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시행 이후 신고·상담 건수 급증…“학교가 도피처였던 아이들 적잖아, 폭력위험 노출”
전국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아동학대 가정의 아이들이 폭력의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 높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4월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지난 1월 20일부터 4월 1일까지 112에 접수된 가정 내 아동학대 관련 신고 건수는 1891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신고 건수는 1708건이었다. 올해 10.7%가량 증가한 셈이다. 한국여성의전화의 총 상담건수 중 가정폭력 관련 상담 비율은 1월 26%에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된 2~3월 40%대로 급증했다.
여기에 학교 개학까지 잇따라 연기되면서 가정 내 폭력에 노출된 채 새 학기를 맞는 아이들이 증가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실제로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 폭력도 이에 비례해 증가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특히 최근과 같이 부모의 역할이 중시되는 시점에 오히려 더 많은 피해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시립청소년이동쉼터 관계자는 4월 15일 “아동학대 가정의 부모들 상당수는 겉으로 보면 평범한 부모들과 다름없다. 생김새나 목소리만으로 아동학대 가해자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힘들다. 문제는 이들이 한순간에 돌변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스트레스나 음주가 주된 이유다. 특히 온라인 개학 등 부모로서 챙겨줄 일이 많아진 최근에는 귀찮다거나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정폭력‧아동학대 가정의 아이들에게 학교는 일종의 도피처다. 초등학교 저학년의 경우 집에서 밥을 챙겨주지 않아 학교에서 먹는 급식이 유일한 한 끼 식사인 아이들도 많다. 개학이 연기되면서 이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은 없는지 학교에서 세심하게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서울 마포구 소재 한 초등학교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매일 각 가정에 전화를 돌려 학부모와 학생의 소재를 파악하고 안전 확인을 하고 있다. 새 학기 특성상 학생에 대한 사전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는 있지만, 이로 인해 소외되는 아이들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온라인 개학의 중요성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로 가정폭력의 위험에 놓인 학생들이 어떠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도 함께 안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정폭력에 대한 상담과 보호, 지역센터 정보안내 등은 여성긴급전화 1366. 청소년의 가출·학업중단에 대한 상담은 1388에서 24시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