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KBS 제보자들
경상북도 포항의 작은 절. 지난 3월부터 매일 같이 절을 찾아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리는 한 여자가 있다. 50여 일 동안 단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절을 찾고 있다는 여자. 출산 열흘 만에 자녀를 잃은 엄마 김가은 씨다.
지난 2월 19일, 포항의 한 산부인과에서 2.5kg으로 태어난 가은 씨의 둘째 딸. 오랫동안 기다려온 아이였기에 가족 모두 하루빨리 집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렸지만 아기는 황달 증상으로 인해 24일부터 입원을 하게 된다.
그리고 2월 29일 밤. 갑자기 상태가 나빠진 아기는 대구의 한 상급병원으로 이송됐고 3월 2일 새벽 사망한다. 충격적인 것은 아기의 상태와 사망 원인이다.
사망 당시 아기의 몸무게는 1.7kg, 사인은 탈수와 쇼크로 인한 급성신손상이었다.
유족은 사고 후 확보한 의무기록과 간호기록, CCTV 영상 등을 바탕으로 병원의 과실을 주장하고 있다.
아기에게 이상 증세들이 수차례 관찰됨에도 보호자에게 이를 자세히 알리지 않았고 의료진이 적절한 처치를 하지 않아 아기가 사망했다는 것.
하지만 병원 측은 입원 기간 동안 아기에게 큰 문제가 없었고 설사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은 사안이 있다 해도 담당의가 중요하지 않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반박하고 있다.
2월 24일부터 신생아실 인큐베이터에서 황달 치료를 받기 시작한 아기. 간호기록에 따르면 아기는 입원 이후 닷새 동안 혈변, 구토, 체중 감소 등의 증세를 보인다.
그러나 유족은 혈변 소견에 대해 한 번도 설명을 들은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심지어 육안으로도 아이의 상태가 너무 나빠 보여 수차례 상급 병원으로의 전원을 상담했지만 담당의 측이 아이 상태가 괜찮으니 기다리라는 말만 반복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병원 측은 혈변, 구토 등은 심각한 문제가 아니었고 체중 감소 역시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아기 상태에 따른 적절한 대처를 해왔는데 단 하루 만에 위급해져 사망에 이르게 된 원인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취재에 응한 소아과 담당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전원이 마땅치 않았다며 운이 아주 나쁜 사례였을 뿐 시간을 돌려도 똑같은 관리를 했을 것이라고 반박한다.
병원 측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중재를 신청한 상태다. 중재원의 판단에 따라 과실이 있다면 인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족들은 사고 이후 병원은 유족의 아픔을 위로하기보다는 회피하는 데만 급급했다며 사망 원인과 병원의 과실 여부에 대해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다짐하고 있다.
열흘. 너무나 짧게 세상에 다녀간 아기 죽음의 진실을 파헤쳐 본다.
한편 이날 방송에는 1인 가구 여성들의 아슬아슬한 삶을 들여다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