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이재훈, 성준, 엑소 첸 등 감춰진 사생활 공개…발표 시기·방법 놓고 팬들 반응 제각각
길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혼성그룹 쿨의 리더인 가수 이재훈(46)도 11년 전 결혼해 두 아이를 둔 아빠라고 털어놨다. 아이돌도, 청춘스타도, 예외는 아니다. 그룹 엑소 멤버 첸(28·본명 김종대)은 결혼 발표와 동시에 2세 임신을 알려 팬들을 충격에 빠트렸고, 현재 군 복무 중인 연기자 성준(30·본명 방성준)도 아이 아빠임을 고백했다.
이재훈이 “2009년 7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둔 아빠”라고 고백했다. 2010년 딸을 낳고 2013년 아들을 얻은 이재훈은 무려 11년 만에 가족의 존재를 공개했다. 사진=고성준 기자
#이재훈 11년간 가족사 숨긴 이유는…
연예인들이 비밀 연애를 하다가 깜짝 결혼을 발표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이미 결혼해 아이를 낳고 수년 동안 이를 알리지 않아온 사례는 극히 드물다. 최근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연예인들의 아빠 고백은 그래서 더욱 눈길을 끈다.
가수 이재훈이 2월 5일 “2009년 7세 연하의 아내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둔 아빠”라고 고백했다. 2010년 딸을 낳고 2013년 아들을 얻은 이재훈은 무려 11년 동안 관련 사실을 공개하지 않아 대중의 놀라움을 사고 있다. 가정사를 뒤늦게 고백한 이유에 대해 그는 “아빠로서의 책임감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가족의 존재를 일부러 숨긴 게 아니라 “말할 기회가 없었다”고 했다.
이재훈은 팬 카페를 통해 가족의 이야기를 오랫동안 숨긴 이유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털어놨다. 20대 초반부터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사생활을 어느 정도의 수준까지 노출해야하는지 늘 혼란스러웠다고 했다. 이재훈은 “어린 나이에 연예인이 돼 항상 대중의 시선을 느끼며 살다보니, 제 삶에서 어떤 것은 밝혀야 하고 어떤 것은 노출을 자제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운 어정쩡한 상태로 어른이 돼 버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더는 가족의 존재를 숨길 수 없는 상황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아내와 가족들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상처를 주고 있는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이 들었다”며 “하루라도 빨리 모든 사실을 고백하고 남편으로, 아빠로 당당한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이재훈의 아내와 아이들은 현재 처가 식구가 있는 외국에 살고 있다.
이재훈의 가정사는 절친한 연예계 동료들조차 감쪽같이 몰랐던 사실이다. 평소 사생활 노출을 꺼리는 데다, 최근 방송활동도 뜸한 터라 그의 가족에 대해 동료들도 눈치 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훈이 오랫동안 제주도에서 거주하면서 동료들과의 교류가 잦지 않았던 이유도 있다. 이재훈과 절친한 친구인 방송인 윤정수조차 이번 고백을 듣고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윤정수는 2월 7일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이재훈의 고백을 언급하면서 “처음에는 서운했지만 얘기를 듣고 보니 이해할 수 있었다”며 “아이들이 성장하는 동안 걱정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엄청난 사랑으로 아이들을 키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재훈의 아빠 고백 이전, 이미 연예인들의 고백은 시작됐다. 연기자 성준이 안긴 충격도 또한 크다. 2018년 12월 육군 현역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인 상황인 만큼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성준은 이달 초 소속사 오앤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아내와 아이에 대한 책임감으로 최근 복무 전환 신청을 통해 상근예비역으로 남은 군 복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패션모델 출신인 성준은 KBS 2TV 드라마 ‘연애의 발견’과 SBS ‘하이드, 지킬 나’ ‘상류사회’ 등 작품으로 인기를 얻은 청순스타다. 한창 주가를 높이던 때 군입대하면서 아쉬움을 샀던 그가 연애도, 결혼도 아닌 ‘아빠’라는 사실을 고백하자 팬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책임감 있는 행동에 지지를 보낸다.
성준은 자필 편지에서 “군 입대로 인해 결혼에 대한 법적 절차는 가능한 한 빨리 진행하되 많은 분에게 직접 인사를 드려야 하는 결혼식은 진행하지 못했다”며 “입대를 앞두고 있던 터라 이런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깜짝 고백’…팬 반발로 이어지기도
아빠라는 사실을 고백하는 건 비슷한데도, 팬들의 반응은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갑작스러운 고백에 팬들이 배신감을 느끼기도 하고, 하필 왜 지금 고백하는지를 두고도 의문을 제기한다. 반발 여론에 직면하는 경우도 있다.
엑소 멤버 첸은 1월 13일 그룹 공식 커뮤니티에 편지를 게재하고 직접 결혼 소식을 알렸다. 하지만 엑소의 공식 일정을 앞두고 갑작스러운 결혼 고백이란 점에서 여론은 급격히 악화됐다. 엑소 팬덤 가운데 일부는 “첸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지지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다.
연예인들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지만 ‘아빠 고백’의 배경은 대부분 비슷하다. 아이가 태어나면서 가장의 의무, 아빠로서의 책임을 미룰 수 없다는 데서 오는 선택이란 분석이다. 아내,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이 외부의 눈에 띌 때도 있는 만큼 이를 먼저 알리고 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로도 풀이된다.
채널A 프로그램 ‘아이콘택트’를 통해 복귀한 길의 이야기는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반복된 음주운전 물의를 빚었지만 사과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방송 출연을 택한 것을 두고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사진=채널A ‘아이콘택트’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한쪽에선 ‘아빠 고백’의 타이밍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가수 길을 향한 의문이다. 그는 1월 17일 방송한 채널A 프로그램 ‘아이콘택트’를 통해 복귀했다. 반복된 음주운전으로 비난 여론에 직면해 연예계 활동을 중단한 지 3년 만이다. 공백 동안 연예계 활동에 의지를 보이지 않았고, 주위 시선에 예민하게 반응해온 터라 그의 방송 복귀는 의아함을 자아냈다.
길은 방송에서 예비 장모에게 결혼 허락을 구했다. 공백 기간 결혼설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던 그는 사실 그 사이 아들을 얻었다고 밝혔다. 결혼식은 올리지 못했지만 둘만의 언약식을 통해 부부가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길은 결혼과 아이 출산을 부인한 이유에 대해 “타이밍을 놓쳤다”고 설명했다. 당시 소속사도 없었던 데다, 연예계 동료나 관계자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낸 탓에 결혼과 출산에 대해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는 이야기다.
고백할 기회를 놓쳤다는 길의 선택은 ‘방송 출연’이다. 자연스럽게 고백하겠다는 의도였지만 시청자의 반응은 의도대로 흐르지 않는다. “축복받으면서 결혼식도 치르고 돌잔치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크게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히려 반복된 음주운전 물의를 빚었지만 사과 대신 가족과 함께하는 방송 출연을 택한 것을 두고 ‘순서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빗발치고 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