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2014년 암흑기 이후 계속 내리막길…“2000년대 개그 더 이상 먹히지 않아” 지적
오랜기간 시청률 부진 등 어려움을 겪어 온 ‘개그콘서트’가 21년 만에 폐지 기로에 섰다. 사진=KBS2 제공
7일 연예매체 보도에 따르면 ‘개그콘서트’ 제작 관계자는 전날인 6일 녹화가 끝난 후 출연자들에게 “프로그램이 5월 말 마지막 녹화를 진행하고 폐지된다”는 사실을 통보했다. 매주 수요일 녹화를 진행하는 ‘개그콘서트’의 제작 특성상, 만일 예정대로 폐지 수순에 들어간다면 오는 27일이 마지막 녹화가 된다.
이에 대해 KBS2 ‘개그콘서트’ 관계자 측은 “폐지 통보를 내린 것이 아니라 아직 정확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며 다음주쯤 다시 한 번 논의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그콘서트’는 최근 몇 년간 시청률 부진과 크고 작은 논란으로 인해 이전만큼의 인기를 회복하기 어려운 수순에 다다른 상황. 이 때문에 이미 잠정적으로 폐지를 결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국내 최장수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꼽힌 ‘개그콘서트’는 2013~2014년 쇠퇴기를 겪으면서 2015년부터 본격적인 내리막길을 걸어왔다. 무분별한 패러디나 게스트의 빈번한 출연, 관객 유도형이라는 이름으로 관객에 대한 무례한 개그 등 ‘2000년대 개그’가 더 이상 먹히지 않는 시기임에도 변화가 없는 프로그램에 대해 관객들이 등을 돌린 탓이었다. 한때 주말 예능 최강자 자리에 있었던 ‘개그콘서트’가 처음으로 두 자릿수 시청률에서 후퇴한 것도 이 시기의 일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엔 일요일 밤을 지키던 위치를 떠나 토요일 밤으로 시간대를 변경하고 대규모 개편을 진행하는 등 반등을 꿈꾸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시청률과 화제성을 회복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이 따랐다. 올해 들어서도 역대 최저 시청률을 경신하는 등 부진한 성적을 이어왔기에 시청자들에게는 폐지 거론이 그다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있다.
‘개그콘서트’ 폐지설에 코미디언 이용식이 자신의 SNS에 호소글을 올렸다. 사진=이용식 페이스북 캡처
다만 ‘개그콘서트’가 폐지될 경우 지상파 방송 가운데 정통 코미디 프로그램은 사실상 ‘멸종’ 상태가 된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업계가 바뀌면 무대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금은 TV 프로그램보다 유튜브 등 새로운 방송 플랫폼이 많아서 개그맨 지망생들도 오히려 TV보다 유튜브 쪽으로 빠지는 일이 잦다”면서도 “하지만 늘 무대가 고픈 개그맨들에게 단비 같은 방송이었기 때문에 ‘개콘’의 폐지를 두고 업계인들의 우려가 이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코미디언 이용식은 ‘개그콘서트’ 폐지 소식을 듣고 자신의 SNS에 “우리 개그맨 후배들도 코로나19로 다른 국민들과 똑같이 아주 힘든 나날을 버티고 여기까지 왔다. 이제는 고생 많이 하신 우리 국민들에게 웃음으로 힘과 위로를 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하는데 폐지라뇨”라며 “웃찾사 때처럼 다시 피켓을 들어야 하나. 절대 안 된다. 제발 가짜 뉴스이길 기도한다”고 호소했다.
한편 ‘개그콘서트’는 1999년 7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시작해 장장 21년간 ‘국민 코미디 프로그램’으로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수많은 ‘개그 스타’들과 그들의 유행어를 생산해내 개그맨 지망생들에겐 꿈의 무대로 꼽혀오기도 했다. 최전성기였던 2003년에는 전국 시청률 35.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한 바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