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친형’이라고 주장하는 한 북한주민이 등장해 김 전 회장의 가족사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통일부는 최근 “지난달 중순 접수된 남북이산가족 생사확인의뢰서를 검토한 결과 김우중 전 회장의 친형이라고 주장하는 김윤중씨(78·북한 거주)가 김 전 회장 일가족과의 상봉을 신청했다”고 공개했다. 이 사실이 공개된 이후 김 전 회장의 가족에 대해 세간의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그동안 공개됐던 김 전 회장의 가족사항과 다른 내용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북한에 가족이 없다”고 밝혔을 뿐 아니라, 김 회장에게 이복형제(김윤중씨의 주장)가 있다는 사실도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 게다가 김윤중씨의 경우 자신이 김 전 회장의 이복형제라는 사실을 그동안 알고 있었음에도 지금까지 상봉신청을 하지 않고 있다가 이번 8차 상봉(오는 9월20일~25일)에 신청서를 낸 배경도 의문이다.
[의문1] 북의 김윤중씨는 김우중 전 회장의 진짜 형일까
김 전 회장의 가족과 상봉을 희망한 김윤중씨는 통일부에 접수한 생사확인의뢰서에서 자신의 본적지를 제주도라고 적고 있다. 이는 김우중 전 회장의 부친 김용하씨의 본적지와 동일하다. 또 그는 상봉을 희망한 사람으로 부친 김용하씨를 비롯해 모친 김평아, 태중(김 전 회장의 형), 관중(김 전 회장의 동생), 덕중, 우중, 성중, 영숙씨 등이었다. 인적사항 내용으로 보면 정확히 김 전 회장의 가족과 일치한다.
그러나 김윤중씨가 김 전 회장의 형이라고 할 만한 확실한 증거는 없다. 통일부는 “김 전 회장측은 김 전 회장이 해외에 체류중이고 나머지 가족들도 윤중씨와의 상봉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 가족들이 상봉을 거부한 이유는 “김윤중씨가 형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가족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김윤중씨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은 김우중 전 회장과 덕중씨지만 두 사람 모두 해외에 나가 있어 얼굴을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의 측근은 “과거에도 그 같은 사례(김 전 회장의 친인척이라고 하는)가 많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통일부 관계자는 “김윤중씨의 경우 여러 정황으로 미뤄볼 때 김 전 회장의 형이 맞을 가능성이 높으며, 다만 현재 남한에 생존하고 있는 일부 가족들이 그 같은 사실을 알지 못하는 게 아닐까 추정된다”고 말했다.
[의문2] 김우중 전 회장에게 또다른 어머니가 있는 것일까
재벌가의 가족관계는 거의 공개돼 있다. 한때 국내 재벌 순위 3위권까지 올랐던 대우그룹 김우중 전 회장의 경우 가족관계에 관한 한 비밀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북에 살고 있는 김윤중씨의 존재는 그간 전혀 알려지지 않았다. 김윤중씨 주장에 따르면 그는 김 전 회장 형제 중 맏이인 태중씨 다음인 셈. 눈길을 끄는 것은 윤중씨가 상봉신청서에서 ‘부친 김용하씨와 모친 김평아씨’라고 써 낸 점. 그동안 김 전 회장의 모친은 전인항씨로 알려졌기 때문에 김윤중씨의 주장대로 하면 김 전 회장의 부친 김용하씨에게는 전씨 외에 또다른 부인이 있었다는 얘기다.
결론부터 말하면 김용하씨에게는 부인이 둘 있었다. 김 전 회장에게 이복 형제가 있을 수 있다는 얘기. 김 전 회장의 큰형 태중씨와 이번에 상봉 신청을 한 김윤중씨의 모친은 김평아씨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평아씨의 개인적인 사항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다만 김 전 회장의 생모 전인항씨는 평북 출신으로 이화여전을 나온 인텔리 여성이었다. 전씨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사회활동도 활발히 해 대한부인회 부회장을 역임하는 등 여성계 지도자로 활동했고 이태영씨(정대철 민주당 대표 모친)와도 교분이 두터운 사이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평아씨와 관련해 눈여겨 볼 대목은 그의 소생인 김윤중씨의 주장이다. 김윤중씨는 상봉신청서에 “나는 제주 출신으로 북한에서 살기 전 서울에 거주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부친인 김용하씨는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읍 하귀리 출신. 김용하씨는 평양고보를 나와 일본 법정대에 유학했고, 경성대에 다시 들어갔다. 이후 함북 경성군의 경성고보에서 교사생활을 하다 일제시대에 대구사범에서도 교편을 잡기도 했다.
김용하씨는 이후 해방 뒤 서울사대 윤리학 교수, 제주도지사를 거쳐 제2대 민의원 선거에 제주도에서 입후보했다가 낙선했다. 그는 지난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면서 납북된 뒤 생사불명이 됐다. 흥미로운 부분은 대구 경북고 교사와 효성여대 교수 등 대구지역에서 오랜 기간 교편을 잡았던 안병태씨의 회고다. 그는 자신의 수필집 <교실에서 만난 인재들>에서 김용하씨에 대해 다음과 같은 회고담을 실었다.
‘42년 당시 김용하씨는 대구사범 교사였고, 그의 아들 덕중, 우중 형제는 덕산국민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당시 나는 덕산국민학교 교사로 있었는데, 김용하씨가 ‘제주도에 있는 국민학교 6학년의 어린 처제를 경북여중에 시험을 치르게 하기 위해 대구로 전학시키고 싶다며 내게 부탁했다. 이 처제는 경북여중에 합격해 뒷날 경기여중으로 전학을 갔다.’ 이 부분이 눈길을 끄는 것은 북한에 생존하고 있는 윤중씨가 제주 출신이라고 주장한 대목에 비추어보면 이 ‘어린 처제’가 김평아씨의 동생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전인항씨와 김평아씨와의 관계는 어떤 것일까.
김용하씨의 결혼관계에 대해 현재 알려진 것은 ‘큰아들 태중씨를 얻은 뒤 전처(김평아씨)와 사별하고 전씨와 재혼했다’는 정도.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의 생모인 전씨는 결혼한 뒤에야 김용하씨가 결혼경력이 있고, 자녀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맏아들 태중씨와 둘째 아들 관중씨의 나이차가 10년씩이나 났던 것은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 하지만 태중씨와 관중씨 사이에 윤중씨가 있었던 것은 전혀 알려지지 않았던 부분이다.
[의문3] 그는 왜 사망사실 알고 있는 김평아씨도 명단에 올렸나
김윤중씨의 상봉신청서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윤중씨가 자신의 생모라고 밝힌 김평아씨를 만나고 싶다고 밝힌 점. 한국전쟁이 발발할 당시 ‘서울여자의과대학병원 의사’로 일하고 있다가 북으로 간 김윤중씨가 김평아씨와의 상봉을 신청한 점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김 전 회장 일가족의 주장에 따르면 한국전쟁이 날 무렵에 이미 김평아씨는 사망했기 때문에 김윤중씨도 이 사실을 모를리 없을 것이란 분석.
때문에 그가 굳이 왜 모친 이름란에 ‘김평아’란 이름을 써넣었는지 의문이다. 이에 대해 일부에서는 김윤중씨가 자신의 출생비밀을 보다 정확히 공개함으로써 자신과 김우중 전 회장의 관계를 좀더 객관적으로 입증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 물론 이 사실을 적시한 것은 결과적으로 남한측 김우중 전 회장 일가로부터 상봉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불러왔다. 새삼 김 전 회장의 가족 비화가 드러나는데 따른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점을 김윤중씨가 예상치 못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의문4] 김우중 전 회장 가족들은 왜 상봉 자체를 거부했을까
숨겨져 있던 가족관계가 드러난 데 따른 부담도 있었겠지만, 김우중 전 회장 가족들이 김윤중씨와의 상봉을 거부한 것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통일부는 “김 전 회장측은 김 전 회장이 해외에 체류중이고 나머지 가족도 상봉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혀 김 전 회장 일가족이 김윤중씨와의 상봉을 거부했음을 전했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 전 회장 가족들이 상봉을 거부한 것은 “김 전 회장 형제들 중 관중씨는 와병중이고 덕중씨와 우중씨는 외국에 나가 있고, 국내에 있는 성중씨나 영숙씨는 윤중씨에 대한 기억이 없기 때문에 상봉할 주체가 없다는 점에서 거절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 전 회장측이 굳이 만남 자체를 거부할 이유는 없다는 게 주변의 시각이다. 가족사에 대한 비밀이 공개되는 부담이 있지만,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못만난다’는 것은 어딘가 석연치 않다고 보는 것이다. 특히 김 전 회장은 정주영 현대 창업자에 앞서 대북 사업의 주도권을 쥐고 김영삼 정부시절까지 대북사업을 활발히 폈다. 김 전 회장은 당시 부인인 정희자씨와 함께 수차례 방북했다. 김 전 회장이 방북했을 때 한국전쟁 때 납북된 뒤 생사불명인 부친 김용하씨의 생사 여부를 확인했을 것이란 추측은 가능하다. 이 과정에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이복형인 김윤중씨가 북한에 생존하고 있음을 알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
그러나 김윤중씨의 이번 상봉신청서 내용은 그동안 김 전 회장을 전혀 만난 적이 없는 것처럼 돼 있다. 때문에 윤중씨의 이번 상봉신청은 뒤늦게 김 전 회장의 가족사와 관련된 비밀을 ‘커밍아웃’시킨 결과를 가져왔다.
이와 관련, 김 전 회장의 한 측근은 “김 전 회장이 방북했을 때 윤중씨를 만났었는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당시 그룹 내에서는 그 같은 사실(윤중씨를 만난 것)이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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