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공천은 친유계에 판정패…비례에 ‘황교안 키즈’ 대거 꽂으며 원내 세 구축 발판 마련
21대 총선 서울 종로에 출마해 낙원상가를 돌아보며 악기상에서 색소폰을 불어보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사진=황교안 캠프 제공
황교안 대표가 이번 총선에서 마주할 정치적 운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다. 출사표를 던진 서울 종로에서의 승패와 총선에서 거둘 통합당 의석 성적표다. 두 가지 사안은 서로 맞물려 있기도 하다. 여권 유력 대권주자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꺾고 정치 1번지에 ‘깃발’을 꽂는다면 전체 총선 성적표에 대한 부담감은 줄어들 수 있다. 반면 종로에서 패배할 경우 이를 상쇄할 정도의 높은 점수 성적표를 내놔야 한다.
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및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의 자체 판세 분석에 따르면 지역구 약 130석에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약 20석, 총 150여 석이 예상된다. 이는 20대 총선 당시 새누리당이 거뒀던 122석(지역구 105석, 비례대표 17석)보다 약 28석을 더 얻는다는 계산이다.
150석 이상이면 원내 1당을 차지한다. 다만 당내 목소리를 종합하면 이 수치는 ‘기대치’가 상당 부분 섞여있기도 하다. 현실적으로는 지역구 약 110~120석에 비례대표 약 18석, 최소 128석에서 138석 정도로 선전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른바 ‘옥새 파동’에 몸살을 앓은 지난 총선보다는 최소 6석에서 최대 16석 이상은 더 획득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에 비춰봤을 때 황 대표가 종로에서 이낙연 전 총리에 승리할 경우 전체 의석수 128석 정도만 수확해도 충분히 양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138석 이상을 얻어낸다면 대권 가도에 ‘초록불’이 켜질 수 있다.
반면 황 대표가 낙선하면 최소 140~150석은 가져와야 위기를 돌파할 명분이 생긴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당 핵심 관계자는 “당대표가 험지인 종로에 직접 뛰어들었다는 것 자체로 높은 평가는 받은 상태”라면서도 “종로가 대선 전초전이 된 탓에 승패와 지지율 격차가 주목될 수밖에 없다. 패배할 경우 총선 압승이 아닌 이상 인물 경쟁력에 상처가 불가피하다”라고 말했다.
그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는 황 대표가 이 전 총리에게 뒤처진 것으로 나오고 있다. 하지만 당내에선 한 자릿수대로 따라잡았고 동력을 확보한다면 ‘박빙’ 승부로 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황 대표 운명은 안갯속에 빠진 상황이다. 때문에 이를 누그러뜨릴 ‘안전장치’를 마련해놓고 있다. 그중 하나가 당내 세력 구축이다. 공천 과정 중 지역구에서 측근을 챙기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은 그가 공천 파동 논란을 무릅쓰고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미래한국당 비례대표 당선권 순번에 ‘황교안 키즈’를 대거 심은 것은 이 같은 이유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황교안계의 본선 진출과 원내 진입을 통해 든든한 우군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4월 2일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골목에서 종로에 출마한 미래통합당 황교안 대표가 유세차를 타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실제 통합당은 잡음 끝에 미래한국당 당선권인 20번 내에 절반 가까운 8명의 인사를 황 대표 영입인재로 채우는 안을 관철시켰다. 1번 윤주경 전 독립기념관장, 2번 윤창현 전 한국금융연구원장, 3번 한무경 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4번 이종성 전 한국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 12번 지성호 나우 대표이사, 14번 최승재 전 소상공인연합회장, 15번 전주혜 전 부장판사, 19번 허은아 한국이미지전략연구소장 등이다. 이 밖에 당선권과 조금 떨어졌으나 23번 김은희 테니스 코치, 27번 백현주 서울신문NTN 대표, 예비명단 6번 이종헌 팜한농 노무관리자도 황 대표 영입인재다.
현역 의원 중 ‘친황계’ 그룹은 황 대표가 당권을 잡은 뒤 구축했던 사무총장단 등 주요 당직 인사들이 주축이 된다. 황 대표는 지난해 ‘조국 사태’를 거치며 단식 농성을 벌였고 이후 읍참마속하겠다며 1기 총장단의 사표를 받고 2기 총장단을 꾸렸다.
이 중 지역구 공천을 받은 현역 의원은 수도권에서 김명연(경기 안산 단원갑) 김성원(경기 동두천시연천군) 민경욱(인천 연수구을) 전희경(인천 동구미추홀구갑), PK(부산·경남)에서 이헌승(부산 부산진을) 김도읍(부산 북강서을) 박완수(경남 창원 의창), TK(대구·경북)에서 추경호(대구 달성) 송언석(경북 김천시) 의원 등이다. 이들은 황 대표 체제에서 당대표 비서실장, 사무총장, 대변인 등을 지냈거나 현재 역임 중이다. 다만 사무총장을 지낸 박맹우 의원은 현 지역구인 울산 남구을에서 경선 탈락했고, 원외 인사 중에는 원영섭 전 사무부총장이 컷오프(공천 배제)당하기도 했다.
또 다른 측근 그룹으로는 황 대표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한 특보단이 있다. 하지만 상임특보단장인 이진복 의원(부산 동래구)은 컷오프 됐고 황 대표 최측근이라 불리는 김우석, 조청래 특보는 경선 탈락해 고배를 마셨다.
이 밖에 친황계 인사들도 희비가 엇갈렸다. 검사 출신으로 황 대표 ‘오른팔’로 일컬어지는 정점식 의원(통영 고성)은 공천을 받았다. 친박계였다가 현재 친황계로 분류되는 곽상도(대구 중구남구) 박대출(진주시갑) 김선동(서울 도봉구을) 의원 역시 본선에 진출했다. 원외 인사 중에서는 윤갑근 전 고검장(충북 청주 상당) 유상범 전 검사장(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이 살아남았으나, 황 대표가 총리 시절 민정실 실장을 지낸 최측근 이태용 전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은 탈락했다.
이처럼 친황계 공천을 살펴보면 지역구에서는 현역 의원이 13명으로 상당수 생존했으며, 원외 인사는 2명을 제외하고 대거 낙천했다. 이에 당내에서는 황 대표의 지역구 공천 작업이 라이벌 계파인 친유승민계에 ‘판정패’했다고 평가된다(관련기사 잠행 중인 유승민 ‘의외의 1승’…통합당 4대 계파 공천 희비). 그 핵심 이유로 신진 세력의 탈락을 꼽는다.
수도권 한 중진 의원은 “친유계의 경우 현역 의원들도 많이 살아남았으나, 김웅 등 새 얼굴들이 상당수 진출했다”며 “반면 친황계는 현역 의원들이 안정된 지역구에서 ‘개인기’로 공천을 따냈을 뿐, 신진세력 즉 ‘황교안 키즈’들은 대거 탈락했다”고 분석했다. 원조 친황계가 될 신진세력들이 뿌리를 내리지 못해 당내 세력 구축에 다소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다만 비례대표에서 황교안 키즈를 대거 당선권에 진출시킨 게 보완 작용을 해줄 것으로 황 대표 측은 기대하는 눈치다.
당내 세력 확보는 황 대표가 혹시나 총선 결과 최악의 성적표로 당권을 내려놓고 백의종군하더라도, 추후 대권 행보를 위해 필요한 작업이기도 하다. 2022년 대선까지 아직 시간이 남은 만큼, 총선 이후 휴지기를 가졌다가 적당한 시점에 복귀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이 경우 당내 세력이 그대로 존재해야 이를 기반으로 재기할 여지가 생긴다는 얘기다.
권준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