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극장 매출 반토막에 터키발 악재로 수천억 적자…매각설 부인에도 의심의 눈초리
CJ CGV가 어려운 것은 ‘코로나19’ 때문만이 아니다. 터키 사업 계약으로 발생된 수천억 원 손실이 CJ CGV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CJ CGV의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2433억 원으로 2019년 동기 대비 47.6% 감소했으며 영업손실은 716억 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발길이 줄어든 것이 결정적인 이유다.
CJ CGV는 올해 1분기 전체 매출 중 1278억 원을 국내, 1003억 원을 해외에서 거둬들일 정도로 해외 사업 비중이 상당하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것이다. 1분기 CJ CGV의 국가별 매출은 지난해 1분기 대비 터키와 베트남, 인도네시아에서 15~30%, 국내에서 48%, 중국에서 85% 감소했다. 더욱이 터키‧베트남‧인도네시아에서 피해가 2분기 실적에 나타날 것이라는 예상마저 나온다.
정작 극장 업계가 우려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아니라 CJ CGV의 2년째 이어지는 당기순손실이다. CJ CGV는 2018년 1885억 원, 2019년 2390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고, 이번 1분기에는 1186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해가 갈수록 불어나는 당기순손실의 원인은 CJ CGV가 과거 터키 영화관 인수 과정에서 맺은 TRS(총수익스와프) 계약으로 인한 파생상품손실 때문이다.
CJ CGV는 2016년 메리츠종금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와 함께 터키 현지의 극장 사업자인 ‘MARS(마르스엔터테인먼트)’를 인수했다. 당시 투자자 유치 조건은 5년 뒤인 2021년까지 마르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공개(IPO·상장)였으나 2018년부터 터키 경제가 악화되며 IPO가 사실상 어려워졌다. TRS 계약에 따라 원화로 가치를 따져 투자원금을 하회하면 CJ CGV는 그 차액을 투자자들에게 현금으로 정산해줘야 한다. 2018년 터키 경제 위기로 원·리라 환율이 급락하면서 CJ CGV는 투자자들에게 차액을 보전해왔다. 이에 따른 평가손실이 수천억 원에 달한 것.
게다가 새 리스 회계기준서(IFRS 16) 도입으로 영화관 임차료가 리스부채로 인식되면서 이에 대한 이자비용이 증가한 것도 당기순손실 확대에 영향을 줬다. CJ CGV의 부채비율은 2018년 말 306%에서 2019년 말 653%로 가파르게 증가했다.
이 같은 이유로 투자은행업계 일부에서는 CJ CGV 매각설이 흘러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CJ그룹을 이끄는 것은 CJ제일제당과 CJ ENM”이라며 “이재현 CJ 회장이 그룹의 부담 요인을 제거하고 수익성 제고를 위해 (CJ CGV 매각 등) 여러 노력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2년 넘게 적자를 이어온 CJ CGV를 두고 이재현 CJ 회장(사진)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진=최준필 기자
CJ CGV 측은 앞서 지난 3월 9일 공시를 통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했다”며 매각설을 부인했다. 오히려 CJ는 5월 8일 CJ CGV의 유동성 리스크 등을 해소하기 위해 발행주식 총수의 65.9%에 달하는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오히려 유상증자가 매각을 위한 준비작업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매각 이전에 재무구조를 개선해서 어느 수준까지 우량한 기업을 만들어야만 시장에 내놓을 수 있다”며 “CJ CGV의 현재 부채 비율이 상당한데 (매각 이전에)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하는 것일 수 있다”고 봤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