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번 의정 활동 중 20대 국회가 최악…더 치열한 대처 못해 아쉬워 ‘일하는 국회법’ 제안”
일요신문과 4월 10일 국회 의원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는 정병국 미래통합당 의원. 사진=박은숙 기자
―전국 유세현장에 지원을 다니고 있다. 직접 만난 시민들 분위기 어떤가.
“여론조사 결과와 달리 현장 다녀보면 거짓말처럼 미래통합당에 좋다. 최근 경제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시장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 주로 만나는데 ‘꼭 바꿔야 한다’ ‘이겨 달라’고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다수 국민들은 과거 보수진영 잘못에 대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통합당은 국민에 다가가고 바뀌려고 몸부림치고 있다. 최근 총선 선거운동하면서 과거의 막말 행태 등 시행착오가 나오고 있다. 오히려 바뀌는 방증이라고 본다. 과거였으면 ‘잘못한 게 뭐냐’고 그냥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즉각 사과하고 개선하려고 한다. 선거를 뛰는 두 후보를 제명까지 했다(차명진 후보 경우 ‘탈당권유’ 처분을 받았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가 없다. 이런 노력을 보고 국민들이 투표하셨으면 좋겠다.”
―5선 의원을 지냈다. 21대 총선을 앞두고 불출마 선언한 이유가 있다면.
“내가 다섯 번 국회의원을 했는데, 개인적으로도 20대 국회가 최악이었다. 우리 당의 대통령이 헌정 사상 최초로 탄핵됐고, 나는 3년 동안 네 번 정당을 바꿨다. 이 과정을 거치며 정치 시작할 때 초심이 떠올랐다. ‘만약 정당을 바꿔야 한다면 난 정치 안 하겠다’는 것이다. 공관위도 처음 들어갔을 때 내게 ‘다선 배제’ 원칙을 말하더라. 그래서 ‘원칙대로 하라. 원칙이라면 그 칼날을 피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내가 의원직 더 하겠다 나서면 당이 분열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보수·중도 진영 통합을 주도했다. 또 문재인 정권의 폐단을 막기 위해서도 전열 정비가 필요하다 생각해 불출마를 선언했다.”
―20대 국회를 두고 ‘역대 최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평가 들어도 마땅하다 생각한다. 국회의원들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고, 당리당략에 빠졌던 것이 사실이다. 거기서 끝나는 게 아니라 진영논리에 빠져 패권을 쥐고 유지하고 지켜나가는 데 급급했다. 극단적으로 표출된 게 20대 국회였다. 친박과 비박으로 나뉜 패권정치의 폐단 결과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아니겠느냐. 문제는 반대급부로 탄생한 문재인 정권도 친문·비문으로 나뉘어 똑같은 행태를 하고 있다는 거다. 지난해 조국 사태를 통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본다. 참으로 한심스럽고 걱정스럽다.”
―20대 국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생각나는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다. 당시 국회 여야 구성 비율을 보면 탄핵 가결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에 야당에서도 처음에는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대책도 없이 하야했다면 국가는 더 혼란스러워졌을 것이다. 이에 나를 비롯한 새누리당 내 양심적인 세력들이 헌법적 절차를 밟자고 탄핵을 동의한 것이다. 탄핵은 박 전 대통령만의 잘못이 아닌, 새누리당 책임도 있었다. 이에 새누리당도 다 내려놓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자고 했는데, 친박계 의원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분당해 바른정당을 창당하게 됐다.”
―바른정당 창당과 분열에 대해 평가하자면.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처음으로 탈당해 창당을 했고, 초대 당대표까지 했다. 새로운 정치실험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창당 당시 33명 의원이 함께했다. 그중 일부가 중도에 한국당으로 돌아갔다. 그분들이 어렵지만 끝까지 견디고 함께했다면 바른정당 주도로 정치를 많이 바꿀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다.”
―20대 국회에서 후회가 되거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이 있다면.
“다 후회스럽다. ‘이게 나라냐’고 외치며 들어선 문재인 정권이 최근 ‘이건 나라냐’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 소리 들을 때마다 회한이 있다. 2016년 새누리당 전당대회 당시 더 치열하게 싸워 당대표가 됐다면, 국정농단 사건이 터졌을 때 친박과 당 지도부에 맡기지 않고 우리가 더 치열하게 대처했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감이 있다.”
원혜영·이석현·정병국·김무성(왼쪽부터) 여야 중진의원들이 3월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일하는 국회법’ 을 제안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불출마 중진 의원들과 함께 ‘일하는 국회법’을 제안했다.
“어제(4월 9일) 내가 대표로 해서 법안을 제출했다. 처음에 원혜영 의원과 대화하다가 ‘국회의원 다섯 번 하면서 매번 새로 원 구성할 때마다 협상이 안 돼 국회가 공전하고 일 제대로 못했다. 윤리특위도 제 식구 감싸기를 해 국회가 신뢰를 못 받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가 생겼다. 이에 국회 떠나는 입장에서 여야가 함께 ‘일하는 국회법’ 제안하면 마지막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않겠느냐고 해서 시작했다. 일하는 국회법은 신속한 원 구성을 통한 공전 없는 국회, 상시로 열리는 일하는 국회, 윤리를 강화한 신뢰받는 국회 등이 주요 내용이다.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라고 불리는 상황에 이 법안이라도 5월 중 임시국회를 열어 원포인트로 처리해 21대 국회에 넘겨주자 호소하고 있다. 동료 의원들이 얼마나 호응해줄지 모르겠다. 총선 끝나봐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21대 국회에 입성하는 의원들에게 조언이나 당부의 말이 있다면.
“여야 막론하고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은 독립된 헌법기관이다. 어디도 예속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마음가짐으로 의정활동을 하느냐에 따라서 정말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당리당략이나 당론에 얽매이지 말고 소신껏 원칙을 가지고 의정활동을 했으면 좋겠다. 정치인은 국민들에게 희망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당장의 이해관계와 당론을 떠나 길게 미래를 보고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물론 초선으로 처음 국회 들어오는 의원들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담금질을 통해 극복해야 오래 정치할 수 있다고 본다. 내가 5선까지 할 수 있었던 것도 그게 비결이었다고 생각한다.”
―국회를 떠나 앞으로의 계획은.
“여전히 청년정치학교 교장을 맡고 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을 교육하고 양성해 새로운 정치 생태계 만들 수 있는 토양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려 한다. 처음부터 불출마 결정한 건 아니기 때문에 아직 다른 계획은 없다. 현재 통합당 광역선대위원장을 맡아 전국 지원유세를 하고 있다. 총선이 끝나면 차근차근 생각해볼 것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