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에 따른 편집본 아닌 무삭제본 돌아다녀…내려받았다가 처벌받을 수도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를 일반 대중이 접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는 생겼지만 상업성이 떨어져 사문화 된 등급이 돼 버렸다. 제한상영관이 없는 현실에선 그런 등급의 영화를 집에서 홀로 즐길 방법은 없을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영화 상영 등급과 비디오물 관람 등급을 나눠 등급 분류를 하는데 비디오 관람 등급에도 ‘제한관람가 등급’이 있다.
영상물 등급 체계와 기준. 사진=영상물등급위원회 홈페이지 캡처
그렇지만 제한관람가 역시 사문화 된 등급이다. 역시 관람이 제한된 등급인 만큼 아무나 집에서 관람할 수는 없다. 제한상영관과 마찬가지로 ‘제한관람가 비디오물 소극장’에서만 관람이 가능한 것. 제한상영관이 하나도 없는 국내에는 당연히(?) 제한관람가 비디오물 소극장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8년 1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최근 2년 동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등급분류 통계에 따르면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모두 8편이지만 제한관람가 등급을 받은 비디오물은 단 한 편도 없다. ‘제한관람가 비디오물 소극장’의 존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터라 등급을 받아도 아무런 의미가 없어 등급 분류 신청 자체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범위를 5년으로 넓혀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의 등급분류 통계를 봐도 제한관람가로 분류된 비디오물은 단 2편에 불과하다. 5년 동안 등급 분류를 받은 비디오물이 3만 2224편이나 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적은, 아니 의미 없는 수치에 불과하다.
그런데 웹하드를 통해서는 관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 물론 웹하드 등을 통해 아예 등급판정조차 받지 않는 외국 영상물을 다운로드 받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제휴가 안 된 불법 다운로드다. 반면 웹하드에 제휴 콘텐츠로 등록된 영화를 합법적으로 다운로드 받는 경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웹하드에서 합법적으로 유통되는 제휴 콘텐츠 영화는 IPTV나 케이블TV 등을 통해 유통되는 VOD(주문형비디오)와 거의 같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극장동시상영 영화는 1만 원, 극장 상영이 막 끝난 신작은 4000~5000원 수준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2000원, 1000원으로 가격이 하락하게 된다.
그런데 IPTV나 케이블TV에서 1000원을 주고 구입한 VOD와 웹하드에서 1000원을 주고 구입해 다운로드 받은 동일한 영화가 각기 다른 편집본인 경우가 있다. 대부분 외국 영화다. 원래 편집본에는 노출 수위가 매우 높거나 잔인하고 엽기적인 장면 등이 포함돼 있는 경우들이다. 외국에서는 원래 편집본이 극장에서 개봉됐고 DVD나 VOD로 유통된다.
그런데 국내에 수입되면서는 지나친 노출이나 잔인한 장면 등은 편집되거나 모자이크 처리가 된다. 원래 편집본 그대로 등급 분류를 신청하면 제한상영(관람)가 판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편집하는 것이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아 재편집해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 영화들도 있다. 이런 경우 국내에서 등급을 받은 편집본만 정상 유통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제한상영가 판정 영화 가운데 한 편인 ‘숏버스’의 국내와 해외 버전 포스터. 각기 다른 편집본이다.
그런데 웹하드에서는 국내에서 등급을 받은 편집본이 아닌 해외에서 유통되는 편집본이 그대로 돌아다니기도 한다. 동일한 영화이기 때문에 동일한 가격으로 유통된다. VOD 시장은 IPTV나 케이블TV 업체에서 등급 분류에 맞는 편집본을 소비자에게 서비스하는 방식인데 반해 웹하드는 업로더가 개별적으로 올리는 영화를 다운로더가 다운받는 방식이다. 이런 구조적인 차이로 인해 웹하드에는 업로더에 따라 다양한 편집본이 올라오는 것이다.
따라서 웹하드에서는 같은 가격에 국내 등급분류 기준에 맞게 편집되지 않은 편집 버전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장점으로 여겨질 수 있겠지만 자칫 불법 영상물 유통으로 처벌 받을 수도 있다.
또한 국내에서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가 웹하드에서 버젓이 돌아다니기도 한다. 제한상영가 판정을 받은 영화는 대부분 재편집을 거쳐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으로 개봉된다. 그렇지만 웹하드에선 편집되지 않은 소위 무삭제본이 심심찮게 유통되고 있다.
몰카나 리벤지 포르노 내지는 일본 AV(성인비디오)나 해외 포르노 등 모두가 알고 있는 불법음란물들이 있다. 누군가는 알고도 이를 다운로드받겠지만 이를 조심하는 이들이 훨씬 더 많다. 그렇지만 다소 파격적이지만 일반 영화니까, 또는 해외 유명 영화제 수상작이니까 별 생각 없이 다운로드받는 경우도 많다. 자신도 모르게 불법음란물을 유통 및 소지 행위를 범하는 것일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