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김희준 기자 = 행복우물에서 김애라 작가의 신간 에세이 ‘벌거벗은 겨울나무’를 출판했다.
‘벌거벗은 겨울나무’는 실화 에세이로 책 속에는 저자가 겪은 일제치하의 설움, 6.25전쟁의 참혹함과 피난민의 비참한 삶 등이 저자의 뛰어난 기억력에 의해 복원돼,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영화처럼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진다.
저자는 1938년생으로 서울의 수도여고를 졸업하고 이화여대를 거쳐 무작정 미국으로 유학을 떠난다. 유학을 간 후 알게 된 남편의 과거사, 예상과 달랐던 결혼 생활, 미국의 냉혹한 현실로 사진관 등을 전전하며 일을 하게 된다.
‘벌거벗은 겨울나무’에는 저자가 홀로 미국에서 겪어야 했던 차별과 설움, 그런 속에서도 두 딸을 모두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 사회에서 존경받는 가정으로 만들어 낸 맹렬 여성의 분투기가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집안의 기대를 한 몸에 받다가 추락한 여성이 겪어야 했던 심적, 사회적 갈등도 생동감 있게 펼쳐진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점은 저자의 뛰어난 기억력이다. 아마도 평소 기록을 습관화했던 모양으로 실제로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을 모두 겪은 한 여성의 개인기록이자 국가적으로도 귀중한 기록물이기도 하다.
저자 김애라는 1938년 한반도 최북단 강계에서 부유한 집안의 의사의 딸로 태어났다. 유년 시절 일제시대와 6.25 사변을 겪었다. 월남하여 수도 여자고등학교를 최우등 졸업, 한때 한국고전 무용의 기대 주로 시공관과 부민관등에서 공연했으나, 이화여자대학 졸업과 함께 문교부주관 유학시험에 합격해 유학준비에 들어갔다.
그러나 1960년대 서울상류사회에서 유행했던 사진결혼의 풍류에 따라 생면부지의 샌프란시스코 주재 부산일보 특파원과 약혼하고, 현대판 사진신부로 1962년 미국으로 도미했다.
저자는 신학박사이며 현재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다. 두 딸과 사위들도 모두 박사 학위 소지자로 미국 주류사회에서 당당히 변호사로 그리고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경교 시인은 “여기, 우리 역사의 질곡을 벗어나 하나의 역사가 된 자취를 본다. 평북 강계, 국경마을 어린 소녀는 어떻게 미국에서 목회자 겸 신학대학 정교수가 되었나? 해방후의 이념적 혼란기와 월남, 두 딸의 어머니로 미국유학을 결행하기까지, 그리고 고달픈 이민자의 삶, 역경을 헤치고 꿈을 이룬 한국 여성의 끈기! 더구나 두 딸을 의사와 대학교수로 키워낸 감동적인 모성애가 여기,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며 추천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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