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복귀…흥행 참패 ‘리얼’ 연출 사촌형과 기획사 설립, 의견 분분
김수현은 군 입대 전부터 1인 기획사 설립 등 독자적인 활동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하지만 관련 예측과 전망을 포함해 그를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가 연예계에 확산될 때마다 확대해석을 경계해왔다. 그러나 키이스트와의 전속계약이 2019년 12월 31일자로 만료됨과 동시에 1월 1일 골드메달리스트 설립을 공식화하면서 오랫동안 물밑 작업을 벌여왔음이 확인됐다.
김수현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다시 시작한다. 복귀작은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다. 사진=영화 ‘리얼’ 홍보 스틸 컷
#‘예상대로’ 사촌형 이로베 감독과 손잡아
김수현이 전속계약 체결의 형태를 취하면서 이적한 골드메달리스트는 이로베 감독이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니지먼트는 물론 관련 업계에서도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낯선 인물’이라 의아함을 자아냈지만, 이내 그 존재가 확인됐다.
이로베 감독은 김수현이 군 입대 전 출연한 마지막 영화인 ‘리얼’을 연출한 이사랑 감독이다. 최근 이름을 이로베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김수현의 이종사촌형인 그는 ‘리얼’을 제작하면서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리얼’의 제작자 역할이었지만, 촬영을 마치고 후반작업이 한창이던 2016년 11월께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까지 맡은 이정섭 감독이 제작진과의 의견차이로 작품에서 하차하면서 대신 감독 자리에 앉았다.
이로베 감독은 김수현과 ‘리얼’을 함께 만들기 훨씬 전부터 출연작을 함께 상의해 결정하고, 연기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2009년 출연한 SBS 드라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때부터 이로베 감독과 상의를 거듭하면서 연기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물론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 ‘도둑들’에 이어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까지 김수현의 몸값을 높인 작품들의 선택과 참여에 있어서 이로베 감독의 지원과 영향이 상당한 것으로 연예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수현과 함께 골드메달리스트를 설립한 이로베 감독. 사진=다음 영화
두 사람이 손잡은 골드메달리스트는 1일 “종합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목표로 매니지먼트 사업과 콘텐츠 제작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영화 ‘극한직업’의 프로듀서를 맡은 김미혜 PD가 영상 콘텐츠 기획과 제작을 총괄하는 한편 이로베 감독은 배우 프로듀싱과 인재 발굴을 전담하겠다고 알렸다. 동시에 김수현을 비롯해 연기자 서예지와 김새론도 영입했다. 골드메달리스트는 이들 연기자를 시작으로 다른 배우들을 적극 영입해 몸집을 키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우성·하정우가 시도한 방식…콘텐츠 기획 확장
김수현의 선택은 최근 몇 년 동안 스타급 배우들이 시도한 방향과 겹친다. 정우성이나 하정우가 걸은 길이다. 정우성은 절친한 배우 이정재와 손잡고 매니지먼트사 아티스트컴퍼니를 설립해 동료이자 선·후배인 김의성, 고아성, 고아라 등 배우들을 적극 영입했다. 이를 발판으로 콘텐츠 제작에도 주력하고 있다. 다양한 소속 배우들을 활용해 영화와 드라마 제작을 직접 주도하는 방식이다.
당시 아티스트컴퍼니에 2년 동안 몸담았던 하정우 역시 이런 방식을 습득하고 2018년 독립해 매니지먼트사 워크하우스컴퍼니를 설립했다. 방향은 비슷하다. 배우 매니지먼트를 포함해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플랫폼 다변화 속에 연예계에서 벌어지는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기도 하다. 콘텐츠와 그에 따른 지적재산권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떠오른 상황에서 스타파워를 가진 배우들이 자신의 위치를 적극 활용해 관련 사업으로 영역을 넓히는 시도가 줄을 잇고 있다.
김수현이 이제 막 새로운 발을 내딛었지만 한쪽에선 우려의 시선도 있다. 김수현과 이로베 감독의 합작품인 ‘리얼’이 대중으로부터 얻은 혹평 탓이다. 2017년 6월 개봉한 ‘리얼’은 당시 46만 관객 동원에 그치는 ‘참패’를 기록했다. 은근히 기대하던 중국 수출 역시 마침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한한령의 여파로 가로막혔다. 이래저래 이름값이 무색한 성적이다.
특히 김수현이 바로 직전 주연한 영화 ‘은밀하게 위대하게’가 685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그보다 앞선 ‘도둑들’ 역시 1200만 관객 흥행을 기록한 사실과 비교하면 처참한 결과다. 때문에 한동안 관객들로부터 조롱당하기도 했다. 완성도가 낮거나 만듦새가 부실한 영화들을 두고 ‘리얼급’이라는 수식어가 한때 유행하기까지 했다.
한 매니지먼트사 대표는 “김수현이 소속사와 전속계약을 끝내기 전부터 사촌형과 회사를 차린다는 소문은 파다했다”며 “김수현이 가진 맨 파워를 고려하면 새로운 도전에 따른 기대가 크지만, 엔터테인먼트사 운영의 경험이 거의 없는 가족과 일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우려가 따르는 것도 어쩔 수 없다”고 밝혔다.
김수현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시작한다. 복귀작은 tvN 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다. 정신병동 보호자와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앓는 동화작가의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김수현과 더불어 같은 소속사가 된 연기자 서예지가 주연 후보에 올라있다.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