 종목만큼은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에 비해 무게감이 떨어진다. 와일드카드 3명을 제외하면 23세 이하 선수들만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FIFA에서 인증하는 A매치가 아니기에 각 소속팀의 국가대표 차출 의무 조항도 적용되지 않는다. 이에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선수들의 출전이 어려웠고 어린 선수들이 대거 나섰다. 그마저도 성인 대표 반열에 오른 어린 스타의 경우 올림픽 불참을 선언하기도 했다.
대회마다 ‘최정예’를 선발해온 우리와 대비되는 분위기다. 올림픽에 큰 비중을 두는 국가 분위기가 존재하고 선수들의 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만큼 한국은 언제나 사활을 걸고 대회에 임해왔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등 성인 대표팀 핵심선수 반열에 올라섰다고 하더라도 23세 이하 선수라면 올림픽 참가를 거르지 않았다. 역대 와일드카드의 면면도 홍명보 박주영 손흥민 등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도 슈퍼스타들이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대회에 나서기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지는 못했다. 2016 리우올림픽 본선에서 한국과 만난 독일도 와일드카드로 성인 대표에서 조금 벗어나 있는 선수들을 선발했다. ‘축구의 나라’ 브라질 정도가 호나우지뉴, 네이마르, 마르셀루, 티아구 실바 등 ‘A급 스타’들을 꾸준히 와일드카드로 선발해온 나라다.
#금메달 욕심내는 슈퍼스타들
이번 대회만큼은 다소 상반된 분위기가 감지된다. 각국 축구 스타들이 올림픽 출전과 금메달에 욕심을 내고 있다.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선수 중 한 명은 10대 나이에 이미 특급 스타로 떠오른 킬리앙 음바페(프랑스)다. 프랑스 리게앙에서만 활동해온 그는 112경기에서 75골 33도움이라는 괴물 같은 기록을 남겼다. 그럼에도 여전히 1998년생, 만 21세로 와일드카드 소모 없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 그는 직접적으로 올림픽 출전 열망을 이야기했다.
음바페의 소속팀 동료 네이마르(브라질)도 올림픽 출전 희망 의사를 드러냈다. 앞서 2012년 런던, 2016년 리우까지 두 번의 올림픽 경험이 있지만 이번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21세였던 2012년엔 은메달을 따 목표 달성에 실패했지만 자국에서 열린 2016년 대회에 와일드카드로 나서 금메달을 목에 건 바 있다.
베테랑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스페인)도 올림픽에 나서고 싶다는 의지를 밝혔다. 라모스가 욕심을 내는 이유는 ‘또 다른 우승’이다. 레알 마드리드와 스페인의 주전 수비수인 그는 월드컵, 유러피언 챔피언십, 챔피언스리그 등 경험한 모든 대회에서 우승했다. 그간 각종 대회에서 25개의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그에게 우승을 경험하지 못한 대회는 올림픽뿐이다. 만 22세로 출전 적기였던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에는 스페인이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선 유럽 예선 우승으로 프랑스, 독일, 루마니아 등과 함께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오는 5월 만 34세가 되는 그에게 이번 올림픽은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독일에서는 와일드카드 후보로 토마스 뮐러, 루카스 포돌스키 등 베테랑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포돌스키는 대회 참가 열망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다. 하지만 그의 희망이 실현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017년부터 J리그 비셀 고베에서 활약하며 ‘지일파’라는 장점이 있지만 노쇠화가 뚜렷해 전력 면에서 보탬이 될지 미지수다. 뮐러는 부부 동반 참가 가능성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아내 리사가 승마 선수로 독일 국가대표팀 승선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하메드 살라(이집트), 지안루이지 부폰(이탈리아) 등도 올림픽 참가 가능성이 있는 스타들이다. 부폰은 세계 최고 골키퍼로 이름을 날렸지만 명성에 비해 국제대회 우승 운이 없는 선수로 꼽힌다. 만 42세로 얼마 남지 않은 선수 생활을 올림픽 금메달로 마무리하길 바란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이집트 축구 영웅 살라는 감독도 차출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소키 가립 이집트 올림픽 대표팀 감독은 “올림픽 예비명단에서 살라가 가장 첫 번째로 이름을 올릴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받고 있다.
출전 의욕을 드러내는 월드스타들은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지은 김학범 호의 잠재적 상대가 된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스타 총출동 가능성은 미지수
많은 이들이 올림픽에 대한 열망을 드러내고 있지만 실제 올림픽 무대가 슈퍼스타들의 잔치가 될지는 미지수다. 7월 말 개막하는 올림픽에 앞서 각 대륙에서 열리는 주요 축구대회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2020년은 유러피언 챔피언십(유로) 대회가 열리는 해다. 대회 창설 60주년을 맞아 6월 12일부터 7월 12일까지 바쿠(아제르바이잔), 뮌헨(독일), 로마(이탈리아) 등 유럽 전역 11개 국가 12개 도시에서 분산 개최된다. 비슷한 시기, 남미 대륙에서는 코파아메리카가 개최된다. 아르헨티나와 콜롬비아 공동개최로 6월 12일부터 1개월간 열릴 예정이다.
두 대회 모두 월드컵 다음가는 위상으로 간주되는 대회다. 유럽과 남미의 축구 열강들은 각 대회 우승에 사활을 건다. 지난 유로 2016에서 우승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우승 직후 “내 축구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며 눈물을 흘렸을 정도다. 음바페, 네이마르, 라모스 등 올림픽 참가를 천명한 선수들은 당연히 유로 또는 코파아메리카에 출전할 예정이다. 대표팀 차출에 예민한 유럽 빅클럽들이 소속 핵심 선수들의 2개 대회 출전을 허락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에 올림픽 출전 가능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스타로는 단연 살라가 꼽힌다. 대형 국가대항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 유럽, 남미와 달리 살라의 이집트는 이번 여름, 올림픽을 제외하면 굵직한 대회를 치르지 않는다. 아프리카는 오는 2021년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개최가 예정돼 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