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빈 지난해 5월에도 구설수…연예계 “아이돌 개인 활동 감시 강화해야 하나” 고민
그런 가운데 빅스의 팬덤 내부에서는 “개인 방송 활동을 검열하지 않은 소속사의 안일한 대응도 문제가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로 연예계에서는 홍빈의 사건을 토대로 일부 아이돌들의 SNS 등 사적인 활동을 다시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3월 1일 자신의 게임 방송에서 선후배와 동료 아이돌그룹을 비난한 홍빈. 이후 사과문을 올렸으나 그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여전히 냉랭하다. 사진=홍빈 트위치 방송 화면 캡처
사건의 발단은 지난 1일 새벽, 홍빈의 인터넷 생방송 1주년 기념 방송으로 시작됐다. 홍빈은 2019년 3월 1일부터 인터넷 방송 중계 서비스인 트위치를 이용해 게임 방송을 진행해 왔다. 이는 빅스의 멤버 자격과는 별개 활동으로, 홍빈은 자신을 “아이돌로서의 자아와 게이머로서의 자아로 구분하고 있다”고 설명해 왔다.
그런데 이날 그는 소주 3병과 와인 1병을 마신 만취 상태로 방송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방송을 시청한 팬들이 보내준 선배 아이돌 그룹의 영상을 비난한 것이 문제가 됐다. 샤이니의 ‘Everybody’ 무대를 보며 “누가 밴드 음악에 이딴 아이돌 음악을 끼얹어, 허접하게”라고 비난하는가 하면, 인피니트의 ‘내꺼하자’ 무대를 본 뒤에는 “나 같으면 저거 안무 짠 사람 때렸다. 안무를 저딴 식으로, 멋있는 노래에 멋있는 포인트에 저딴 안무를 짰다”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두 그룹은 각각 2008년, 2010년 데뷔해 2012년 5월 데뷔한 빅스보다 선배다.
점점 수위가 높아지는 그의 발언을 두고 일부 팬들이 방송을 종료할 것을 요청했으나 홍빈은 오히려 팬들을 향해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새벽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평균 1000여 명이던 시청자가 단숨에 1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모여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빅스의 소속사인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관계자, 또는 빅스의 다른 멤버로 추정되는 인물이 직접 홍빈의 집을 방문해 “너는 팀에 있으니까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 이럴 거면 팀에서 나가라”고 꾸짖은 것으로 알려졌다.
홍빈은 지난해 3월 1일부터 트위치 게임방송을 진행해 왔다. 사진=홍빈 방송 화면 캡처
홍빈의 이 같은 논란은 이튿날 언론 보도를 통해 대중에도 알려졌다. 홍빈은 물론 빅스의 멤버 레오, 라비와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까지 나서 모두 다섯 차례의 사과가 이어졌으나, 홍빈에게 공격당한 아이돌 그룹의 팬덤은 그의 행동에 소속사와 그룹 모두 책임 있는 자세를 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빅스의 팬덤에서도 “그룹 전체의 이미지를 손상시킨 홍빈을 당장 탈퇴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같은 팬덤 안팎의 반응을 지켜보면서도 젤리피쉬 측은 별다른 추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빅스의 팬덤은 홍빈의 인터넷 게임 방송 활동을 놓고 “소속사 차원에서 중단시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직’ 아이돌이 아닌 ‘현역’ 아이돌이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며 대중과 소통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게 팬덤의 지적이다. 거친 말이 오가는 게임 방송의 특성상 소속사 차원의 모니터링이 없다면 구설수가 발생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홍빈은 지난해 5월 유명 게임 BJ 홍방장과 합동 방송을 강행하려다 논란을 빚고 사과한 전적이 있다. 홍방장은 욕설과 부적절한 언행 등으로 게임 방송 업계에서도 일부 부정적인 평판이 있는 인물이다. 팬들의 거센 반대로 무산되긴 했으나 논란이 될 만한 시도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홍빈이 안이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빅스의 소속사 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측도 홍빈의 행동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진=젤리피쉬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대부분 게임 방송이 그렇듯 홍빈의 방송에서도 수위가 아슬아슬한 발언이 오가는 경우가 종종 있어 팬들이 계속 가슴을 졸이고 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소속 아이돌의 일탈을 미연에 방지하지 않은 소속사에도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게 팬들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1~2일 대부분 온라인 연예 전문 커뮤니티와 포털사이트를 뒤집어 놓은 홍빈의 논란을 두고, 연예계 내부에서도 소속 연예인들의 SNS 등 사적 활동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일거수일투족을 검열하던 2000년대 중후반 때만큼은 아니지만, 소속사 차원에서 좀 더 면밀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수 관계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아이돌 담당 매니지먼트 관계자는 “신인이거나 연차가 아직 높지 않은 아이돌의 경우는 개인이든 그룹 전체든 소속사에서 SNS를 100% 관리하고 있고, 연차가 제법 됐더라도 ‘이 멤버는 고삐를 풀었다간 문제가 생긴다’ 싶을 경우엔 그렇게 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사람이 하는 일이다 보니 그렇게 관리해도 구멍은 항상 생긴다. 결국엔 멤버들과 회사 간 신뢰를 바탕으로 믿고 조금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데 이번 홍빈의 논란은 그런 믿음을 배신한 것”이라고 짚었다.
이 관계자는 또 “한편으로는 이미 지난해부터 많은 팬들이 홍빈의 방송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음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는 소속사의 잘못도 있다고 본다”며 “이미 대중은 홍빈과 그 그룹을 ‘아이돌을 비난한 아이돌’이라고 받아들일 텐데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홍빈은 3일 자신의 트위치 계정을 통해 “게임방송은 제 실수한 부분에 대해 반성하고 다시 생각하고 앞으로의 동향이 잡힐 때까지 방송을 하지 않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공지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