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수용 예정인원 조사 없이 등교 발표…비인가 국제학교 출입국 관리도 우려
학생 전원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한 특목교 교사 A 씨는 “학교장 지시에 따라 ‘생활 속 거리두기’ 세부 지침을 만들고 있는데 답답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기숙사는 다른 학교와 상황이 다르다. 각 학교마다 적게는 수십, 많게는 수백 명의 아이들이 아침부터 밤까지 공동생활을 한다. 10대 청소년들이 한 공간에 살면서 2m 거리두기를 철저히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비인가 국제학교 모습으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없다. 사진=연합뉴스
한편 교육부는 각 학교의 기숙사 수용예정인원에 대한 조사조차 하지 않은 채 등교 발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 A 교사는 “‘가급적 1인 1실을 사용하도록 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지만 현실적으로 이행이 불가능하다. 대부분의 학교에서 2인 1실, 4인 1실의 형태로 기숙사를 운영하고 있는데 1주일 만에 여분의 방을 구하는 것이 만만치 않다. 그렇게 한다고 해도 한동안 다른 방에서 생활할 아이들을 어떤 기준으로 나눌 것인지도 문제다. 애초에 교육부는 각 학교에 기숙사 수용예정인원을 물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급격히 더워진 날씨에 에어컨이나 선풍기 가동이 금지될 경우 정상적인 기숙사 생활이 가능하냐는 불만도 줄을 잇는다. 고등학생 자녀를 기숙사학교에 보내고 있는 성숙영 씨(46)는 “날이 급격히 더워졌는데, 선풍기 하나 틀어주지 않는다는 기숙사로 아이를 보내려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손 선풍기나 탁상용 미니 선풍기조차 반입이 불가한지 학교에 문의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국제학교도 고민에 빠졌다. 국제학교는 주로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자녀 혹은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다니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부분의 학교가 수업을 멈춘 상태지만 최근 일반학교의 등교 시기가 결정됨에 따라 국제학교도 학생 맞이에 나서는 모양새다. 실제로 제주의 브랭섬홀 아시아 국제학교의 개학일은 일반학교와 동일한 5월 23일로 정해졌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드와이트 외국인 학교도 6일 공식 홈페이지에 “곧 학생들을 다시 만나기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공지를 올렸다.
문제는 일부 비인가 국제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출입국 관리가 철저히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비인가 학교는 교육부의 관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교육부의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할 의무가 없다. 다수의 국제학교에서 교과별 이동수업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도 많은 우려를 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국제학교 관계자는 “일반학교의 등교일이 정해진 이상 국제학교도 마냥 수업을 미룰 수 없다. 5월 셋째 주까지는 온라인 강의를 병행하되, 넷째 주부터는 등교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밝혔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l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