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생 문제 여전, 사회 분위기 따라 단속 가능성…일각 “러브체어 역할 할 수도”
윤락업계 관계자는 실제 리얼돌 체험방에 다녀온 뒤 ‘풍속업계의 대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진은 리얼돌 생산업체 팀포유가 제작한 리얼돌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인천, 김포, 수원 등 경기도를 시작으로 노원과 역삼, 서초 등 서울 지역으로 확산돼 이제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가는 리얼돌 체험방은 계속 새로운 업소가 오픈해 정확한 개수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형태도 다양하다. 오피스텔에서 운영되는 게 가장 흔한데 안마시술소처럼 작은 룸들이 구비된 곳도 있다. 기존 모텔이 룸 몇 개를 리얼돌 체험방으로 활용하는 사례도 등장했다. 2020년 연초 대한민국에 리얼돌 체험방 열풍이 불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업소마다 차이는 있지만 비용은 대략 1시간 체험에 3만 원이며 보다 음란한 분위기 조성을 위해 ‘야동’을 틀어주기도 한다. 인터넷과 SNS 등을 통한 리얼돌 체험방 광고도 급증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으로 결제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놓은 곳도 있다. 합법이라 가능한 영업과 광고 방식이다.
리얼돌 체험방이 2019년 대법원 판결 이후 처음 생긴 것은 아니다. 2005년 무렵에도 ‘인형체험방’이라는 이름으로 한 차례 유행했었다. 당시에도 단속이 애매했다. 취재에 응한 한 풍속업계 관계자는 실제 그 시절에 인형체험방을 운영했었다.
“그때도 단속을 당하지 않는다는 얘길 듣고 가게를 열었지만 지금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행여나 단속을 당할까 다른 풍속업소를 운영할 때처럼 유관기관 관계자들을 관리했다. 지금은 아예 ‘합법’으로 알려져 그런 걱정은 없을 듯하다. 문제는 당시 리얼돌 수준이 많이 조악했고 위생 문제가 심각했다. 손님이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호기심으로 오는 손님들이 전부였고 한 번 체험하곤 다시 안 왔다. 당시 리얼돌은 지금보다 비쌌는데 더 쉽게 파손되거나 훼손됐다. 도저히 수지가 맞지 않아 투자금만 날렸다.”
그리고 15년여의 세월이 흘렀다. 리얼돌 제작 기술이 크게 향상됐고 대법원 판결과 이를 둘러싼 찬반논란은 오히려 리얼돌을 홍보해줬다. 또 다른 풍속업계 관계자는 실제 리얼돌 체험방에 다녀온 뒤 ‘풍속업계의 대세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사실 조금 궁금하기도 했는데 실제 가보니 리얼돌이 기대 이하였다. 매스컴이나 온라인에서 본 요즘 리얼돌은 상당한 수준이었던 것 같던데 그 정도는 아니었다. 아무래도 개인이 구매하는 리얼돌에 비하면 체험방이 저가의 물건을 가져다 놓은 게 아닌가 싶다. 게다가 위생적인 문제는 여전히 심각했다. 리얼돌의 주요 부위는 1회용으로 손님이 바뀔 때마다 교체한다고 하는데 그럴지라도 비위생적인 게 육안으로 보였다. 요즘에는 호기심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이 많아 영업에 큰 문제가 없겠지만 유행이 오래 가긴 힘들 것 같다.”
반면 또 다른 풍속업계 관계자는 “투자만 원활하다면 해볼 만하다”는 견해를 내놨다. 요즘 리얼돌 체험방은 리얼돌이 궁금해서 한 번 체험해보고 싶은 이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터라 재방문율이 떨어지지만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
“요즘 잘 나오는 리얼돌은 정말 수준이 높다고 알고 있다. 심지어 유명인을 모델로 커스텀 제작도 가능하다고 한다. 가격이 비쌀지라도 정말 좋은 리얼돌을 구비하고 시설에도 더 투자를 하면 1시간 체험에 5만 원 이상을 받아도 장사가 될 것이다. 현재의 리얼돌 체험방 돌풍은 오래가지 못할 것 같지만 곧 프리미엄 리얼돌 체험방이 등장해 엄청난 화제를 양산할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 같이 리얼돌 체험방이 급증하면 결국 경찰 단속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리얼돌 생산업체 팀포유가 제작한 리얼돌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이종현 기자
과거에 인형체험방을 운영했었다는 풍속업계 관계자는 리얼돌이 향후에는 러브체어와 비슷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한동안 러브체어는 모텔 업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러브체어를 구비해 놓은 모텔로 입소문이 나면 멀리서도 손님들이 찾아왔을 정도다.
“그런 업소에서 쓰는 리얼돌은 개당 200만~300만 원 한다고 들었다. 이는 과거 러브체어 가격과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데 리얼돌도 대여 시장이 커지면 좀 더 가격이 내려갈 것이다. 이미 몇몇 모텔이 리얼돌을 구비해 일부 룸을 리얼돌 체험방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들었다. 나중에는 러브체어처럼 룸마다 리얼돌을 구비해 놓고 대실이나 숙박 손님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모텔이 등장할 것 같다. 남자 혼자 오는 손님은 물론 커플들도 리얼돌을 반길 수 있다.”
취재를 도와준 업계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리얼돌 체험방이 급증하면 결국 경찰 단속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리얼돌을 대여해주는 것 자체는 합법이지만 경찰이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단속이 가능하다는 것. 이미 풍속업계에서 일하며 단속당한 경험이 많은 이들은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리얼돌 체험방을 두고 비난 여론이 팽배해지면 결국 경찰이 나서게 된다는 얘기다.
예를 들어 불법 포르노를 틀어주는 행위는 단속 대상이며 청소년 이용객을 단속할 수도 있다. 업소와 학교의 거리, 소방 시설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 게다가 위생 관련 부분도 단속 타깃이 될 수 있다. 아동형상 리얼돌을 활용하는 업소도 단속될 수 있다. 실제 국내 리얼돌 업체 관계자는 “구매를 문의하는 이들 5명 가운데 1명은 140cm 미만의 리얼돌을 찾는다”고 얘기한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노르웨이 등에서는 이미 아동형상 리얼돌의 유통과 구매를 규제하고 있다.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