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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장영석 기자 zzang@ilyo.co.kr | ||
요즘 경제계의 핫이슈는 지난 10월 초 단행된 KT의 명예퇴직이다.
이 회사의 명퇴가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은 명퇴자수와 명퇴금 규모에서 단일 기업으로는 사상 최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회사의 명퇴자수는 5천5백여 명. 웬만한 대기업의 전체 종업원 수준에 이른다. 또 이들에게 주어질 퇴직금 총액도 8천3백15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명퇴자와 명퇴금 규모가 천문학적인 수준에 이르다보니 뒷말도 많다. ‘명퇴금이 다른 기업과 형평성 면에서 맞지 않다, 명퇴자 선정과정에 경영진이 불법을 자행했다’는 등의 얘기들이 오가고 있는 것이다.
가장 논란을 빚고 있는 부분은 명퇴금 규모.
실제 KT는 명퇴금을 회계에 반영한 지난 3분기에 5천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 2분기에 3천억원대의 흑자를 기록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명퇴금 지급으로 인해 이 회사의 경영상태는 매우 나빠진 셈이다.
명퇴자 5천5백여 명에게 지급된 명퇴금 총액은 8천3백15억원. 단순계산을 하더라도 1인당 1억5천만원 정도가 지급되는 셈이다.
KT의 영업실적을 보면 지난 3분기의 경우 2조7천9백2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영업 손실이 4천8백19억원 발생했다. 손실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명퇴금 반영으로 인해 인건비가 1조5천92억원에 이르렀기 때문.
그러면 그동안 통신시장을 독점하면서 땅 짚고 헤엄치기식 경영을 해온 KT는 왜 막대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나선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성장성의 한계다. 통신시장이 유선에서 무선으로 바뀌고,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면서 KT의 경영상황은 답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 들어서도 3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대비해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도 이 같은 점을 반영한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마이너스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때문에 KT로선 명예퇴직 등 내부 정비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KT는 대규모 명퇴가 사회 이슈로 부각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 표정이다. KT 고위 관계자는 “이번 명퇴는 노사합의를 거쳐 이뤄진 것”이라며 강제 퇴직이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사실 KT는 국내 기업 중 가장 드라마틱하게 인력구조조정을 단행해온 기업 중 하나다. 지난 92~93년에 KT의 임직원은 6만8천 명에 달했다. 하지만 지난 10월 단행된 명퇴 이후 임직원수는 3만8천2백 명으로 줄었다. KT는 IMF사태가 시작됐던 지난 97년과 98년 2년 동안 무려 1만8천 명의 직원을 줄였다.
KT는 민영화 이후 공기업이 갖고 있는 ‘방대한 조직, 방만한 경영’이라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떨쳐내기 위해 상시 명퇴제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매 분기마다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명퇴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명퇴 폭이 컸던 것은 명퇴 대상자를 기존 20년 이상 근속자에서 15년 이상 근속자로 범위를 넓혔기 때문이다. KT에 따르면 명퇴 신청자 중 여직원은 전체의 26%인 1천4백여 명. 명퇴신청 여직원의 대부분은 40~50대 기혼자였다.
또 운전직의 경우 15년 이상 일하면 개인 택시면허를 취득하기 수월해 명퇴 신청이 많았던 것으로 파악됐고, 고참 과장급의 경우 55세 안팎의 명퇴자가 많았는데도 이는 정년(58세)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년을 채우기보다는 퇴직금에서 플러스 알파가 있는 ‘명퇴’를 택한 것으로 풀이됐다.
이번 명퇴자들 중에는 최고 2억원 안팎의 목돈을 쥔 명퇴자도 있다. 하지만 명퇴가 ‘로또’가 아님은 분명하다.
지난 10월27일 이번 명퇴로 퇴직한 전 KT 직원이 자살하면서 ‘자발적인 명퇴’도 개인에겐 극심한 스트레스였음을 입증했다.
KT 강북본부 교환기술과장으로 재직한 김아무개씨(50)는 1년 전 보직해임 된 뒤 지난 10월1일자로 명퇴했다. 김씨는 퇴직 당시 1억5천만원의 목돈을 받았지만 끝내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KT쪽에선 이번 명퇴로 연간 3천3백억원의 인건비 절감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KT의 지난 3분기 인건비는 6천8백26억원. 따라서 이번 명퇴로 KT는 연간 11% 안팎의 인건비 절감 효과를 얻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인력구조조정은 기업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지만 샐러리맨들로서는 견디기 힘든 고통이다. KT뿐 아니라 삼성, LG 등 상당수 대기업들이 올 연말을 전후해 대규모 인력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샐러리맨들의 올 겨울은 더욱 쓸쓸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