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동빈 롯데 부회장은 주식거래와 인맥 만들기를 통해 그룹의 후계구도를 만들어가고 있다. | ||
롯데는 주력 계열사인 호텔롯데에 경영관리본부를 두고 있다. 이 경영관리본부는 역할로 볼 때 다른 그룹의 구조조정본부(과거 비서실)에 해당한다.
책임자인 경영관리본부장은 전문 경영인인 김병일 롯데쇼핑 사장(60)이 맡고 있다. 현재 롯데쇼핑 사장은 두 명이다. 김 사장 외에 신 회장의 인척인 신동인 사장(57)이 있다.
신 사장은 신 회장의 사촌형인 신병호 전 롯데칠성음료 고문의 장남이다. 그는 인척이라기보다는 전문경영인 성격의 참모로 보는 게 옳다. 눈여겨볼 대목은 롯데의 핵심 참모 두 사람이 맡고 있는 직함이다. 김 사장은 호텔롯데 사장 외에 롯데그룹의 부동산관리 회사격인 롯데산업 사장도 겸하고 있다. 신 사장은 핵심 계열사인 호텔롯데, 롯데제과, 롯데쇼핑 사장을 함께 맡고 있다.
이들은 이번 검찰 조사와 관련, 롯데건설 임승남 사장과 함께 출국금지조치가 내려진 상태다. 일본 롯데 출신인 임 사장의 경우 지난 몇 년 동안의 건설 붐으로 좋은 실적을 올려 신 회장의 신임이 더욱 두터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의 2세 중 가장 먼저 국내 롯데 경영에 참여한 신영자 부사장의 경우 뚜렷한 경영인맥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지난 95년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부사장으로 국내 경영활동을 시작한 신동빈 부회장의 경우 그룹 내 경영인맥을 착실히 엮어가고 있다.
신동빈 부회장의 측근으로 꼽히는 인물들은 황각규 롯데쇼핑 상무(49)와 구영훈 롯데쇼핑 상무(44), 강현구 롯데닷컴 상무(43) 등이 꼽히고 있다. 이들은 롯데의 평균 임원진 보다는 비교적 젊은 나이인 신 부회장 또래.
황 상무는 신 부회장이 롯데 부사장으로 부임하던 95년부터 그룹 국제사업부장으로 일하면서 신 부회장의 비서역할을 하는 것으로 재계에 알려졌다. 구 상무는 지난해 4월 롯데그룹이 경제연구소 설립 전 단계로 경제연구실을 신설하면서 롯데에 스카우트된 경우. 국제금융센터 조기경보팀장을 끝으로 롯데경제연구실장을 맡았다.
그동안 총수의 원맨 플레이에 의존했던 롯데가 그룹 내에 경제연구소 등 싱크탱크를 공식화한 것은 커다란 의미가 있다. 더구나 롯데는 해외사업이나 국내사업, 그리고 2세 승계 등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때문에 경제연구소를 신 부회장의 싱크탱크로 여기는 시각도 강하다. 황 상무나 구 상무가 공식적으로는 모두 롯데쇼핑 소속이지만, 정작 신 부회장의 법적인 위치는 코리아세븐 대표이사, 롯데닷컴 대표이사, 모비도미 대표이사다. 이 중 롯데닷컴의 경우는 신 부회장이 IT붐이 한참이던 시절 각별한 애정을 보였던 사업부문으로 유명하다.
최근 롯데 임원진의 또다른 특색은 삼성그룹 출신 임원수가 크게 늘고 있는 점. 지난 2000년에 영입된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의 강준식 롯데건설 상무, 역시 삼성그룹 비서실 출신으로 2000년에 영입된 좌상봉 호텔롯데 상무, 지난 6월 영입된 삼성카드 출신의 이병구 롯데카드 사장 등이 그들이다.
경제연구실 신설, 기획 홍보업무를 담당했던 재계와 언론계의 중견 인력 스카우트, 삼성그룹 구조본의 벤치마킹 등은 신 부회장의 후계구도가 가시화되면서 일고 있는 롯데그룹의 큰 변화 중 하나다.
[령]