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BMW 모토라드 R 18
공개된 R 18는 한눈에 보기에도 초기 콘셉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도로 주행에 꼭 필요한 미러, 방향지시등, 전후 램프 등이 현실에 맞게 부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초기 콘셉트에서 볼 수 있었던 미니멀리즘은 사라졌지만, 현실적으로 필수적인 요소라 이해할 만하다.
크루저 모터사이클의 즐거움을 전달할 예정이다
BMW R 18은 기념비적 모델인 R 5(1936)의 헤리티지를 따른다. 우선 시각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크다. 간결하게 연출한 프레임과 존재감이 분명한 복서 엔진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디자인적으로 중심을 잡아주며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곡선과 부피감을 조절하여 단순하지만 심심하지 않게 표현한 연료탱크와 전후 프레임은 레트로한 감성이 느껴진다.
BMW R 5 (좌) BMW R 18 (우)
BMW는 이번에 R 18을 공개하며 ‘크루저 영역에 진입했다’라고 밝혔다. R 18의 장르를 밝힌 셈이다. 사실 BMW가 클래식 크루저를 개발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지난 2016년부터 있었다. 클래식 커스텀 전시회인 콩코르소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 2016에서 R 5 오마주 프로젝트를 공개할때 이미 BMW가 크루저를 출시할 것이라는 전망이 돌기도 했다.
이어서 2019년 콩코르소 델레간자 빌라 데스테에서 R 18 콘셉트를 발표하며 분위기를 띄웠고, 거기에 더해, 유럽의 대표적인 모터사이클 박람회인 EICMA2019와 MBE2020에서 R 18 콘셉트와 R 18 콘셉트 2를 연달아 공개하며 양산 모델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다양한 스타일을 제안하고 자신만의 커스텀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이 생겼다
BMW R 18은 새롭게 개발된 1802cc 복서 엔진을 탑재한다. 과거 복서 엔진의 디자인을 이어받아 클래식 감성을 강조하면서도 크롬 파츠나 디자인 연출을 현대적으로 표현하여 완성도가 높다. 새로운 복서 엔진은 4,750 rpm에서 최대 91마력의 출력을 내며, 저회전 영역인 2,000rpm 에서부터 4,000 rpm까지 150 Nm 이상의 풍성한 토크를 발산하며 크루저 장르에 적합한 출력 특성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2020 BMW R 18
클래식 크루저 분위기를 잘 살려주는 이유 중 하나는 프레임에 있다. 두 가닥의 튜브 프레임이 엔진을 둘러싸고 있는 모양은 거의 R 5의 것과 거의 유사하다. 리어 스윙암도 튜브로 제작되어 슬쩍 보기에는 과거 리지드 마운트 방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리어 쇼크업소버는 시트 아래쪽에 보이지 않게 설치되어 있다.
클래식하면서도 간결한 싱글 계기반
3가지 라이딩 모드 모드를 제공하는데 라이딩 모드 이름이 재미있다. 레인rain, 롤roll, 록Rock으로 보통 로드, 스포츠 따위의 이름이 붙는 것에 비하면 감성적이다. 기본 전자장비로 트랙션 컨트롤 ASC와 토크 컨트롤 MSR이 적용되며 옵션 사양으로 힐스타트 컨트롤과 후진이 가능한 리버스 어시스트를 선택할 수 있지만, 국내 출시 사양과 다를 수 있는 점은 주지할 필요가 있다.
기울기에 따라 활성화되는 코너링 라이트가 적용되는 LED헤드라이트가 적용된다
새로운 R 18을 출시하며 BMW는 여러 가지 스타일을 제안한다. 말하자면 커스텀의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클래식 붐업의 일등 공신이었던 R 나인T가 전략적으로 채택했던 커스텀 베이스로서의 가능성을 조금 더 확장한 것이다. 애초에 커스텀 문화야 크루저 장르에서 가장 익숙하고 또 활발한 만큼 이 시장의 확장 가능성은 더 크다.
새로운 1800cc 빅 복서 엔진이 적용된다
첫 번째 출시되는 모델은 퍼스트 에디션이다. 블랙과 화이트 스트라이프로 고전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적극적인 크롬 파츠 사용으로 화려한 멋을 강조한 버전이다. 적당히 올라온 핸들바 포지션과 미드 스텝으로 당당하면서도 여유로운 라이딩 자세가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리칸 크루저에서 주로 볼 수 있었던 풀백 스타일의 널찍한 핸들바와 허공에 주먹을 지르는 듯한 에이프 행어 핸들바도 옵션 파츠 등으로 커스터마이징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드라이브 샤프트가 드러나있다
애프터마켓 커스텀 파츠 브랜드와의 협업도 눈에 띈다. 이미 R 나인T 때 막강한 협업을 보여주었던 롤랜드샌즈디자인RSD이나, 머플러 브랜드 밴스앤힌스Vance & Hines, 시트 제작사 머스탱 시트Mustang Seat 등 주로 아메리칸 크루저 커스텀 파츠를 제작하는 업체들과 협업을 통해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메리칸 바이크에 많이 선택되는 에이프 행어 핸들바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개인적으로 BMW R 18의 성공 가능성은 높다고 판단한다. 우선 아메리칸 크루저 장르만이 갖는 시장성이 있기때문이다. 바이크를 타야겠다고 마음먹은 중년 남성에게 로망처럼 그려지는 바이크는 대체로 아메리칸 크루저(라고쓰고 할리데이비슨이라고 읽는다)고 거기에 BMW라는 브랜드 파워가 더해지면 무척 매력적인 상품이 될 테니까.
넓고 개방감있는 포지션이 예상되는 풀백 스타일 핸들바도 선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메리칸 크루저의 구조적인 장점도 있다. 시트고가 상대적으로 낮아 발이 잘 닿는다는 것만으로도 엔트리 라이더를 부담 없이 시트에 앉게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발 착지성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생각보다 크기 때문이다.
커스텀 파츠를 붙였다 떼며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것 자체만으로 R 18의 메리트가 충분하지 않다. 기성 아메리칸 크루저에서 모두 할 수 있는 작업들이고 이미 그렇게 해왔으니까.
2020 BMW R 18
더욱 큰 확장을 위해서라면 단순히 기계 자체에 대한 어필보다는, 새로운 장르와 이 세계를 즐기는 라이더의 탄생을 반기고 기뻐하며 더 많은 라이더들이 이 세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BMW R 18 유저층 두터워지면 커스텀 문화는 그 안에서 알아서 진행될 테니까. 그동안 BMW모토라드가 브랜드 차원에서 진행해온 #라이더처럼인생을즐겨라 류의 어필을 통해 더 많은 라이더들을 바이크에 태워 주기를 기대해 본다.
글 이민우 모터사이클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