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이크 없는 인기 배우 출연작 마니아 형성…업로더들 귀신같이 찾아 올려 불법 토착화
2017년 내한한 일본 성인영화 배우(AV 배우) 하마사키 마오의 팬미팅 현장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요즘 웹하드와 P2P 사이트에서 유행하는 일본 AV는 또 한 차례 유행이 변화하고 있다. 한동안 일본 AV의 대세는 ‘자막’이었다. 정식 수입돼 유통되는 콘텐츠가 아닌 만큼 제대로 된 번역가를 통해 제작된 자막은 아니다. 일부 업로더들이 자막을 자체 제작해서 서비스하기 시작한 게 큰 인기를 끌면서 자막이 대세가 됐었다. 이를 통해 자극적인 영상에 더욱 자극적인 내용까지 접하게 된 다운로더들이 열광했다. 성인콘텐츠 전문가들 사이에서 파격적인 내용이 많은 일본 AV의 불법 유통이 자칫 리벤지 포르노와 몰카보다 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졌을 정도다. 집단강간, 불륜, 패륜 등 성의식을 왜곡할 만한 자극적인 내용의 일본 AV가 자막까지 달고 불법 유통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흐름은 ‘자막’이 아닌 모자이크가 없는 포르노다. 과거 ‘노모(No 모자이크)’라는 키워드가 이런 일본 AV를 지칭했지만 ‘노모’라는 단어를 검색어에서 금칙어로 설정해 놓은 웹하드 사이트가 많아지면서 ‘파괴’ ‘제거’ 등의 키워드가 주류가 됐다. 모자이크를 파괴하거나 제거한 AV라는 의미다. 일본 AV는 등급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되는데 모자이크 처리가 되지 않은 AV는 포르노로 가장 높은 등급이다. 한 성인 콘텐츠 전문가는 “일본 AV를 보면 내용이 자극적인 경우 대부분 모자이크가 처리돼 있고 기획물 역시 대부분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다”라며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AV는 내용이나 기획력보다 노출 수위 자체가 강조된 것들이다. 일본 심의기관이 AV의 내용이 너무 파격적이면 노출 수위를 제한해 모자이크 처리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요즘 국내에서 유통되는 불법 일본 AV의 흐름이 파격적인 내용에서 모자이크 처리가 안 된 보다 높은 수위의 노출로 변모해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앞서의 성인 콘텐츠 전문가는 “한동안 내용이 중시됐다면 요즘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출연 배우 AV를 골라 보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일본 AV 배우들은 대부분 모자이크 된 AV와 모자이크 안 된 AV에 모두 출연한다. 좋아하는 여배우가 생긴 국내 다운로더들이 그 배우의 모자이크가 안 된 AV를 찾아서 보게 되고 이런 흐름을 파악한 업로더들이 인기 있는 일본 여배우의 모자이크 안 된 AV를 찾아 올리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파격적인 내용이나 노출을 찾는 이들이 뚜벅이 워킹손님이라면 좋아하는 여배우 출연작을 골라 찾는 이는 예약손님”이라며 “불법 일본 AV가 한국 성인 시장에서 토착화되는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다 보니 요즘 웹하드나 P2P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불법 일본 AV 콘텐츠의 제목 역시 대부분 여배우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다. 거기에 ‘파괴’나 ‘제거’라는 키워드가 들어가 있으면 해당 여배우의 모자이크 안 된 AV라는 의미다.
‘자막’ 서비스는 여기서도 활용되고 있다. 번역기 등을 활용해 제작된 자막이라 여전히 어색한 부분이 많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큰 어려움은 없다. 어차피 불법 AV를 찾는 이들은 정확한 내용보다 이야기의 흐름만 파악하면 만족하는 터라 크게 문제가 되진 않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인기 여배우가 나오고 모자이크 처리가 안 돼 있는데 어느 정도 내용까지 파격적이라면 가장 인기가 좋다.
이런 흐름은 웹하드 사이트와 IPTV 등을 통해 비로소 유통망이 되살아나 부활의 움직임을 보이는 국내 AV 업계에 치명타가 되고 있다. 과거 비디오 대여시장이 왕성하던 90년대 전성기를 누리던 국내 AV 업계는 ‘에로비디오’를 통해 탄탄한 수입구조를 만들어냈고 스타도 여럿 발굴했었다. 비디오 대여시장의 몰락으로 유통망을 잃은 에로비디오가 함께 몰락한 이후 20여 년 동안 암흑기를 보낸 국내 AV 업계는 최근 2~3년 새 어느 정도 부활의 움직임을 보여줬다. 마니아 팬 층을 확보한 몇몇 국내 AV 스타들도 등장하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불법 일본 AV의 파격적인 내용, 그리고 노출 수위를 따라갈 수 없다는 명확한 한계가 국내 AV 업계를 힘겹게 만들고 있다.
이런 흐름을 극복하기 위해 몇몇 AV 업체에서는 일본의 인기 AV 배우를 캐스팅해서 출연시키는 강수를 두기도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 한 국내 AV 업계 관계자는 “일본 인기 AV 배우에게 엄청난 돈을 주고 출연시킬지라도 흥행에는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라며 “반짝 인기 한 번으로 끝난다. 오히려 그렇게 알게 된 일본 AV 배우가 출연한 불법 일본 AV를 찾는 수요가 늘고 업로더들이 귀신처럼 그런 걸 찾아 올린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