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널뛰기 증시에 일희일비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코스피지수가 전날보다 133.56포인트(8.39%) 내린 1457.64포인트로 장 마감한 지난 19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 박정훈 기자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이면서 예측 불가능한 양상으로 흐른다. 지난 24일 코스피지수는 1500선이 붕괴된 23일 대비 8.60% 급등해 1609.97에 마감했다. 장중엔 코스피200 선물과 코스닥150 선·현물이 급등하면서 두 시장에서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앞서 23일 두 시장에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지 하루 만이다. 폭락했던 뉴욕증시도 24일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가 전날보다 11.37% 폭등했고 25일에도 상승세를 보였다.
#개미 군단의 기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개인투자자 매수세는 강하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지난 26일 개인은 7166억 원을 사들였다. 같은 날 외국인이 5350억 원 순매도하며 16거래일 연속 내다팔고, 국내 기관도 2138억 원을 순매도한 것과 반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탁금 10만 원 이상에 6개월간 한 차례 이상 거래한 국내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도 25일 기준 3059만 개로, 2월 말 2990만 개에서 크게 늘었다.
증시 진입을 위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같은 날 기준 41조 4359억 원으로 사상 최대다. 투자자예탁금은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판 뒤 찾지 않은 돈으로, 1월 말 28조 7192억 원에서 2월 말 31조 2124억 원, 이달 40조 원을 돌파하며 가파르게 늘고 있다. 외국인 매도세를 개인 매수세가 맞서며 지수 하락의 완충 역할을 하면서 ‘동학개미운동’이란 용어까지 생겼다.
저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규제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투자자들이 주식 폭락 사태를 기회로 보고 주식시장에 뛰어들거나 매수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시장 하락세가 산업 불황으로 온 것이 아니라 코로나19라는 일시적 현상으로 발생한 만큼 결국 우상향하지 않겠느냐는 판단”이라며 “코로나19가 터지기 전부터 워낙 저금리였다. 투자처가 없어 유동성이 풍부했던 것도 주식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이 많은 배경”이라고 해석했다.
그러나 급등락 장세에서 주식투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 악재로 퍼지며 진정되는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확진자 증가 폭이 줄고 있지만 유럽·미국은 확산 사태가 심각하다. 말레이시아·인도·필리핀·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도 확진자가 늘고 있다.
앞의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동남아에선 이제 확산하기 시작한 데다 금융시장은 작은 것 하나에도 크게 흔들리기에 향후 등락폭이 클 수 있다”며 “여유 자금이 아닌 당장 필요한 자금이나 융자를 통한 단기 투자는 무모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하인환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해외 신규 확진자가 늘고,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기업 이익 감소도 불가피하다. 신용등급 강등 등 기업들이 실제 얼마나 타격을 받았는지 지켜봐야 한다”며 “하루 새 지수가 5%에서 10%까지 움직이는 만큼 성급히 움직이면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실물경기의 타격은 우려를 키운다. 앞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는 금융시장 충격으로 생산·소비·투자 등 실물경제가 타격을 입는 순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금융시장과 실물경제가 함께 무너지고 있다. 무역이 위축되고 국내 기업들이 세계 각지에 구축한 글로벌 생산기지가 줄줄이 가동을 멈췄다. 생산에 차질을 빚고 소비와 수요가 위축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고, 이를 반영한 경제 지표와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되면 금융시장이 또 다시 충격받을 수 있다는 경고다.
#예측 어려운 장세
앞의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지역적 문제였다면 지금은 전 세계가 동시에 겪고 있고 이례적으로 실물과 금융시장이 같이 충격을 받았다”며 “신용 경색은 시간이 지나고 조치를 취하면 풀리기 마련인데 지금은 공장들이 멈춘 만큼 부도나 부실기업이 발생할 수 있어 예측이 쉽지 않다”고 했다.
최근 증시 오름세도 안정세에 들어선 것이 아닌 일시 흐름이란 의견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경기부양책을 내놨고, 특히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은 2700조 원 규모 경기부양 패키지 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만들어낸 기술적 반등이라는 것.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실물경기 냉각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으로 증시는 높아졌다”며 “금융시장과 실물경기 간 괴리가 커지고 있지만 금융시장은 실물경기를 반영하는 만큼 하락세로 전환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충격이 초반에 집중 반영됐기에 향후 충격 규모는 그렇게 크진 않겠지만 낙관적 전망은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많은 투자자들이 주식에 몰리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생산과 소비 등에 타격이 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한산한 명동 거리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이종현 기자
장기 측면에선 투자할 만한 시점이라는 관측도 있다. 당장 주가 하락을 견딜 능력만 있다면 현재 기업들의 실적 대비 주가가 워낙 저평가돼 있는 만큼 향후 반등 기회를 노려볼 만하다는 분석이다. 금융시장의 불안은 코로나19 사태라는 일시적 요인 때문에 불거졌다는 점도 이유다. 확산세가 줄어 사회경제활동이 재개되면 증권시장을 비롯한 경기 회복 속도는 빠르지 않겠냐는 것. 실제 확산세가 진정된 중국에서는 대다수 도시 주택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등 그간 눌렸던 소비와 수요가 올라오고 있다는 보도가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이 급락하는 과정에서 채권금리는 폭등했고 금값과 주식, 유가도 하락했다. 안전자산이 없다 보니 달러를 뺀 나머지 자산에서 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 우리나라에 매도가 강하게 전개됐을 뿐 한국 증시나 기업 상황이 나빠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불확실성이 커 단기 등락은 있을 수 있지만 빚이나 신용융자를 통한 투자가 아니라면 여유자금에 따른 장기투자는 긍정적”이라며 “글로벌 금융위기 등 기존에도 긴 흐름에선 주가가 상승했다. 새롭게 주식시장에 진입하는 투자자들에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각국 정부 경기부양책이 강화된 점도 긍정 요인으로 꼽힌다. 양적완화와 통화스와프 등 통화정책에 더해 자본시장에 긴급자금을 투입하고 재난기본소득이나 기업지원금으로 돈을 직접 지원하는 각국의 강화된 정책 대응은 소비 진작이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다.
이경민 연구원은 “역대급 충격에 대한 공포심에 정책은 더 강해졌다. 일시 타격은 있더라도 4분기 내내 GDP성장률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하반기에는 경기가 저점을 통과하고 회복하는 과정에서 역사상 최대로 풀린 유동성의 힘이 주식시장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금융시장의 향방은 코로나19 진정세와 재정정책의 실효성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하인환 연구원은 “코로나19가 언제 끝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미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은 전 세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만큼 미국 확진자 추이를 주의 깊게 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경민 연구원도 “통화정책은 금리 안정성은 담보할 수 있어도 경기부양이나 경기흐름을 긍정적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재정정책도 필요한 만큼 각국 정부에서 추진 중인 추경과 소득지원 등 대응정책들이 구체화되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간 통화정책을 썼다면 이젠 위기를 제어하고 실질 수요를 끌어올릴 수 있는 정책들이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김예린 기자 yeap12@ilyo.co.kr
우량주 위주 분할매수로 리스크 낮춰야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실적보다 크게 저평가되면서 주식 경험이 없는 초보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 많이 뛰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량주 위주로 분산 투자할 것과 단기 급등락에 흔들리기보다는 긴 흐름으로 관망할 것을 당부했다. 우선 새로운 사건이나 현상에 따라 주가가 움직이는 종목인 테마주보다 수익성·성장성이 좋고 배당률이 높은 우량주 위주로 접근하라는 조언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트렌드를 기반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네이버, 카카오, 2차전지 관련 종목들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며 “대규모 IT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는 대형 IT사와 반도체사 등 최근 글로벌 트렌드에서 전망이 좋은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들이 투자하기에 안정적”이라고 말했다. 분할 매수도 리스크를 낮추는 방법이다. 주가가 하락하는 저평가 구간마다 한 달에 한 번 등 기간을 나눠 매수하고, 기업들도 우량종목 위주로 분산투자하라는 것.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증시에서 가장 악재 요인인 불확실성이 제거되지 않았고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 부실 및 부도리스크가 항상 있을 수 있다”며 “우량종목 위주로 여러 자산에 분산투자하고 한 번에 투자하기보다 저평가 구간마다 기간을 두고 나눠 투자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며칠 전 산 주식이 급등했다고 되파는 등 단기 흐름에 따른 판단을 지양하라는 조언도 있다. 이경민 연구원은 “많은 투자자들이 매수한 시점의 가격에서 5~10% 등 조금만 올라도 파는 경향이 강한데 최소 1년 이상 바라보며 긴 호흡에서 투자한다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예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