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식품의 진실은 편견으로 뒤범벅”
신간 ‘코로나 시대, 식품 미신과 과학의 투쟁’. 사진=지식공작소
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과 각 나라의 대응을 보면서 인류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과학과 이성을 외면한 채 미신이나 떠도는 이야기, 자의적 해석으로 세상을 이해할 때 그 위험성은 상상을 초월한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경기도 성남의 한 교회에서 신도들의 입에 소금물을 분무기로 뿌리는 모습을 보면서, 세계 최강국 미국의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폐에 살균제 주입’을 하면 어떻겠냐고 기자들에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21세기 과학문명은 눈물을 감출 수 없었을 것이다. 어떤 때 우리 인간은 상상을 훌쩍 뛰어넘어, 더할 나위 없이 무식하고 미련하다. 그리고 먹는 것에 대해서는 거의, 항상 그랬다.
코로나19 시대를 사는 우리의 밥상은 어떤가? 인류의 건강을 지키는 먹거리에서도 여전히 과학보다는 미신이 판친다. MSG와 GMO는 천연, 환경, 윤리라는 도깨비 방망이에 매질 당하고 소금과 달걀, 커피와 설탕, 술은 과학과 데이터가 아니라 맹목과 자본의 포로가 되었다. 밥상의 진실은 종종 식품 기업의 후원을 받은 연구자에 의해 일그러진다. 식품과 질병의 인과관계에 대한 진실의 확인은 연구 방법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도 의학 상식이 부족한 대중은 맹목적으로 신뢰하거나 배척한다.
전문지식이 없기 때문에 소비자는 식품의 진실을 알기 어렵고 건강한 식품을 선택하기 어렵다. 저자인 에런 캐럴은 “식단과 건강에 관해서라면 심지어 과학자의 얘기라도 모두 믿으면 안 된다”면서 진실은 훨씬 복잡하며 한 건의 연구로 밝힐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관습을 앞세워 마스크를 배척한 유럽과 미국에서 얼마나 처참한 일이 벌어졌는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관습은 응급상황과 위험사회에는 대응력을 갖추기 힘들다. 우리의 밥상도 마찬가지다. 과학기술이 지배하는 반세기를 지나고 있지만 음식에 대한 미신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식습관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의 과학화는 더디게 나아간다.
중요한 것은 과학이다. 상식으로 먹고, 뜬소문에 먹고, 습관으로 먹고, 속아서 먹는 사람들은 팬데믹 같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건강할 수 없다. 이제 똑똑한 소비자들뿐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은 밥상의 과학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당뇨, 고혈압, 심장질환과 같은 기저질환을 유발하지 않는 밥상을 찾게 될 것이고 면역력을 높이는 음식이 새롭게 발견될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BAD FOOD BIBLE 이다. 직역하면 ‘나쁜 음식의 경전’이다. 무엇이 나쁜 음식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는 뜻이다. 그런데 책을 읽어 보면 저자는 이 책의 제목을 반대의 뜻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사람들이 보통 나쁜 음식이라고 믿고 멀리하는 열한 가지 음식을 조사한다. 조사 결과는? 나쁜 음식은 결코 나쁘지 않았다. 사람들은 틀렸다. 잘못된 정보와 잘못된 판단 때문에 사람들은 좋은 음식을 나쁜 음식으로 저주한 것이다. 이 책이 조사한 열한 가지 음식은 오랜 세월 인간이 먹어온 것, 과학과 기술의 발달로 개발된 것, 그리고 사회적 편견 때문에 악명을 뒤집어 쓴 착한 음식들이다.
에런 캐럴은 이 책에서 우리가 매일 만나는 식품의 과학을 얘기한다. 커피 달걀 소금 알코올 엠에스지 글루텐 고기 유전자변형작물 버터 다이어트콜라 그리고 비유기농식품에 대해, 지금까지 수행된 연구 결과와 사실처럼 믿어지는 많은 이야기를, 우리가 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우리는 자기가 먹는 음식에 대해 철학을 가져야 한다. 음식에 대해 철학을 세우는 것이 곧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한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준다”면서 “이 책이 독자 자신의 음식 철학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지방의 역설’ 저자 니나 타이숄스는 이 책의 추천사를 통해 “캐럴은 자신이나 가족의 식습관을 이야기하며 정감 있고 흥미진진하게 독자를 인도한다. 하지만 과학을 대할 때는 엄정하기 그지없다. 데이터와 증거를 엄밀하게 추적해서 다소 불편하고 익숙하지 않은 결론을 이끌어내기도 한다”면서 “특정 식품을 악마처럼 취급하는 일은 어떤 식품을 옹호하는 사람이나 전문가들이 공공연히 저질러 온 일이다. 애먼 사람들이 그런 위협에 쉽게 말려들었고 음식에 대한 공포는 만연해졌다. 잘못된 정보와 나쁜 과학에게 삶의 기쁨인 먹는 즐거움을 빼앗기지 말자”고 강조한다.
이 책은 음식의 과학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맘껏 즐기며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지식을 제공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식품에 관한 진실이 편견으로 뒤범벅되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과학자들과 의사들, 언론이 어떤 방법으로 소비자를 속이고 거짓 정보를 사실로 받아들이게 했는지도 알려 준다. 책을 통해 독자들은 우리 식생활에 빈번히 등장하는 식품들에 대해 어설픈 믿음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는 힘을 가질 것이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