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재고 싹쓸이한 데다 부자재값 ‘껑충’…“조달청 가격 맞추면 남는 게 없어, 당분간 대란 지속”
일주일에 1인 2장으로 제한되는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날인 9일 서울 종로구의 한 약국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이에 정부는 3월 9일부터 마스크 5부제를 시행했다. 국민 1명당 일주일에 2개까지 요일별로 나눠서 구매하도록 했다. 또한 중복 구매를 막기 위해 이를 확인하는 시스템도 가동하기로 했다. 그런데 여전히 마스크 5부제가 마스크 품귀 사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정책인지 의문의 시선이 많다.
일요신문이 만난 마스크 유통업자들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으리라는 시각이 많았다. 이들이 입을 모아 꼽는 가장 큰 이유는 너무 늦은 수출제한이었다. 이미 1월부터 중국에서 재고를 싹쓸이했기 때문에 최소한의 재고조차 없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 마스크 관련 유통업자 A 씨는 “중국 관련 무역업 하는 분들이 주변에 있는데 이번에 마스크로 큰돈 벌었다”면서 “대부분 미리 1000원대일 때 사서 창고에 쌓아두고 팔거나 중국으로 넘겼다. 최근 마스크 수출 금지 고시가 나오기 전까지 대부분 처리했다”고 말했다. 3월 1일 관세청에 따르면 2월 26일 ‘마스크·손 소독제 긴급수급조정조치’ 고시가 시행된 이후 28일까지 새로 수출 신고된 마스크 물량은 하루 평균 1만 장 안팎에 불과했다. 수출 금지 고시가 나기 전에는 하루 수출량이 100만 장을 웃돌았다.
A 씨는 “1월부터 마스크 값이 과거 암호화폐 비트코인처럼 미친 듯이 올랐다. 처음 KF94 가격이 도매가 900원부터 오르기 시작해 1000원대를 돌파하더니 대구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되면서 2000원대를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현재 KF94 마스크 가격은 2200원 정도까지 올랐다고 한다. 그는 “도매상들끼리 이야기하는 곳에서 누군가가 1억 장 매수 의사를 보이기도 했다”면서 “실제로 거래가 체결됐는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산다는 사람이 많았고 1월에는 마스크 대란이 나기 전인 만큼 파는 족족 중국으로 갔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유통업자 B 씨도 “개인적으로 아주 크게 공급하는 쪽은 아니다. 필요한 게 있다고 할 때마다 소규모로 세금처리 다 하고 넘기는 수준”이라면서 “지난 1월부터 부르는 게 값이었다. 중국에서 현금을 뭉텅이로 가져와 수백만 장 단위로 넘어갔다.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중국에서 한국 마스크 선호도가 워낙 커서 수출하면 몇 배로 받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홍콩에서 팔리고 있는 한국 KF94 마스크 가격이 6000~7000원대라고 덧붙였다.
거의 대부분의 시민이 출근길에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사진=최준필 기자
중국으로 건너 간 마스크 외에 현재 생산에서도 문제가 있다. 조달청에서 제시한 마스크 공급가에 대해 공장에서의 불만도 계속 나온다고 한다. 조달청이 공장에 제시하는 마스크 매입가는 약 900원인데 이 정도면 원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특히 조달청이 생산량 늘리기를 강조하고 있어 야근과 주말 근무를 고려하면 공장을 아무리 힘겹게 돌려도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고 한다.
마스크 공장 관계자는 “부자재 값이 엄청 올랐다. 과거 마스크 도매가가 900원이었던 것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 마스크를 코에 고정하는 철사 값 하나만 해도 과거 20원 이하였던 게 요즘 100원까지 하고 있다. 외부에 팔면 2000원인데, 900원에 가져가는 건 너무하지 않나. 엄청난 이익을 보겠다는 게 아니라 고생하는 만큼 대우해 달라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B 씨도 “중국에서 오는 부자재가 수입이 원활한 건 아니어서 부자재 값이 오른 건 맞다. 다만 국내 부자재 생산 물량으로 어느 정도 충당은 가능하리라 본다”면서 “공장들이 과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남는 건 없으니 조달청에 생산 가능량을 일부러 줄여서 말하는 공장도 있다. 어차피 생산해도 90%는 정부에 넘겨야 하는데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남는 건 없으니 나오는 방안이다”라고 귀띔했다.
마스크 대란은 언제 끝날까. 마스크 공장이나 유통업체들 모두 입을 모으는 건 당분간은 어렵다는 목소리다. 현재 재고가 씨가 말라서 수요 일부를 감당할 수도 없는 만큼 생산량에만 의존해야 하는데, 생산량이 당분간 급격하게 오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A 씨는 “마스크가 미세먼지, 혹은 전염병 등 특수 상황에서만 인기가 있어 섣불리 공장을 증설했다가 나중에는 재고만 쌓일 수도 있어서 현재는 공급이 갑작스레 늘어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조언했다.
다만 이들은 “마스크 공장에서는 조달청이 출하량을 뜯어보고 있고, 매입가도 일방적인 통보를 하고 있다. 공급업자를 죄인 취급하기보다는 고생하는 만큼 어느 정도 인정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