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정리 통해 그룹 재무구조 개선…‘놀이의 발견’ 이끈 차남 윤새봄 대표 광폭 행보 주목
웅진그룹이 사업재편을 통한 그룹재건에 나선 가운데, 차남 윤새봄 놀이의발견 대표가 2세 후계구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18년 10월 29일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이 서울 종로구 종로플레이스에서 코웨이 인수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계열사 정리…그룹 재건 스타트
웅진그룹은 2019년 3월 웅진코웨이를 다시 품었다. 그러나 부실한 재무구조 탓에 재인수 완료 3개월 만에 웅진코웨이를 다시 매각하는 절차에 돌입했다. 웅진코웨이 인수 직후 웅진에너지가 기업회생절차를 밟았다. 위기가 그룹 전체에 번질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선제적인 대응 차원에서 웅진코웨이를 매각한 것. 당시 웅진그룹은 “북센과 웅진플레이도시 매각도 추진 중인 만큼 향후 안정적 기업 활동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후 웅진그룹은 주요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정리하는 데에 집중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웅진코웨이를 넷마블에 재매각했고, 출판물류 계열사 웅진북센 또한 지난 5월 7일 사모투자펀드운용사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에 매각했다. 그룹을 위태롭게 했던 태양광 잉곳 제조 계열사 웅진에너지는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에 따라 오는 6월 1일 상장폐지된다.
웅진그룹은 계열사 매각대금을 차입금 상환에 활용해 재무 건전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웅진그룹 지주사 (주)웅진의 부채총계는 2019년 말 2조 6366억 원에 달했으나 올해 1분기 9146억 원으로 줄었다. 지난해 8월 제2금융권 OK캐피탈로부터 연 6.5% 고금리를 지급해가며 조달한 1000억 원가량의 단기차입금 또한 상환한 것으로 보인다. (주)웅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전기말 OK캐피탈에 대한 웅진의 단기차입금은 1100억 원이었으나, 당분기말 350억 원으로 변경됐다. 웅진코웨이를 인수하며 부채가 급증했던 주력 계열사 웅진씽크빅 또한 지난해 말 1조 9817억 원이던 부채총계가 올해 1분기 2838억 원으로 감소했다.
다만 웅진그룹은 웅진북센을 다시 되찾을 수 있는 길은 열어뒀다. 교육사업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는 웅진그룹 입장에서 핵심 계열사 웅진씽크빅과 가장 시너지가 높은 웅진북센을 포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웅진은 매각일로부터 3년 이내 웅진북센 주식을 되사올 수 있는 콜옵션을 계약 내용에 포함시켰고, 매각일로부터 3년 이후에는 센트로이드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하고자 하는 경우 우선적으로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권도 확보했다.
#신사업 이끌며 주목받는 차남
웅진그룹은 계획대로 웅진씽크빅을 중심으로 교육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주사와 주력 계열사를 전문경영인에 맡긴 오너일가는 교육과 기술을 결합한 에듀테크(Edutech)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윤석금 회장의 차남 윤새봄 전무가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놀이의발견이 주목을 받고 있다.
놀이의발견은 지난 5월 1일 웅진씽크빅 키즈플랫폼사업부문이 물적 분할해 신설된 웅진씽크빅 자회사다. 사내 벤처로 시작한 놀이의발견은 지난해 4월 유아‧초등 대상 문화체험 및 놀이 플랫폼 서비스를 출시했다. 전국 키즈카페와 테마파크, 놀이‧체험학습 프로그램을 고객과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놀이의발견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회원 46만 명을 확보하고 누적거래액 80억 원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 교육회사 관계자는 “놀이의발견은 높은 다운로드수를 기록한 데다 지난해 수상 소식까지 들리며 좋은 평가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사업가치 또한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놀이의발견은 지난해 구글플레이가 선정한 숨은 보석앱 상을 수상했다.
놀이의발견 홈페이지 화면.
놀이의발견을 사업 초기부터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윤새봄 대표는 과거부터 ‘에듀테크’ 사업을 도맡으며 후계구도에서 한 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 대표가 웅진씽크빅 대표 취임 이후 사실상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인 것 또한 2018년 2월 에듀테크 사업설명회 때다. 윤 대표는 당시 사업설명회에서 직접 발표자로 나서 웅진씽크빅의 에듀테크 기술력 강화를 강조했다. 추후 놀이의발견 성과를 포함해 신사업을 발굴해 경영능력을 입증할 경우 그룹 내 입지는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반면 장남 윤형덕 대표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도매회사인 웅진투투럽과 터키 정수기 렌털사업 법인 웅진에버스카이 대표를 겸하며 신사업을 이끌고 있다. 다만 윤형덕 대표가 담당하고 있는 계열사들은 웅진코웨이 매각 이후 그룹의 단일 주력 사업이 된 교육부문과는 거리가 있다.
더불어 국내 화장품산업은 2017년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어려움을 겪었고 최근 코로나19 사태까지 발생하며 업황 악화가 지속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앞서의 교육회사 관계자는 “교육‧출판업을 주로 해오던 기업들은 앞서 방문판매를 기반으로 하는 신사업에 도전했었다”며 “웅진이 화장품 사업에 진출한 것 또한 영업망 등 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있어 가능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윤새봄 대표가 에듀테크 신설 법인을 맡게 된 것을 두고 웅진코웨이 재인수를 통한 승계구도 밑그림이 무산된 탓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윤 대표는 앞서 웅진코웨이 재인수 때 인수전을 주도해 웅진코웨이 비상근등기이사로 선임되며 경영진에 합류할 예정이었으나 지난해 3월 21일 임시주총에서 선임 안건이 철회됐다. 계획대로 웅진코웨이에 기타비상무이사 선임 건이 상정돼 통과됐다면 웅진코웨이는 윤새봄 대표가, 웅진씽크빅은 윤형덕 대표가 맡아 이끄는 형제경영 밑그림이 그려졌을 것으로 보인다.
윤새봄 대표는 에듀테크 신사업 이외에 지분율 측면에서도 장남 윤형덕 대표를 앞선 상황이다. 지난 5월 21일 웅진 공시에 따르면 웅진의 최대주주는 윤형덕 외 2명에서 윤새봄 외 2명으로 변경됐다. 변경사유는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의 장내매수다. 지난 3월 31일 기준 12.95%의 지분을 보유해 형 윤형덕 대표(12.97%)보다 지분율이 낮았던 윤새봄 대표는 지난 5월 18일부터 5월 22일까지 주식을 매수해 지분율을 16.41%까지 끌어올렸다. 반면 윤형덕 대표는 지분율 관련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웅진그룹은 윤새봄 대표의 지분율 상승과 관련해 후계구도로의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웅진그룹 관계자는 “윤 대표의 주식 매입은 주가부양을 통해 기업가치와 주주가치를 올리기 위한 대주주의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라며 “후계구도 방향을 정한 적이 없고,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윤석금 회장과 최대주주인 두 형제분이 그룹을 이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새봄 대표가 주식을 매입하는 동안 윤형덕 대표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개인적인 자금 상황과 계획이 다르기 때문에 여력이 되는 사람이 이번에 산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