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오버’ 장점 살린 튀는 외관…안정적이고 묵직한 주행감으로 다시 반전
르노삼성 ‘XM3’. 사진=르노삼성
시승한 모델은 XM3의 모델 중에서 상위 트림인 TCe 260. XM3의 주력 모델이다. 르노그룹과 다임러가 공동 개발한 신형 4기통 1.3리터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이 장착됐다. 이 엔진은 향후 르노그룹이 선보일 모델에 주력으로 탑재될 엔진이다. 그만큼 공을 들여 개발했다는 의미다. 이 엔진은 독일 게트락의 7단 습식 듀얼클러치 트랜스미션과 짝을 맞췄다. 제원 상 최고출력은 152마력, 최대토크는 26.0kg·m.
XM3는 이번 공식 출시에 앞서 2019 서울모터쇼에서 처음으로 얼굴을 알렸다. ‘XM3 인스파이더’라는 이름의 쇼카로 관람객을 맞았다. 당시 신선한 디자인 콘셉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공식 출시된 모델은 당시 쇼카의 디자인 요소를 대부분 계승했다. 양산 모델이 쇼카와 너무나 달라 당혹스러웠던 경험을 했던 소비자라면 르노삼성의 결정에 믿음이 갈 수밖에 없다. 믿음을 저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일단 기본 점수를 받은 셈이다.
XM3의 전반적인 실루엣은 다소 풍성하게 처리된 전면부를 따라 후면으로 갈수록 긴장감을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됐다. 측면에서 바라볼 때 자칫 투박해보이기 쉬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이지만 후면을 날렵하게 깎아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했다. 바퀴 윗부분만 본다면 세단 디자인과 견줘도 부족함이 없다. 이는 동급 모델 중에서 차체높이(1570mm)가 가장 낮고 최저지상고(186mm)는 가장 높은 데서 기인한다.
시트 포지션은 세단과 SUV 모델 사이에 있다. 자칫 이도저도 아닌 결과를 낳을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다. XM3는 영리하게 접점을 찾는 데에 성공한 듯 보인다. 세단에 비해 넓은 시야를 확보해주고 SUV 모델과 비교하면 안정감이 돋보인다. 적용된 첨단 사양으로는 10.25인치 계기판에 내비게이션 지도를 보여주는 ‘맵인(Map-in) 클러스터 기능’, 동급 최초로 주차 조향 보조 시스템(EPA)과 360도 주차 보조 시스템을 갖춘 것이 눈에 띈다. 내부 마감재도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확보했다. 손길이 주로 닿는 곳의 질감을 매끄럽게 처리했다.
엔진의 성능은 르노그룹이 자신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통통 튀는 외관과 달리 실제 주행에서는 기대를 웃도는 안정적인 주행 성능을 선보였다. 시트를 통해 전해지는 주행감은 부드러운 편이지만 묵직한 스티어링 휠의 조향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엔진에서 시작돼 차체를 앞으로 당기는 힘이 인상적이다. 덕분에 중저속 구간에서도 액셀러레이터의 반응이 즉각적이다.
시속 100km까지 촘촘하게 변속이 진행되면서 무리없이 ‘고속의 세계’로 운전자를 인도한다. 고속 구간에서 움직임도 합격점을 줄만하다. 세단 수준이 아니더라도 풍절음과 지면 소음 등을 잘 잡았다는 느낌을 준다. 코너링 구간에서도 큰 밀림 없이 지면을 움켜쥐고 빠져나가는 것을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다만 패들 시프트를 사용하는 재미는 기대치를 밑돈다. 적용된 크루즈 컨트롤의 기능 역시도 첨단의 기능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기본만을 채웠다. 스타일을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도 있는 법이다. 뒷좌석에 앉아보면 170cm 중반의 성인 남성이라면 지붕까지 주먹 하나 정도의 공간이 남는다. 다만 깊은 트렁크 공간을 확보했다는 점은 장점으로 내세울 만하다. 이날 시승에서 확인한 실제 연비는 12.2km/ℓ.
XM3는 쿠페형 스타일의 SUV이라는 점에서 독일의 한 럭셔리 브랜드를 떠오르게 한다. 그 모델의 가격대는 일반인이라면 쉽게 넘볼 수 없는 수준이지만 XM3는 다르다. XM3 가격은 개별소비세 인하 기준 트림별로 1.6 GTe △SE 1719만 원 △LE 1939만 원 △LE 플러스 2140만 원. TCe 260 △LE 2083만 원 △RE 트림 2293만 원 △RE 시그니쳐 2532만 원이다. 무리를 하지 않으면서도 남과 다른 스타일과 활용성 높은 SUV 모델을 기다리고 있었다면, 답은 이미 나왔다.
임홍규 기자 bentus@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