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사에 98개 전량 교체 요구키로…추가 결함 우려에도 한 달 운행한 교통공사 ‘안일’ 지적도
서울교통공사는 7호선 56량에 연결된 봉 연결기에서 균열이 무더기로 발견되자 전량인 98개를 모두 교체하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균열이 발견된 봉 연결기는 총 98개 가운데 10개다. 정확히는 봉 연결기가 아닌 차량과 연결기를 잇는 용접 부위에서 나왔다. 맨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워 특수 장비를 써야 볼 수 있는 균열이라고 알려졌다. 하지만 균열을 그대로 두고 운행했다간 봉 연결기가 차량과 분리되거나 앞선 사고처럼 절단되는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종곤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 교수는 “큰 힘을 받는 전동차에선 작은 균열도 당연히 위험하다. 앞선 절단 사고와도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간 연결기 용접은 전동차 제작 과정에서 이뤄지는 영구 용접이다. 4년마다 이뤄지는 전동차 중정비를 할 때도 분리하지 않는 부분이다. 제작사 용접공의 숙련도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있어서는 안 되는 균열이 맞다. 그대로 운행하면 차량에서 중간연결기가 뽑힐 수도 있다”며 “용접은 제작 과정에서 이뤄진다. 용접된 상태에서 국토교통부의 심사를 거쳐 납품된다. 제작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고 보고 전량 교체를 제작사에 요구할 예정이다. 전량 교체되기 전까진 문제가 없는 차량은 재조합해 7편성 가운데 6편성을 정상 운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봉 연결기가 장착된 7호선 전동차는 총 7개 편성(56량)이다. 7개 편성 가운데 1개 편성인 767편성은 1월 22일 오후 12시 2분 신풍역에서 정차했다가 출발할 때 봉 연결기가 절단돼 1시간가량 멈추는 사고가 났다. 교통공사는 당시 해당 봉 연결기의 단품 결함일 가능성이 크고 다른 전동차 안전에 문제없다고 설명하며 나머지 6개 편성 운행을 이어갔다.
2020년 1월 달리던 7호선에서 봉 연결기가 절단되는 사고가 있었다. 절단된 봉 연결기 단면. 사진=제보자 제공
교통공사는 봉 연결기가 장착된 7호선 전동차 운행을 멈추고 전수 검사를 해야 한다고 지적하는 일요신문 보도가 나간 뒤에야 결국 3월 중순 전수 검사에 나섰다(관련기사 [단독] 무 잘리듯 뚝! 연결기 절단사고 7호선, 전수 점검 없이 달린다). 교통공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애초 교통공사는 해당 전동차 중정비가 예정된 오는 8월까지 기다릴 계획이었다고 알려졌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 2월 일요신문에 2016년에 전동차를 해체해 정밀 검사하는 중정비 검사를 마쳤고, 절단 사고가 난 뒤 외관 검사를 마쳐 안전에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탐상기기 등 봉 연결기를 정밀 검사하는 특수 장비를 동원해 검사한 결과 추가로 균열이 발견됐다.
정비가 미흡했다는 교통공사 내부 목소리도 나온다. 한 교통공사 내부 관계자는 “이 균열은 중정비 검사에서 충분히 잡아낼 수 있는 건데 좀 아쉬운 부분이다. 왜 못 잡아냈는지 뭐라 말하긴 어렵지만 1~4호선과 비교해 5~8호선엔 탐상 기기와 그 자격증을 가진 정비 인력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7호선 56량을 제작한 회사는 다원시스(구 로윈)다. 로윈이 다원시스에 인수·합병되기 전인 2012년 8월 교통공사에 납품했다. 다원시스는 최근까지 기술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교통공사에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에 휩싸인 회사다. 다원시스가 현대로템을 제치고 수주를 따내 최근 납품한 2호선 전동차 200량의 차륜 308개에서 박피가 발생하기도 했다. 교통공사는 이를 전면교체하기로 했다. 당시 전동차 제작 경험이 없었던 다원시스가 전동차 제작 능력이 있는 로윈과 컨소시엄을 만들어 2호선 200량 수주를 따냈다. 결국 다원시스의 전동차 제작 능력은 로윈의 기술력을 바탕에 두고 있는 셈이다(관련기사 [단독] ‘신상 2호선’ 전동차 바퀴 박피 308개 전면 교체 결정, 어쩌다가…).
다원시스 관계자는 7호선 전동차 봉 연결기에서 발견된 균열과 관련해 “현재는 드릴 말씀이 없다”고만 답했다.
박현광 기자 mua12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