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신중한 기류 속 일각선 사퇴론…의원직 상실할 경우 비례 18번 이경수 승계
5월 20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제21대 국회 초선의원 의정연찬회에 윤미향 당선자의 자리가 비어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5월 20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강훈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정의연 회계부정 의혹과 관련해서는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라는 것이 당의 입장임을 밝힌다”며 “민주당은 정의연에서 요청한 외부 회계감사와 행정안전부 등 해당 기관의 감사결과를 보고 종합적으로 판단해 이후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역시 5월 2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우리는 공당이기 때문에 사실관계 확인이 먼저다. 윤 당선자는 어쨌든 국민이 선출한 분 아니겠느냐. 우리가 어떤 입장을 취하고 결정하는데 있어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결과가 나온 뒤에 입장을 정해도 늦지 않다”고 유보적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에선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김해영 최고위원은 최고위 공개발언을 통해 “윤미향 당선자 관련 의혹들을 심각하게 보는 국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검찰수사 결과를 기다릴 게 아니라 신속히 진상을 파악해 결과에 따른 당의 적합한 판단과 조치가 있어야 한다”며 “의혹을 조속히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진상파악을 위한 윤미향 당선자의 성실한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영춘 의원 역시 5월 2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윤미향 당선자가 정말 억울하다고 생각한다면 민주당이 즉시 진상조사단을 꾸려 의혹의 진위와 책임의 크기를 가려 결정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당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했다. 이어 “윤 당선자가 공금 횡령 등 불법을 저질렀을 거라고 생각지 않는다”면서도 “윤 당선자 본인도 인정한 일부 문제들에 대한 도의적인 책임을 지고 당선자 신분에서 사퇴하고 원래의 운동가로 돌아가 백의종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해법이라고 생각한다”고 민주당 내 처음으로 윤 당선자에 대한 사퇴 요구를 밝혔다.
정치권에선 일부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민주당이 윤 당선자에 자진탈당을 권유하거나 제명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럴 경우 윤 당선자 거취는 복잡해질 수 있다.
윤 당선자가 21대 국회 임기가 시작되는 5월 30일 이전 자진탈당 후 당선자 자격을 포기하면, 공직선거법 194조 3항에 따라 선거 당시 소속정당의 비례대표 후보 명부 순위에 따라 다른 후보가 물려받는다. 하지만 윤 당선자는 현재 결백을 주장하며 “의정활동을 통해 평가받겠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스스로 당선자 직을 내려놓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이 제명을 결정하면 윤 당선자 신분은 그대로 유지된다. 선거법 192조 4항에 따르면 합당이나 정당해산, 제명으로 당적을 이탈한 비례대표 의원은 의원직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다. 그럴 경우 민주당은 윤 당선자에 대해 검찰 고발 등을 통해 당선 자체를 무효화해야 한다. 앞서 부동산 명의신탁 의혹 등으로 더불어시민당에서 제명되고, 검찰 고발된 양정숙 당선자의 사례와 같다.
윤 당선자가 당선자 자격이나 의원직을 상실하면 선관위는 시민당 비례대표 후보 명단 낙선자 중 최우선 순번에 위치한 후보를 새 당선자로 결정한다. 선거법 200조 2항은 비례대표에 공백이 생기면 선관위는 10일 이내 해당 정당의 비례후보 명부에 기재된 순서에 따라 의석을 승계할 자를 결정한다고 정의한다. 더불어시민당의 명단 18번은 이경수 전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부총장, 19번은 정종숙 민주당 대구시당 여성위원장이다.
민주당으로 합당된 한 비례대표 당선자는 “의혹과 관련해 아직 사실관계가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윤미향 당선자의 사퇴를 논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민주당과 합당하면서 시민당의 비례 후보 명단은 이어진다. 윤미향 당선자는 시민을위하여에서 시민사회 출신 인사 몫으로 공천됐다. 그것과 관계없이 사퇴가 이뤄진다면 차순위인 18번이 이어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현재 여론의 흐름상 윤미향 당선자의 자진사퇴 외에 돌파구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 지도부가 당사자를 불러 자진사퇴 받아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번 사태를 너무 안이하게 바라보는 것 같다. 진상파악을 통한 선행적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 김태년 원내대표 리더십이 초반부터 상처가 많이 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